내가 받은 것을 가슴에 새겨두는 현명함
문희봉
자기가 남에게 준 것만을 가슴에 새기는 바보 같은 사람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에게 내가 받은 것을 가슴에 새겨두라고 조언하고 싶다. 참봉사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이다. 무엇인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하는 봉사는 봉사가 아니다. 그게 무슨 봉사인가? 빌려주는 것이지.
미움은 홍수 때 쓰레기처럼 쓸어버리고, 은혜는 고귀한 보석처럼 귀히 간직할 수 있는 삶이라면 오죽 좋으랴.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갖고 있는 병 중에서 ‘거절결핍증’이라는 병은 정말로 괜찮은 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누군가가 내 능력을 믿고, 나를 신뢰하고 무엇인가를 부탁하는데 내가 어찌 그걸 거절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렇게 못한다. 이건 천성이다. 내 도움을 받은 사람은 아마도 오랫동안 나의 그 친절을 잊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대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축복을 받고 태어났다. 살아가면서 하여야 할 일들이 참 많다. 감탄은 몸의 체질을 바꾼다. 한 번의 감탄만으로도 행복 호르몬은 양산된다. 마음의 바다에 흰 돛단배가 줄 지어 서고 행복의 파도가 넘실댄다. 감탄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하다. 일상생활의 사소한 것들로부터 발생되는 감탄이 감탄 중의 제일이다.
그런 이유에서 생명을 함부로 하지 말며, 몸은 타인의 물건을 맡은 듯 소중히 해야 할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내 안에 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과 불행이 결정된다. 질곡의 고통도 잘 이겨내면 행복의 디딤돌이 된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시기는 칼과 같아 몸을 해하고, 욕심은 불과 같아 욕망을 태우며, 욕망이 지나치면 몸과 마음 모두를 상하게 한다. 누구나 욕망을 갖고 있다. 욕망이 있기에 열정이 생긴다. 욕망이 있기에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동기도 생긴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는 전제로 말이다. 하긴 욕망 없는 삶은 가치로운 삶은 아니겠다.
모든 일에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고, 억지로 잘난 척 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 과도한 자기 자랑, 자기 집착은 배려를 희미하게 만들고, 삶의 방향을 흐려놓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감탄의 부싯돌이다.
인생 돌아보면 한 방울의 이슬이 아니던가. 햇살 한 줌에 말라 없어지는 보잘것 없는 존재다. 여름날 매미다. 일주일 정도 찬란한 생을 구가하기 위해 몇 년을 땅 속에서 인내하고 기다리는 매미를 보라.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 하지 않고 얼마나 겸손한가. 스스로 채운 족쇄가 자신을 옭아맨다는 것을 생각하면 늘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내 삶이 비록 허물투성이라 하더라도 자책으로 현실을 흐리게 하지 않으며, 교만으로 나아감을 막지 않는다면 좋은 것이다. 생각을 늘 게으르지 않게 하고, 후회하기를 변명 삼아 하지 않으며, 사람을 대할 때 늘 진실이라 믿는 삶은 좋은 것이다. 절대 간사한 웃음을 흘리지 않고, 후회하고 다시 후회하여도 마음 다짐은 늘 바르게 하는 삶은 좋은 것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다가오기를, 나에게 맞춰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다가감은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서로의 끌림이 사랑과 우정으로 익어갈 때 좋은 관계로 맺어진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사람이 된다. 보통의 인연으로 시작한 삶이 찰떡궁합처럼 단단해진 삶이 될 수 있다면 최고의 삶이다.
한 번뿐인 삶이다. 스스로 섬기고 번민에 갇히지 말고, 훨훨 나는 새처럼 그렇게 유유자적 살아보자꾸나. 그래서 좋은 사람 만났다고 하는 얘기를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는다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
행복이 좋은가? 행운이 좋은가? 나는 행운보다 행복을 택하겠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행복은 저절로 따라온다. 이육사 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청포를 입고 찾아올 것이다. 나는 그를 위해 깨끗한 식탁보가 깔린 식탁에 조촐한 음식과 하이얀 모시수건만 준비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