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을 받는 바쿠라 린포체 사진 전제우
라닥의 최고 어른 스님은 바쿠라 린포체이다. 전생의 법맥이 길기도 하다. 그 먼 옛날 옛적 부처님 시대의 십육 아라한 중의 한 사람으로 믿어져 내려온다.
지금 이 스님은 여섯 살 배기 어린 아이 스님이다. 당신 전대의 스님은 86세로 2005년 입적 하였고, 이듬해 라닥 북쪽 누브라의 한 산골 오지마을에서 태어났다. 이곳 달라이 라마께서 친히 전생 큰스님의 환생자임을 증명해 주었다.
이 스님이 라닥의 가장 영향력 있는 스님이라는 것 중의 하나가 수도 레(LEH)의 비행장 이름이 그 분 이름 그대로 “바쿠라 린포체 공항 (BAKULA RINPOCHE AIRPORT)”으로 명명 되어 있을 정도이다.
필자는 이 어른 스님을 1987년부터 친견하는 인연이 있다가, 사년 전부터는 환생한 아기 스님을 라닥에 가면 만날 수가 있었다. 작년에도 만났고, 올해도 만났다.
이 글을 쓰려는 것은 특별히 이 스님의 수행이 빼어난 스님이라서, 또는 어떤 특별한 스님이란 글이 아닌 정말 올해 친견 때 큰 해프닝이 벌어진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적어보고자 하는 뜻에서다.
윗옷을 벗는 세살 때의 바쿠라 린포체 사진 전제우
올해 라닥 일행은 세 분이 함께 하게 되었다. 그 중 한분은 사진작가이다. 삼 년 전 라닥을 둘러보고는 다시 필자와 동행을 했다. 그것도 부인을 대동하고. 늘 고산증세에 애를 먹었다. 티벹불교의 전통상 어느 큰스님을 친견할 때는 예의를 갖추는 게 상식이라서 몇 가지 준비와 함께 인사를 드리도록 했다.
거기서 어린 스님이라서 한국산 문구류를 드리면서 “바쿠라 린포체라, 따시델레! 줄레!”를 말하도록 일러줬다. 우리식으로는 “바쿠라 큰스님 안녕하세요, 반갑네요.” 정도의 뜻이다.
그런데 막상 절을 하고 선물을 드리면서 나온 말이란 게 “빠꼬라 린포체” 운운 하는데 좌중 스님들이 그냥 모두 큰 폭소와 함께 그대로 웃음판이 벌어졌다. 한참을 웃고 웃었다. 킥킥 대며 웃음이 길어졌다.
인도말(힌디어)로 빠꼬라는 염소 그 중에서 유독 흑염소를 지칭하는 말이다. 결국 발음이 잘못 나와 흑염소 큰스님 운운의 뜻이 되었으니 그 엄숙할 자리에서 뜻하지 않는 폭소 판이 된 것이었다. 전혀 고의가 아닌 외국인의 발음 미숙이 그런 웃음판을 만든 것이다. 인사하던 분은 처음에 어떤 영문인지도 모르고 무안해 하다가 필자의 발음 해석에 자기도 폭소를 터뜨린다. 어쩔거나 이왕 나와 버린 서툰 발음에? 곁드린 사진은 전생 린포체의 소상(塑像)인데 절 법당 안에 모셔져 있고, 다른 사진은 금생 아기 린포체 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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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바쿠라 린포체의 소상 사진 전제우
마지막 라닥 일을 다 마치고 스리나가르로 나올 때, 또 한 번의 발음 실수를 저지른다.
즉 라닥에서 고개를 넘는데 3529메타의 조지라(ZOJI-LA) 패쓰이다. “다른 고개와는 달리 이 자지라 패쓰는 숲도 울창하니 정말 참 멋 지내요.”한다. 얼른 “네 그렇군요. 그런데 발음 조심하세요. 고개 이름이 자지라가 아니고 조지라 랍니다.”하니 박장대소다. 한참을 웃고나더니 “뭐 조지라나 자지라나 뜻은 변한 게 없자나요.”하며 자기변명을 해댄다.
필자는 이 아이 스님이 훗날 수행 잘하여 전생부터 늘 해오듯 금생에도 라닥 민중의 희망이 되고 어려울 때 의지처가 되는 빼어난 스님이 되기를 기원 한다.
우기 끝의 천축국 히말라야 언덕 비탈길에서, 청 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