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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의 성장
비구들이여! 나는 비할 수 없을 만큼 호화로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
나의 부왕은 오로지 나를 위해, 세 채의 별궁에 파란·빨간·하얀 연꽃이 필 수 있는 연못을 만들었다.
<앙굿타라 니까야>
비록 작은 나라였지만 한 나라의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이 성장했다.
태어난 지 7일만에 어머니를 여의었다는 점 이외 싯다르타를 괴롭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마치 해·달의 광명이 조그맣게 시작하여 점점 넓어지는 것처럼, 태자의 자라는 모습 또한
날로 새롭고, 덕스러웠다(<붓다차리타>)."
유복한 환경 속에 자란 싯다르타였기에 "동자(童子)가 됐을 때 온 나라 남녀들은 그를 바라보기에
싫증나지 않았고, 유년(幼年)이 됐을 때 온 나라 남녀들은 돌아가며 안아 주었다(<장아함경>
'대본경')." 이것만이 아니다.
후일 부처님 자신이 술회한 대로 싯다르타 태자의 생활은 '풍요로움' 그 이상이었다.
"비구들이여! 나는 비할 수 없을 만큼 호화로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
나의 부왕은 세 채의 별궁에 각각 파란·빨간·하얀 연꽃이 필 수 있는 연못을 만들게 하였노라.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었다.
세 채의 별궁은 각각 겨울·여름·장마철에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4개월 간의 장마철 동안 나는 거기서 나오지 않고 오직 여자와 풍악만을 즐겼다
<앙굿타라 니까야>."
음식 ·옷가지도 당연히 제일 좋은 것만 먹고, 입었다.
"비구들이여! 나는 오직 카시지방(오늘날의 바라나시)에서 나는 가장 고급스러운 전단향만을
몸에 발랐느리라. 속옷도 겉옷도 카시 지방에서만 생산되는 최고급품만 사용하였다.
추위나 더위를 느끼지 않고, 먼지 묻지 않고, 풀에 닿지 않으며, 이슬에 젖지 않도록
밤낮으로 하얀 우산이 나를 가리웠느니라."
'안락'과 '풍요' 속에 성장한 싯다르타 태자가 8살이 되자,
슛도다나왕은 군신·대신들을 모아놓고"경들은 생각해 보라.
이제 우리 나라 안에서 누가 가장 지혜있고, 누가 기능을 갖추고 다 통달하여,
태자의 스승이 될 수 있으며, 태자에게 글과 논(論)을 가르칠 것인가"하고 물었다.
"대왕이시여, 굽어 살피소서. 지금 비슈바미트라(한역 選友)가 있으니, 모든 논을 잘 알며
가장 뛰어나고 묘하나이다.
이런 대사(大師)가 감히 태자에게 가지가지 글과 논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며
대신들은 비슈바미트라를 천거했다.
궁전의 싯다르타
계절에 맞는 세 채의 궁전에서 성장하는 등,
호화로운 환경 속에서 자랐음을 부처님도 고백한 적이 있다
비슈바미트라가 낙점되자,
태자는 스승을 찾아가 "존자여, 나에게 무슨 서(書)를 가르치려 하오.
'범천이 설한 서'인가, '카로슬타서'인가, '부사라 선인이 설한 서'인가, '아가라서'인가,
'맹가라서'인가 … (중략) … '사라승가하니서'인가, '살바루다서'인가.
이런 서는 대개 64종이 있는데 모르긴 하지만 존자는 나에게 어떤 서를 가르치려 하느뇨"
8살의 어린이가 64종이나 되는 서(書)를 일일이 열거하며,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를 스승에게 묻는
<불본행집경>의 이 대목은 솔직히 믿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학문을 가르칠 스승이 정해지고 태자의 배움이 수승해지자, 슛도다나왕은 다시 신하들을 모았다.
"모든 신하들이여. 일체를 누가 아는가. 어느 곳에 스승이 있어 우수한 무예와 기술,
선교한 방편 군법과 전쟁하는 지략을 구족하여 우리 태자를 가르치기에 적당한지를 누가 아는가."
"대왕이여. 굽어 살피소서. 여기 석가족이 있는데 크샨티데바(忍天)가 태자에게 병수법을
가르칠만 합니다.
그가 아는 것은 코끼리 타는 것, 활쏘는 묘기 등 모두 29종이 있습니다.
기술이 매우 교묘하고 매우 정미롭고 행동이 날래어 민첩하고 용맹스럽습니다."
무예를 배운지 오래지 않아 태자는 29종에 통달한다.
"세상 사람들이 해를 쌓고 달을 거듭하여 배우더라도, 혹 이루기도하고 이루지 못하기도 하는
그 모든 기예와 모든 논들을, 태자는 4년 동안에 능통하게 됐다."고 경전들은 기술하고 있다.
물론 다른 이야기 들도 있다. <니다나 가타>(인연 이야기)에 의하면 싯다르타 태자가 16살이 되자
슛도다나왕은 세 계절에 맞는 궁전을 짓도록 명했다.
하나는 9층 건물이요, 또 하나는 7층 건물, 나머지는 5층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4만 명의 무희를 두어 태자의 시중을 들게했다.
천인이 한 무리의 요정들에 에워싸여 있듯, 아름답게 차려입은 무희들에게 에워싸여,
남자는 하나도 없이, 계속 울려퍼지는 음악을 즐기며 커다란 행복을 느껴가며,
계절에 따라 각각의 궁전에 머물렀다.
그리고 후에 라훌라를 낳은 여인 야소다라가 첫 번째 비(妃)가 되었다.
태자가 커다란 행복을 누리고 있던 어느 날. 친척들 사이에 이상한 말들이 떠돌았다.
"싯다르타는 유희에만 빠져 지내느라 무예는 어느 것 하나 익히지 않는다.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대체 어쩔 셈인가."
슛도다나왕은 싯다르타를 불러 이야기 했다.
"태자여. 친척들은 네가 어떠한 무술도 배우지 않고,
유희에만 열중하며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구나. 어찌하면 좋겠는가."
"아버님. 저는 무술을 익힐 필요가 없습니다.
저의 무술을 보여드릴 터이니 큰 북을 성 안에 울려 주십시오.
지금부터 일주일 뒤에 친척들에게 무술을 보여드리겠습니다"고 싯다르타가 대답했다.
슛도다나왕은 태자가 원하는 대로 했다.
일주일째 되는 날 싯다르타 태자는 번갯불처럼 잇달아 화살을 쏘기도 하고,
털처럼 가는 것을 머리털 갈라내듯이 쏘기도 하며, 소리를 맞추거나 음성을 맞추기도 하는 궁사들을 집합시켜,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다른 궁사들은 흉내낼 수 없는 12가지 무예를 친척들에게 보여주었다.
특히 활쏘기 시합 때 싯다르타가 쏜 화살은 너무나 강해 쇠북(鐵鼓)를 뚫고 땅 속에 박혔는데,
그곳에서 샘이 솟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 중국 현장스님(602∼664)은 <대당서역기>에서 "화살의 샘 동북쪽 80∼90리 지점에
룸비니 동산이 있다"며 '화살의 샘'(箭泉)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이 '화살의 샘'이 어디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말이다.
등교하는 싯다르타. <인도 알라하바드박물관 소장>
오늘날 카피라바스투성에는, 태자가 유복한 유년·청년시절을 보냈을 카필라바스투성에는
- 네팔 틸라우라코트와 인도 피프라흐와 중 어느 곳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 지저귀는 새와 풀·나무들 뿐이다. 화려한 세 채의 궁성 유적, 수많은 궁녀들, 끊임없이
흘러나왔다는 음악은 유적지 어디에도 없다.
틸라우라코트, 피프라흐와·간와리야 유적 어디에도 태자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유적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따라 다니는, 인도·네팔의 맨발의 어린이들만 오직 눈 앞을 가린다.
틈만 나면 손을 내밀어 "헬로우 펜"(펜 하나 주세요) "텐 루피"(십루피 주세요) 등의
말만 되풀이 하는 어린이들 속에서, 잡초·수목 우거진 유적지에서 화려한 생활을 한 싯다르타 태자의
영상을 찾는 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가깝다.
인도·네팔 아이들이 없을 때, 궁성터에 앉아 몇 아름씩 되는 고목을 보고 있으면, 그 옛날 여기서
뛰놀던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이 환영처럼 어른거린다.
룸비니에서 카필라바스투성으로 옮겨지는 장면, 어머니가 죽은 줄 모르고 보채는 모습,
성장해 스승에게 학문을 배우는 장면, 석가족의 다른 청년들과 기예(技藝)를 다투는 모습 등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이런 상상도 한 순간.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햇볕에 순례자는 곧 정신을 차리게된다.
어찌됐던, 화려함의 극을 달렸을 태자의 생활에도 변화가 온다.
풍요의 이면(裏面)을 태자가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앙굿타라 니까야>에 관련 구절이 있다.
"비구들이여! 나는 좋은 운을 타고나서 매우 화려한 환경 속 에서 자랐지만,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진리를 듣지 못한 사람은 자신도 늙어야만 하고 또한 늙음을 초월 할 수 없는 데도
타인의 늙음을 보고는 매우 당황하고 놀라워하며 싫어한다.
그리고 나 또한 늙어야 하고, 늙음을 초월할 수 없다.
늙어야 하고 늙음을 초월할 수 없는 내가 타인이 늙어가는 것을 보고 당황하고 놀라워하며 싫어한다면,
그것은 나답지 않다'라고. 비구들이여! 내가 이와 같이 늙음을 관찰했을 때 비로소 청춘의 교만함은
물거품 처럼 사라졌노라.
"태자로서 누려온 온갖 '교만함'이 실은 허망한 것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또한 "진리를 듣지 못한 사람은 자신도 병들어야만 하고, 또한 병듦을 초월할 수 없는데도,
타인이 병든 것을 보고는 매우 당황하며 놀라워하고 싫어한다.
그리고 나 또한 병들어야만 하고 병듦을 초월할 수 없다.
병들어야만 하고 병듦을 초월할 수 없는 내가, 타인이 병든 것을 보고 당황하고 놀라워하며
싫어한다면, 그것은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싯다르타는 '건강에 대한 방자함'마저 잃어버렸다.
더군다나 "죽어야 하고 죽음을 초월할 수 없는 내가 다른 사람이 죽어 가는 것을 보고
당황하며 놀라워 하고 싫어한다면, 그것은 나 답지 못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삶에 대한 교만함' 역시 태자의 마음 속에서 일순간 사라져 버렸다.
태어날 때부터 예견된, '출가'를 향한 태자의 발걸음이 성장과 동시에 서서히 움직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카필라바스투의 화려하고 안락한 궁성 안에서 말이다.
궁전의 싯다르타2.
싯다르타는 4개월간의 장마철 동안 궁전에서 나오지 않고
풍악만을 즐겼다고 부처님은 술회한 바 있다.
<인도 뉴델리국립박물관 소장.>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