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곤지
옛날에 노총각 하나가 있었다.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장가를 들고 혼자남아 걱정을 하다가 하루는 점쟁이 할머니를 찾아가 언제쯤 배필이 나타날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저쪽 고개를 넘어 가면 집 한 채가 보일 것이고, 그 앞에는 흐르는 냇가에서 젊은 여자가 어린애를 등에 없고 빨래를 하고 있을 것이네. 그 어린 아이가 바로 자네의 배필일세.”
이 말을 들은 노총각은 고개를 넘어가니 할머니 말대로 냇가에서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빨래를 하는 젊은 아낙네 하나가 보였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저 아이가 언제커서 내 색시가 되는 거야. 그 때까지 내가 기다리라고. 그럴 수는 없지. 이렇게 생각하며 노총각은 살그머니 아낙네의 뒤에 가서 등에 업힌 어린아이의 이마를 돌로 찍고 도망을 쳤다.
그 후 노총각은 어느 고을에 원님으로 돌아왔다. 아직까지도 혼자였던 원님은 배필감을 구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주위 사람들의 소개로 좋은 배필감이 나타났다. 양쪽 볼과 이마에 붉은빛 단장을 하고 나타난 여인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방금 내려온 천사와도 같았다. 원님이 여인에게 볼과 이마에 연지로 단장한 이유에 대하여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떤 자가 느닷없이 나타나 제 이마를 돌로 때리고 도망을 쳤다고 합니다. 그 상처를 감추기 위하여 이렇게 하고 왔습니다.”
여인 이마의 상처를 보니 언젠가 냇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 등에 업혔던 그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죽을 때 까지 부인에게 그 때 그 범인이 바로 자기였다는 것을 감추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것은 천생연분(天生緣分)은 따로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연지곤지 유래의 하나로 전해지고 있다.
국어사전에서 연지와 곤지는 다음과 같다.
⚫연지(臙脂) : 잇꽃의 꽃잎에서 뽑아 만든 붉은빛 물감. 여자들이 단장할 때에 입술,뺨, 미간 등에 바르거나 찍는다.
⚫곤지 : 이마 가운데에 연지(臙脂)로 찍는 붉은 점. 전통 혼례에서 새색시가 단장할 때 찍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의 연지(臙脂)는 다음과 같다.
⚫볼과 입술을 붉은 색조로 치장하는 화장품. 이마에 동그랗게 치레하는 것을 곤지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연지를 사용한다.
연지화장의 최초기록은 서기전 1150년경 중국 은(殷)나라의 주왕(紂王) 때이니까 약 3,000년의 역사를 지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연지를 치레에 이용하였는지 확실하지 않으나 신라의 여인들이 연지화장을 하였다고 한다. 연지 화장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샤머니즘 문화권에서는 주색축귀(朱色逐鬼) 속신(俗信)을 신봉한바, 주색금기(朱色禁忌)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가장 보편화되어 있다.
이밖에 중국에서 후궁들이 생리중일 때 임금을 모시지 못한다는 표시로 뺨에 연지를 발랐다는 설이 있다. 또 중국 오(吳)나라의 손화(孫和)라는 사람의 부인이 뺨의 상처를 치료하느라고 흰 수달피 분말에 옥가루와 호박가루를 섞어 바른바, 붉은 흉터가 아름다워 보인 까닭에 치장인 줄 착각하여 부인들이 모방하였다는 설이 있다.
또 원시시대의 남자들이 날짐승을 잡은 용맹을 과시하기 위하여 입가에 묻은 피를 닦지 않고 다닌 데서 유래하였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들은 모두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발췌했음)
한자어 臙脂(연지)는 ‘연지 臙(연)’ ‘기름 脂(지:입술 연지 지)’로 여자들이 얼굴을 단장할 때 쓰이는 붉은빛 화장품이다.
곤지는 우리말로 이마 가운데 동그랗게 치레하는 것이라 했다. 인터넷에 연지곤지를 검색하면 주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다음 글은 필자의 견해로 연지곤지를 설(說)한 것이다.
붉은 색 팥죽을 동지(冬至)에 먹는 이유는 역질귀신을 쫓아낸다는 뜻인데 이것은 중국으로부터 온 풍속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연지의 붉은 색조는 잡귀(雜鬼)를 쫓아 버림에 그 뜻이 있다고 본다. 오상(五常)에서 붉은 빛(赤)은 남방(南方)으로 양(陽)이고 여자는 음(陰)이니 곤지는 음양(陰陽)의 조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마 가운데 붉은 점 하나(●)로부터 양쪽 볼의 붉은 점 둘(●●)의 모양은 그림1과 같다.
❶
❸ ❷
(그림1)
국어사전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그림1의 ‘❶’을 곤지라 했다. 그렇다면 ❷와❸은 무엇인가. 연지(臙脂)는 붉은빛 화장품이고 곤지는 화장품이 아니다. 누구에게 연지곤지를 물어보았더니 ❶이 연지이고 ❷,❸이 곤지라는 그럴 뜻하게 대답을 했다.
우리말에 곤지와 음(音)이 같은 ‘곤지곤지’가 있다. 젖먹이 어린애에게 왼손바닥에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댔다 뗐다 하라고 할 때 일컫는 말. 또는 그런 동작이다. 그러나 복희 선천팔괘 방위도(伏羲先天八卦方位圖)에서 남방(南方)이 1건천(一乾天:☰)이고 북방(北方)은 8곤지(八坤地:☷)다. 건(乾卦:☰)은 하늘(天)이고 곤(坤卦:☷)은 땅(地)이다. 연지곤지에서 연지(臙脂)가 하늘(天:1)로 그림1에서 ❶이라면 ❷와❸은 땅으로 ‘2’가 된다. 이것은 ❶이 ‘하나(1)’로 해(日)라면, ❷‧❸은 ‘❷⚊❸’이 하나(一)로 달(月)이 된다.
그림1에서 ❶,❷,❸은 세모(△)이며 천지인(天❶‧地❷‧人❸)으로 삼합(三合) 집(亼)이다.
亼은 ‘人(사람 인:2획)’과 ‘一(한 일:1획)’의 결합으로 세모(△)와 같으며 3획이다(2+1).
8곤지의 8을 가로로 눕힌 ‘∞’을 세로로 자르면 ‘⧞(⚮)’이다. ‘⧞’은 ‘丨’을 좌우(左右)로 공(空:○)이 둘로 나누어 졌는데, 그림1의 ❶을 반으로 자른 ‘◑’에서 양(陽:+)과 음(陰:-)으로 나누어진 ‘⚊(陽爻:1획)’와 ‘⚋(陰爻:2획)’이다.
‘❶(◑)’을 태극(太極:)으로 보았을 때 ‘⚊(陽儀)’와 ‘⚋(陰儀)’는 양의(兩儀)가 되며 8곤지(☷)는 음의(陰儀=陰爻:⚋)만 셋으로 2(⚋:획)x3(☷)=6획이다.
그림1의 ❷와❸을 곤(坤)지라고 하면 ❶은 건(乾)지가 되는데 그 乾(=天)의 脂(지)가 ‘곤’으로 바뀐 것 같다. 따라서 연지곤지는 연지(臙脂)를 사용한 ❶,❷,❸을 하나로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