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 홍보 급급… 역사적 의미 퇴색
청원군 어가행렬·조형물 등 한글 관련 언급 전무
세종문화타운 조성… 군 "장기적 검토 필요" 뒷짐
세계 3대광천수로 유명한 청원군 내수읍 초정리는 1444년 세종대왕이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117일간 있었던 곳이다.
세종은 초정에 머물면서 한글창제의 대업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각종 역사 서적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이 눈병치료를 위해 초정에 내려왔다는 사실만 전해질 뿐 세종이 초정에서 한글창제의 막바지 작업에 몰두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적다.
사실상 한글탄생의 무대가 된 초정의 역사적 의미가 묻혀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정에선 한글창제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온통 세계 3대 광천수가 나오는 동네라는 사실만을 뽐내고 있다.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답게 현재 초정리 입구에는 충북소주 공장이 자리잡고 있고 안쪽에는 일화 맥콜 공장이 들어서 있다.
초정리 광천수로 운영되는 목욕탕은 초정스파텔을 포함해 4곳이 손님을 맞고 있다. 청원군 역시 초정약수 홍보에만 주력하고 있다.
군은 지난 1998년 초정리에 초정약수 기념조형물을 설치했다.
군은 초정약수의 위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조형물을 건립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조형물의 안내판이 옆에 있지만 역시 세종이 눈병치료를 위해 초정에 머물렀다는 내용만 적혀있을 뿐 한글 이야기는 전혀 없다.
청원군이 지난해까지 해마다 10월에 개최했던 약수축제 역시 세종대왕의 어가행렬만 재현할 뿐 한글창제와 관련된 행사는 없다.
청원군 홈페이지도 세종이 초정에서 눈병을 고쳤다는 사실만 전할 뿐 한글창제 등 당시 초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청원군 관계자는 "군 공무원들도 한글창제 얘기를 잘 모르고 있고 초정리 주민들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글창제뿐만 아니라 당시 초정이 임시수도 역할을 했다는 점, 세종이 눈병 치료와 한글창제를 병행하면서 어려운 백성들을 돌보는 등 초정에서 참다운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도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나기정 전 청주시장과 몇몇 학자들은 청원군을 찾아가 초정이 간직한 소중한 역사를 적극 홍보하고 초정에 세종문화타운을 조성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나 전 시장은 "공무원들이 새로운 사업에 대해 겁부터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초정에 세종문화타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며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이 머물렀던 행궁의 위치를 놓고도 학자들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청원군은 지난해까지 해마다 10월에 초정약수축제를 개최하면서 눈병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았던 세종대왕의 어가행렬을 재현했다. 하지만 세종이 이곳에서 한글을 창제했다는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