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과 관련해 당이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인정하며 일부 진술을 번복한 뒤 벌어진 일련의 재판 파행과 관련한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2일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43차 공판에서도 이 의혹이 다시 거론됐습니다.
22일 오전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 배우자는 해광을 남편을 위해 변호인으로 선임한 사람이며 지난 10개월간 문제 제기 없이 본건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해임하겠다', '검찰이 회유, 압박했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며 "그 결과 재판이 한 달간 공전했고, 오늘 오전 재판도 공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의 행동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우자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그 내용에 대해 저희가 사실관계를 말씀드리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이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인 민주당 용인갑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이 모 씨를 만난 지난달 13일부터의 상황을 일자별로 정리해 설명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박 의원은 이 씨를 만나 "이화영과 관련해 당이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고 제안했는데, 용인갑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인 이 씨는 이 전 부지사 부인인 백 모 씨와도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씨는 그 자리에서 박 의원과 백 씨의 전화 통화를 연결해준 것으로 전해졌고, 그로부터 5일 뒤인 15일 백 씨는 민주당에 자필 편지를 보내 "(남편의 진술 번복 배경에는)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부인 백 씨는 이 전 부지사의 41차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달 24일엔, 이 전 부지사의 재판 변론을 9개월 넘게 도맡아온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때부터 한 달 넘도록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공전을 거듭하며 파행했습니다.
이달 8일엔 그동안 재판에 거의 출석하지 않았던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변호사가 출석해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는 의견서와 재판부 기피신청서, 사임서를 제출한 뒤 퇴정했고 재판은 또다시 공전했습니다.
검찰은 일련의 사안들을 두고 "피고인 이화영이 진술을 못 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조직적 사법방해 행위"라며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막장드라마의 엔딩이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쌍방울 그룹 대북 불법송금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재판을 보면 해괴한 광경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방북비를 쌍방울이 부담하고, 이를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이 전 부지사(이하 이화영) 검찰 진술이 알려진 이후의 상황은 법정 코미디에 막장 드라마와 음모론 스릴러가 뒤섞인 형국이다.
‘이화영 변호인 실종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화영은 변호인단 7명 중 자신의 진술을 가감 없이 법정에 전한 부장판사 출신 서민석 변호사를 가장 신뢰해 끝까지 함께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8일 법정엔 서 변호사 대신 민변 출신 김모 변호사가 이화영의 변호인을 자청하며 등장했다.
이화영이 그의 변호를 거부하자 이 변호사는 증거의견서와 재판부 기피신청서, 변호사 사임서를 속사포처럼 제출하고 퇴정했다. 피고인석에는 이화영 홀로 앉아 있었다. 그는 “(김 변호사가 낸 의견서) 내용을 알지 못하며 (재판부) 기피 신청에 동의 않는다”고 했다.
재판은 한 치의 진전 없이 끝났다. 22일 속개된 재판 전날 서 변호사와 그의 법인 해광 변호인단은 “정상적인 변론을 할 수가 없다”며 전격 사임했다.
중견 법조인의 말이다. “서 변호사가 검사도 좌표 찍어 공격하는 민주당 열혈 지지층에 찍혔으니 얼마나 무서웠겠나. 게다가 피고인의 배우자가 ‘검찰에 약점 잡힌 변호사’라며 자신을 비토하고 다른 변호인과 합심해 피고인 아닌 그의 보스를 보호하려고 피고인의 의사를 왜곡하고 입을 막았다. 결국 서 변호사는 사임이 아니라 ‘사임당한’ 거다. 이번 사태가 이화영에게 던진 메시지는 컸을 것이다. 보스에게 불리한 진술을 절대 하지 말라는….”
경기부지사에 킨텍스 대표를 지낸 전직 국회의원 이화영의 변호인이 ‘국선’이 된 상황도 해괴하다. 이화영은 서 변호사 사임 직후 “제 변호인이 없어졌으니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이를 일축했고 국선변호인을 직권 선임해 재판이 속개됐다. 중견 법조인의 말이다.
“재판장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피고인 변론을 맡아온 서 변호사가 아니라 다른 법인(덕수) 변호사가 돌연 등장했다. 그런데 피고인은 ‘해광(서민석) 변호사 출석 상태에서 재판받고 싶다’고 한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검사와 충돌을 빚으면서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한 뒤 사임서를 던지고 법정을 나가버린다. 어느 재판장이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있었겠나.”
‘이재명 지킴이’였던 이화영이 진술을 번복한 진짜 이유는 ‘이해찬 지키기’ 아니냐는 설이 나오는 것 역시 기이하다. 김 변호사가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이 이화영에게 ‘대북 송금 진술을 거부하면 (내가) 이해찬·조정식 등의 ‘광장’(이해찬계 싱크탱크)에 비용을 댔다는 내용을 추가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의견문을 제출한 게 불씨다.
그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이화영은 이해찬계 핵심이니 김 변호사의 주장이 그럴듯하게 들릴 소지가 없는 게 아니다. 법조계에선 “(김 변호사) 스스로 의혹을 검찰에 던져준 셈”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가 김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경이 진실을 캘 여건이 절로 마련됐으니 결과가 주목된다.
그 밖에도 해괴한 일은 많다.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는데 친명계에선 ‘체포동의안 표결 보이콧(민형배)’ 주장이 나오는 것부터 그렇다. 방탄국회 전문이던 민주당이 “이달 마지막 주는 비회기로 국회를 비워둘 테니 이때 이 대표에 구속 영장을 청구하라”고 검찰을 압박하는 것도 희한하다.
검찰이 비회기 중인 지난 4일 돈봉투 의혹 피의자 윤관석 의원에 구속 영장을 청구, 구속했더니 “비회기를 이용해 구속한 건 비겁한 행태”라고 비난한 사람이 민주당 직전 대표 송영길임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또 이화영 재판이 한 달 가까이 파행하면서 임시국회가 열리는 9월 1일 이전에 검찰이 대북 송금 수사를 완료하고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이런 재판 파행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누군가. 민주당 안팎 인사들 아닌가.
이처럼 수상쩍은 일이 연속되는 원인은 민주당 안팎 인사들이 총선을 의식해 재판을 지연하고 갖은 꼼수를 써왔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증거와 법리가 있는 한 재판은 진행되기 마련이고 ‘사법농단’이란 비난을 들어 마땅한 지연 꼼수는 국민적 분노를 일으킬 뿐이다.
때마침 검찰이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9월 중 백현동 의혹과 대북 송금 의혹을 묶어 이 대표를 기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엔딩 게임이 다가오고 있다.>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강찬호의 시선, 이화영 재판이란 부조리극
온갖 꼼수가 등장하고 기상천외한 일로 국민과 검찰을 기만하는 일이 오늘날에도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모든 것이 결국 이재명 대표의 일로 귀결이 될 것이 뻔한데 요리조리 꼼수를 쓰면서 시간을 벌려는 일도 이제는 종점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또 무슨 묘수를 부릴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