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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범 가 정
이 수 영
가정은 인간의 삶이 시작되는 곳이자 삶의 터전이다. 자녀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가정은 벌이와 씀씀이의 기본적 주체이고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일이 힘들수록 따뜻한 가정을 그리워하고 꿈꾸는 것은 그러한 가정의 소중함 때문이다.
모범 가정이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사랑과 믿음으로 묶어 행복한 삶을 엮어 가는 곳이라 생각된다. 여기서 행복은 자기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며 살고 있는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를 말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말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욕망을 줄이거나 소유를 늘리는 것이 그것이다.’ 이 말이 암시하는 것은 소유를 늘이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욕망을 줄여야 행복해 진다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욕망도 자신에 대한 욕망도 과하면 과할수록 행복과는 멀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각기 다른 개성과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삶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모범 가정을 생각해 본다.
가정은 우리 삶의 가장 원초적인 사회이며, 성숙되지 않은 자녀들과 그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하는 부모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을 가지고 그들을 대해야 한다.
먼저 아이 인생은 아이의 것이라는 관점이다. 자기 인생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서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려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그리고 헌신과 투자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신적으로 자녀를 가르치는 부모는 헌신을 투자로 그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헌신은 아름다운 것이며 최고 수준의 사랑이다. 대가를 바라는 부모는 존재 자체가 빚쟁이다. 여기에 모범가정을 이루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모범 가정은 좋은 엄마 좋은 아빠에서 출발한다. 먼저 자녀들이 우러러 보고 따를 수 있는 엄마의 공간과 엄마의 시간을 만들어 보자. 집에서 가장 좋은 장소에 화장대가 아니라 엄마의 책상을 마련하자 그 책상에서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고정적으로 시간을 정해서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그 시간만큼은 자녀들이 말없이 배울 수 있는 모범을 보여주자. 잔소리와 닦달만으로는 자녀들이 따라오지 않는다.
이렇게 ‘엄마의 공간’과 ‘엄마의 시간’을 만들지 못하면 엄마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라는 팻말이 붙은 감옥의 수인이 된다.
다음은 멋진 아빠를 만들어야 한다.
아들에게 “아빠 멋있지? 아빠 같이 살아.” 이렇게 말하는 엄마는 드물다. 백이면 백 다 이렇게 말한다. “멋이 있어야 멋있다고 하죠?” 하지만 아버지로 살면서 삶에 찌들어 멋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내의 책임도 있다. 우선 남편을 멋있게 만들어라. 그러면 아들은 그 멋있는 아빠를 그대로 닮아 갈 것이다. 장영희 교수가 <내 생애 단 한번> 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어느 초등학교 2학년의 일기다.
“엄마가 있어서 좋다 / 나를 예뻐해 주셔서
냉장고가 있어서 좋다 /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아버지의 가정 교육력은 절망이다.
모범이 되는 엄마와 아빠의 무언의 실천이 가정교육의 첫걸음이다.
다음은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해 보자.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통해 가족 사랑과 기본예절, 집안의 전통과 바른 인성교육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을 식구(食口)라고 불렀고, 그런 과정에서 끈끈한 가족애와 혈연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이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혼밥’이니 ‘식당가족’이니 해서 한 지붕 가족이 같은 시간에 함께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한 집에 살면서도 저마다 따로따로 식사를 한다.
매일 아침 고2 딸은 06시 경에, 중학생 아들은 07시에, 엄마와 아빠는 편리한 시간에… 마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가는 손님처럼 살아간다. 거기에 점심은 제각각이요 저녁시간 또한 그렇다.
밥상머리 교육의 근간이 무너졌다. 대화가 없으니 공동관심사가 없고, 몸은 한 지붕 아래 있어도 생각은 남남이다.
집은 사랑으로 머무는 자리이다. 거기에서 서로 사랑하고 무엇인가를 위해 애쓰고, 힘들이고, 끝내는 가족이 함께 무엇을 이루어 내는 보금자리이다.
길은 집과 집 사이에 있고, 이 길 위에 있는 사람을 나그네라고 한다. 나그네는 항상 방랑자가 되어 집을 그리워한다. 많은 현대인들이 집을 두고도 나그네처럼 살아간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모두가 가족간의 대화와 사랑이 무너진 빈자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밥상머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심리치료 전문의 수잔포워드는 독이 되는 부모의 부류를 이렇게 정의한다.
“신처럼 군림하며 지배하고 통제하는 부모, 의무를 저버린 무능한 부모, 끊임없는 간섭과 감시로 자식을 조종하는 부모, 잔인한 말로 상처를 주는 부모, 알코올에 중독된 부모, 신체적 성적으로 학대를 하는 부모 등이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도 모르게 자녀들에게 조금씩은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상처를 주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요즘 신문에 회자되는 아동학대는 그 정도가 도를 넘는 극단적인 경우일 뿐이다. 나는 어디쯤일까?
유태인의 성공 비결은 가정교육에 있다. 그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은 가족이 함께 모여 대화하고 부모로부터 배운다.
유태인들은 자기의 자녀들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과는 다르게, 싫은 일은 하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가르친다.
유태인의 가족 식사는 감사의 기도로 시작한다. 자녀는 밥상 앞에서 유대인의 역사와 전통을 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배운다. 그들은 밥상머리에서는 절대 아이를 꾸짖지 않는다. 꾸짖을 일이 있으면 식사 이후로 미룬다. 그것은 밥상머리에서 가족들이 나누는 대화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부에서도 ‘밥상머리 교육의 열 가지 실천지침’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1.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가족 식사의 날’을 실천한다.
2. 정해진 장소, 시간에 식사 준비를 함께하고 함께 정리한다.
3. TV와 전화를 끄고, 대화가 가능하도록 천천히 먹는다. 등등.
그러면서 ‘서로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행복한 식사가 되도록 노력하자’ 는 내용으로 현대생활을 고려한 열 가지 지침이 소개 되어 있지만 교육의 현장에서는 마이동풍이다. 그것은 학교의 교육력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부모들의 사고가 경쟁과 성공(?)에 몰입해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혈육에 대한 무한의 신뢰와 사랑을 무기화 하고, 자녀들에 대한 소유욕을 과시하며, 그들의 개성을 무시하고 부모의 뜻대로 한 방향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이 아니다.
더구나 이혼율이 급증하고 가정 파괴의 정도가 심화되는 현대는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 또한 정도를 넘고 있다.
모범 가정은 개인의 행복과 자녀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사랑과 인내로 공들여 쌓아가는 아름답고 거대한 돌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돌탑은 구성원 모두의 믿음과 땀과 인내와 사랑이라는 이름의 돌들이 모인 것이어야 한다.
2016. 5. 20.
첫댓글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일이 잘된다는 '가화만사성'! 세상에는 공짜가 없듯이 모범가정 역시 그냥 이뤄지는 법은 없는가 봅니다. 가정구성원들이 혼연일치가 되어 서로서로 최선을 다해야 가능하겠지요. 교훈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중수필은 이렇게 쓰는 것이구나! 선배님의 글을 통해서 한수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모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큰 가르침을 주시는 말씀, 깊이 새기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모범가정 캠페인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최상순드림
모범가정이 많아야 사회가 밝고 건강하지만 국민의 의식수준에 비례하므로 희망적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내용을 실천하여야 겠습니다.잘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범가정에 대한 선생님의 귀감이 되는글 잘읽었읍니다.감사합니다.
모범가정을 만들기 위한 부모의 역할과 자세, 자녀교육의 방법 등 다양한 면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교육자로서 경력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배우는 기분으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폭넓은 사고와 깊은 지식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 감사드립니다.
가족이 함께하고 부대끼는 가운데 정이 나지요. 철만들면 방을 따로따로 정해주니 더욱 가족간에 정이 안나나 싶습니다.
밥상머리에서도 교육이 필요한데 그것도 요즈음은 되지않고 있으니 옛날 대가족제도 한집에서 생활했던 우리의 어린시절 여럿이 한방에서 이불덮고자고 할머니방에 함께 자면서 할머니 젖만지면서 자던 그때에 자연스러운 교육이 그립습니다.
몇 번을 읽었습니다. 특히 "모범가정은 좋은 아빠, 좋은 엄마에서 출발한다." 는 말씀 새겨 읽었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 이렇게 여러모로 깊이 생각하고 살았는가 .....인생은 연습이 없다 더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훌륭한 할머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