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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조성민]
‘차량’이 아닌 ‘사람’ 중심의 장애인 주차표지 도입 필요성을 두고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주차표지 발급 시 자동차 보유 기준을 적용하는 현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발급함으로써 택시나 공유 차량 탑승 시에도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도록 개선하자는 취지다.
현행 장애인 주차표지 발급은 장애인 당사자의 용이한 승하차 등을 위해 ▲보행장애가 있는 장애인 ▲그 가족이 보유한 자동차 ▲장애인복지시설·단체 등이 보유한 자동차 등에 발급된다.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 소유의 차량이 아닐 경우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
반면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 등 해외에서는 자동차 소유와 관계없다. 장애인이 운전하거나 이동 보조가 필요할 경우 주차표지를 발급하고 있다. 더불어, 보행자 거리나 주차금지구역에도 예외적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주차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기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37개 장애인단체가 함께하는 2022대선장애인연대는 ‘사람 중심의 자동차표지 발급’을 통해 개인의 이동권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역시 지난 3월 6일 사람 중심의 주차편의제도 개선을 ‘소확행’ 공약 87번째로 내세웠다.
▲자동차 표지 발급 개선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장면. ©더인디고
민주당 이상민, 최혜영 의원과 한국장총,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4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장애인 사용 자동차 표지 발급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람 중심 ‘공감’, 제도 변환에 따른 ‘우려’… 연구·조사 등 신중한 접근 주문
결론적으로 이날 발제 및 토론자들은 사람 중심 주차표지 발급의 의미와 필요성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과 우려가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보완책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 역시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여러 장점과 의미에도 불구하고 공통으로 제기된 우려는 ▲주차표지 대상자 확대로 인한 전용 주차공간 부족 ▲주차표지 발급대상과 범위 ▲주차표지 오·남용 ▲자신의 차량을 전용주차구역에 두고, 다른 차를 이용 또는 주차할 경우 두 차량 모두 인정 여부 ▲복지시설 등의 발급 형태와 전반적인 관리체계 ▲핸드컨트롤 등 차량구조 개선 없는 공유 차량이나 렌터카 이용 한계 등이 대표적이다.
2018년 말 기준 전체 등록장애인 중 보호자 포함 약 20%인 51만7000명이 주차 가능 표지를 발급받았다.
문제는 보행상 장애가 있음에도 운전을 할 수 없거나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해 차량을 보유할 수 없는 장애인 수가 18만 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에게 주차표지가 발급될 경우 자칫 현재 전체 주차 면수의 3.62%(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전용주차구역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정책위원장은 “실태조사나 욕구조사 등을 통한 충분한 검토 및 사전 연구”를,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혜경 연구개발팀장은 “‘장애인등편의증진법 시행령’ 제7조의3 제2호 개정 등 현행 제도에서의 개선점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나 관계부처, 임차 및 공유 차량업체 등 다양한 관계기관들과 대안 모색 필요성” 등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 주차구역·오남용은 공통적인 존재… 해외사례 등 문제 대비한 제도 전환 병행
▲사진 왼쪽부터 김종배 교수, 이문희 관장, 이용석 정책위원 ©더인디고
반면 연세대학교 김종배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미국의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를,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문희 관장은 독일의 사례를 통해 사람 중심의 주차표지 발급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또 국내 도입 시 우려되는 문제 해결 방안으로 김 교수는 “주차표지 악용이나 불법주차는 물론 심지어 신고의무를 회피한 사람에게도 벌금을 부과하는 미국처럼, 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이 관장은 독일 사례를 들며 “주차카드에 유효기간과 운전자 사진 삽입을 통한 예방책과 더불어 부족한 주차구역을 감안, 주차표지 발급 대상자를 보행상 장애인 중심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장애인 주차표지. 차량에 걸 수 있는 플래카드 형식으로 장애인 운전자에게 발급됐다. /사진=토론 자료집
제시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결국 전용주차구역 부족과 주차표지 오남용 등은 표지 발급 대상을 떠나 어느 나라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용석 정책위원은 차량을 운행하는 장애인 당사자 10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정책위원은 “응답자 중 6명은 ‘다른 차를 이용할 때도 전용구역에 주차할 수 있다’는 찬성을, 3명은 ‘불법주차가 더 늘 것 같다’고 반대해 사실상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가 더 높게 나타났다”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응답자 중 일부는 ‘제도 변경에 따른 혼란’ 혹은 ‘발급대상이 어떻든 내가 원할 때 주차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4조제8항’에 규정한 전용 주차공간의 설치 비율을 개정, 물리적 확대 및 오용 문제를 고려한 제도 전환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특히, 대상과 서비스 등으로 제한하는 국내 복지제도의 특성상 누군가 탈락하지 않는, 세심한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 장애 혹은 경제적 이유로 차량 없는 18만명, 이동권 보장 염두에 둬야!
한편 이날 토론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박종균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사람 중심 발급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오남용 방지를 위한 단속 강화나 시민의식의 필요성” 등 원론 수준에 그치자, 토론을 주최한 한국장총 김동호 정책위원장은 “이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18만명은 차별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이 문제까지 포괄적인 접근은 결국 사람 중심의 전환인 만큼 과감한 추진”을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18만명에게 주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더라도 모두가 일시에 주차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주차 면수 또한 지역이나 업종 등에 따라 적은 곳도 있지만, 그렇다고 막연하게 모자란다고 하는 것 또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토론을 마무리했다.
한편 토론을 공동주최한 최혜영 의원은 이날 다양한 의견을 수렴, 사람 중심의 주차표지 발급 등 전반적인 주차문제 개선을 위한 법안 준비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최 의원은 불법주차 개선책으로 현행 과태료 20만원 이하를 1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 등으로 ‘장애인등편의증진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특히 기존 주차문제뿐 아니라 2019년부터 보행상 장애가 아니더라도 이동지원 권리를 확대·보장하기 위해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가 도입된 만큼 세부적인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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