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밸류자산운용이 약세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에 걸맞게 최근의 약세장을 가치투자의 기회로 삼고 있는 것. 가치투자의 전도사로 평가받고 있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마이너스 투자 시기에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장이 좋지 않을 때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게 고객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상황이 안 좋으면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작년 2000P까지 갔을 때 사고 떨어진 다음에 팔면 손실이 나겠죠. 물론 바닥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닥권에 있는 건 확실하기 때문에 주식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투신권의 경기방어주 매도를 어떻게 보는가.
주식이 과도하게 올랐을 때 (통신주 등 경기방어주가)낮은 가격에 거래가 됩니다. 과거 2000포인트 갔을 때 통신주들이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됐고 지금 가격이 똑같거든요. 지금 600P 떨어졌거든요. 충분히 방어를 한 거죠. 이제 지금 상황에서는 (경기방어주보다) 낙폭이 과대한 우량주들을 사는 게 더 메리트가 있겠죠.
Q. 판매채널도 다양화되나.
대부분 국내쪽입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만 팔다가 은행쪽으로 많이 늘렸구요. 외국계는 거의 없구요.
Q. 특정 상품을 장기 운용하고 있는데, 특별히 애착이 가는 펀드가 있나.
개인연금이 제일 깁니다. 10년간 납입하고 5년거치하고 분할 지급되기 떄문에 20-30년 걸립니다. 또 세제혜택이 따르기 때문에 급여를 받으시는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펀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매니저가 보유종목을 늘리는 것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자신감의 부재라는 비판이 있는데
맞습니다. 다만, 확실한 종목 보이면 집중투자를 하는 거구요. 저평가매력이 높지 않을 때는 분산해서 적절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 종목이 줄었다 늘었다 합니다. 2000포인트까지 가니까 아주 싼 종목이 드물어져 밑으로 퍼뜨려(분산투자해) 놓은 거구요. 지금 주식침체기간이 1~2년 가버리면 저평가매력이 높은 핵심우량주들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 때는 주변주보다 핵심주에 치중하는(종목 수를 줄이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9월 위기설’은 일단 기우였다.
그러나 이번주부터 이어지는 미국 대형 투자은행(IB)들의 실적 발표, 환율 강세 현상,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 소비 침체 등은 증시에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진은 그 깊이와 넓이를 알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증시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제공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추석 연휴 전 반등하며 코스피지수가 1477선까지 올라선 국내 증시는 향후 찾아올 이들 악재까지 충분히 반영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연말 코스피, 최저 ‘1600선’ 최고 ‘1800선’
주식운용본부장들은 지금의 증시 수준이 상당히 저점으로 투자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라는 데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CJ자산운용 김기봉 상무는 “국내 코스피지수는 경기 둔화를 이미 충분히 반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하나UBS자산운용 서정호 이사도 “그동안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던 인플레이션 문제와 미국 신용위기는 고비를 지나 해소 단계에 있다”면서 “국내 주가는 이런 불안 요인이 상당 부분 반영돼 향후 시장은 추가 급락보다는 점차 저점을 높여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서 이사는 연말까지 현재 주가 수준에서 20%가량의 상승은 기대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본부장들마다 연말 코스피지수 예상 수준은 다소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최고 1800선까지 내다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투신운용 양정원 상무와 CJ자산운용 김기봉 상무가 최고점을 1800대로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을 다소 보수적으로 내다보는 본부장들은 적어도 1600선까지는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요한 것은 지금 주가 수준인 1400선보다는 높다는 것이다.
PCA투신운용 김은수 전무는 “해외 금융시장 안정과 유가안정, 글로벌 거시경제지표 안정, 환율 변동성 축소 등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한다면 연말 이내에 1650 전후는 가능해 보인다”며 “그러나 미국 금융기관들의 추가 부실, 유가 강세 반전, 경상수지 불안 등이 이어진다면 낙관적 시나리오는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코스피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과매도 가능성을 생각해도 5% 전후의 추가 하락 위험만이 남아 있다는 게 김 전무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주식 직접 투자자나 펀드 가입자들은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 있다.
한국투신운용 김영일 상무는 “경기, 심리, 수급 측면에서 중기적으로 바닥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 적기”라며 “다만 정확한 투자 타이밍을 노리기보다는 투자 대상의 저평가 여부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장기 투자수익률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등 안정 속 금융시장 불안 남아
유가 등 인플레이션 요소, 미국 금융시장의 방향성, 국내기업 실적, 환율 등 자금시장 등은 추석 이후에도 여전히 국내·외 증시를 움직일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들 변수는 어느 하나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분할 매수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게 본부장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물론 배럴당 100달러 초반대로 떨어진 유가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표와 각종 자구책이 나오고 모기지 금리도 인하되고 있는 미국 금융시장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국제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안정 국면에 진입했고 미국 모기지 2개사의 국유화로 금융시장의 큰 위험은 감소되고 있다”며 “그러나 달러 강세로 인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환율시장과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 급락은 금융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