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길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하면서도 조화롭고 균형 있게 살아가고 있는 '화산 중학교' 이 칠 회 동창들...
초등학교를 거쳐서 중학교까지 9년 동안 함께 공부한 동창들의 모임을 '보라매공원' 에서 갖게 되었다
세월이 물처럼 흘렀어도 우리들이 해남을 사랑하는 순수함은 세월과 함께 흐르지 않고 우리들 가슴에 옹달샘이 되어 있었나 보다.
작년 11달 대치동 초등학교 "해남 향후" 에서 모임을 가진 이후로 이번 모임은 내게는 두 번째의 참석이었다.
모임의 당일은 (6월 15일 일요일) 장대비가 내리고 있어서 외출하기에 많은 망설임이 따랐으련만, 귀밑머리 희끗희끗한 친구들의 모습이 한 명씩 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사 십 명이 넘는 인원이 되었다,
삶의 굴곡을 돌아와 불혹의 나이에 만난 친구들, 듣기만 하여도 울컥거리는 신기루 같은 존재들이 내 앞에서 유월의 숲을 만들고 있었다.
망각의 방구들에 접어 두었고, 묻어 두었던 무언가를 하나씩 둘씩 꺼내어 펼쳐보니, 누구누구네 따스한 사랑방에 둘러앉아 황색 한들거리는 백열 전구아래서 재잘거리던 모습도 보이고, 수업을 미루고 농촌 일손 봉사로 보리 베기 모내기 등을 다녔던 일이며,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으러 다녔던 일 등을 나누느라고 입은 하마가 되어 가는 중이었다.
옛일을 투영하는 자리에 덩달아서 '보라매공원' 의 모든 꽃들은 제자리를 찾았다는 듯이 춤을 추고 있었고, 나무들은 한껏 푸르름을 자랑하느라 두 팔을 쫘악 뻗어내고 있었다.
운동장 위 스텐드에 자리를 깔고 그 위에 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추억을 뒤로 돌리기도 하고 앞으로 당기기도 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무성하게 키우고 있었다.
현재 이런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저런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서로가 굳이 묻지 않았고 자랑하지 않았으며, 시기하지도 않았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의 순간만을 소중하게 여겨 주었었고, 입은 작게 벌리고 귀는 크게 세우고 서로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세미한 음성이라도 담으려는 빈 가슴이었다.
우리들 중, 어떤 친구의 인생은 꿈의 계절인 봄이었을 것이고, 어떤 친구의 인생은 파란만장한 겨울이었을 것이나, 우리들 중에 어떤 친구가 걸레 같은 옷을 걸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세계가 귀한 것을 가지고 있다면,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귀한 친구인가!
빈 마음으로 대하고 거짓 없이 맞아주는 친구들, 선입관념을 가지고 모자란 구석을 헤집는 것이 아니라 채워주는 그런 어질고 착한 동창들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한 명 한 명 모두 안아주고만 싶었다.
"나를 낳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이룬 이는 벗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생의 모든 주도권을 휘어잡고 싶었었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귀영화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예기치 못한 고통의 잔여물에 의하여 흔들려 넘어지기도 하여 무릎이 까져서 걷기에 힘에 부칠 때가 있었을 것이다.
무게도 형체도 없는 나이의 숫자가 하나씩 얹혀 질 때마다 나이 듦을 인정하기보다는 맥없어 주저앉기도 하고, 무엇이 되고 싶은데 되어주지 않음에 절망도 하였을 테고 높은 자리에 앉고 싶은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수시로 무너지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주눅 들기도 하였을 테고 부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였을 우리...그러나 우린 산이 깊고 물이 깊은 곳 해남에서 태어나고 자라왔다. 그래서 그 어떤 사람들 보다 정신이 허약하지도 않고 체념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깟 명예나 직위는 한낱 겉치레일 뿐이니 삶의 본질을 알고서 가는 인생길이 어디인 줄 알고 가는 사람이 되자.
너희들은 인생의 설자리 앉을 자리가 어디이고 인생의 어느 노선에 머물러야 하는 줄 아는 자들이니, 값진 인생의 길을 찾아서 두려움 없이 가는 친구들일 것란 확신을 해 본다.
박하 향기 뿜어내는 너희들을 만나 함께 했던 내 하루는 즐거움의 자루가 크게 부풀어 올라 터지기 오 분 전 이었단다. 그래서 한 명 한 명의 어여쁜 얼굴들이 내 가슴에 각인되어서 돌아오는 길은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고, 강물 위로 쏟아지는 가로등 불빛마저 나를 심히 떨게 하였던 날이다.
우리 서로가 서로의 눈길에 미치지 않는 곳에 있다 하더라도 꿈에 부풀어 9년 동안 함께 공부하였던 추억 한줌 가슴에 담아 놓고서 시간을 조여가면서 어루만져가면서 통통한 삶을 살아내다가 그렇게 다시 또 만나자.
우리는 해남에서 태어난 자랑스런 해남인들,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해남의 훈풍이 어루만져 주고 있으니, 고향의 흙 내음과 부메랑이 된 부모님의 허리를 기억하여 힘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남다른 삶의 투지가 있고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는 집념이 있으니, 다음번에 만날 때까지 누구 하나 뒤로 쳐져 있거나 넘어져 있지 않았으면 한다.
한시도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삶의 현장에서 구두 뒤 굽이 닳도록 뛰면서 부단히 싸워 이겨내며 삶의 자리에서 굳건하게 서 있기 바란다.
나를 바라보는 나를 지켜보는 나의 반려자와 자식들이 있고, 부모와 형제가 있으니 또한 아름다운 친구들이 있으니 그들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넘어져지거나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첫댓글 고향을 닮은... 늘 고향은 마음의 쉼터이지요. 길손들과 어린친구들 낮설움과 같이하는 사람들... 천고마비의 계절입니다. 다시금 가을의 아름다움을 되새겨 보시길바랍니다
'안개꽃' 님 마음으로 맞아 주시어 감사합니다. 가을엔 모든 것들에서 알곡을 얻기를 바랍니다
고향이 우리를 낳아주었고 그리고 키워 주었기에 지금의 우리는 늘 그렇게 고향을 그리워하는거겠지요 좋은시간 되셨네요 그 힘이 늘 삶의 원동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글을 읽노라니 우리들 처음 동창모임 했을때 기분입니다
역시 수필가라 다르시군요
친구란 때와 장소를 초월하는 사이입니다
옛날에 거지로 살았더라도 지금 정승 판서로 살고 있으면, 그것이 영화로운 일이고 영광의 인생이라 할 수가 있겠지요. 모든 분들도 척박한 곳에서의 희망으로 키워 낸 인생의 결실 앞에서 살고 지내시리라 여깁니니다.
비망록을 펼쳐들고 그비망록에적힌 빼곡한 알알의사연들이야 재너머 인생의 사래긴밭을 다갈고난뒤에 반추해볼수있는아련함...나를낳은건 부모이지만 나를이룬건 벗이다....찍고갑니다.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