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절 칼럼]
1. ‘삼우제’, ‘삼오제’, ‘사모제’ 무엇이 정답일까?
글·송은석(대구시청년유도회 사무국장)
프롤로그
어제 필자는 ‘삼우제’의 집례(執禮)를 보았다. 필자의 대학 선배 부친의 삼우제였다. 우리 집안이 아닌 다른 집안의 상례에 집례를 본 셈이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도랑 하나만 건너도 남의 집 제사 집례는 보지 않는다’ 이 말은 집집마다 내려오는 고유의 예법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함부로 남의 집 제사에 나서지 말라는 의미다.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속담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유교의 성인인 공자도 다른 나라의 제사에 참례할 때는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이러한 공자의 모습을 보고 ‘누가 저 이를 두고 예를 안다고 했는가? 아무 것도 모르고 묻기만 하지 않는가?’ 하고 비아냥거렸다는 내용이 논어에 나온다. 과연 공자가 예를 몰랐겠는가? 아니다. 예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기에 ‘너와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겸손하게 물은 후 예를 행한 것이었다. 이것은 다른 집의 제례에 참석한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인가를 잘 알려주는 예이다.
하지만 오는 필자가 행한 행동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삼우제는 제례인데 좀 더 정확히는 상례 안에 들어 있는 제례이다. 상례는 슬픔으로 대표되는 예절이다. 따라서 상주를 비롯한 상제(喪制·상복을 입는 복인)들은 슬픔으로 경황이 없다. 그래서 상례는 복이 멀거나(망자와 관계가 멀어 상복을 가볍게 입는 자) 예를 잘 아는 사람이 도와 주관을 한다.
오늘날 우리의 상례는 이미 국적불명의 상례가 되었다. 유교·불교·기독교·천주교식 등으로 구분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구분은 장사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해당이 되지만 그 이후는 그렇지가 않다. 종교를 불문하고 일반적으로 행하는 ‘우제’는 유교예법이고, ‘49재’는 불교예법 또는 유교예법(칠칠제)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상례 때마다 행하고는 있지만 그 의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우제’에 대해 한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三虞祭’라 쓰고 ‘삼우제’라 읽는다
삼우제는 여러 별칭(?)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삼오제’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사모제’라고도 한다. 삼오제는 아마 장사 이후 ‘3일·5일 마다 행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사모제는 글자 그대로 ‘고인을 잊지 못해 사모의 정으로 행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은 모두 틀린 표현이다. 뜻은 그럴싸하지만 ‘삼오제’, ‘사모제’는 국적불명의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명칭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잘못된 표현이다.
장사 당일 처음 행하는 우제를 ‘초우’라하고, 두 번째 행하는 우제를 ‘재우’, 세 번째 행하는 우제를 ‘삼우’라고 한다. 따라서 ‘삼우제’가 정확한 명칭이다. 그런데 예라는 것은 시속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3천 년의 역사를 지닌 ‘삼우제’를 밀어내고 ‘삼오제’, ‘사모제’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우제’는 유교의 예법 중 상례 속에 있는 조항이다. 수천 년 세월에 상응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그 가치나 의의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 옛날부터 해왔으니까 영문도 모른 체 그냥 흉내만 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유교에는 「삼례(三禮)」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예(禮)를 주로 다룬 유교 경전 3가지를 말한다. 주례·의례·예기가 그것이다. ‘우제’는 「삼례」에 모두 언급이 되어 있다. 주례·의례는 주나라(B·C 1027-B·C 771) 창업 당시의 인물인 주공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예기는 그 후대인 전한시대(B·C 202-A·D 7)에 정리된 것이다. 따라서 놀랍게도 무려 3천년 세월을 지켜온 예법이다. 하지만 이 예법은 이제 중국에서도 명맥이 끊어져 지구상에 오직 우리 대한민국에서만 계승되고 있다. 어떠한가! 정말 놀랍지 않은가?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예법이기에 3천년을 살아남았을까?
우제
솔직히 우제의 의의를 알고 나면 상례 기간 중 이 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제례가 있겠는가 싶을 정도이다. 우리의 전통의례는 크게 「관례·혼례·상례·제례」로 구분이 된다. 이 「관혼상제」를 한데 묶어 「사례(四禮)」라고 칭한다. 이 중 「상례(喪禮)」는 죽음과 관련된 의례이다. 망자의 시신을 땅에 묻는 일을 장사(葬事·葬禮)라고 한다. 이때부터 ‘제사’가 시작된다. 다시말해 평상의 제사는 상례 안에 들어 있는 상중제례(喪中祭禮)의 하나인 이 우제를 기점으로 하여 서서히 평상의 제사로 옮겨가는 것이다. 상중제례는 「우제→졸곡→부사→소상→대상→담제→길제」로 이어진다. 이들 절차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남겨두고 오늘의 주제인 ‘우제’로 다시 돌아가 보자.
‘우(虞)’자를 자전에서 찾아보면 ‘생각할 우, 근심할 우, 헤아릴 우, 걱정 우, 잘못 우, 즐길 우, 우제 우, 순임금성 우, 벼슬이름 우, 성 우’ 등의 설명이 나온다. ‘우제’라는 명칭은 이들 의미 중에서 ‘근심하고, 걱정하고, 헤아린다’ 는 의미를 빌려온 것이다. 말하자면 우제는 ‘근심거리를 염려하고 헤아려 편안하게 하는 제사’라는 뜻이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는 현상을 죽음이라고 한다. 유교에서는 이때 ‘혼승백강(魂昇魄降)’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본다. 영혼에 해당하는 혼은 하늘로 오르고, 육신에 해당하는 백은 아래로 내려간다는 의미다. 이를 장례에 한번 대입해보자. 방금 땅 속에 묻힌 저 망자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과 백이 함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백’은 땅 속에 묻혔고 ‘혼’은 ‘백’을 떠나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유교에서는 이러한 혼승백강 상태의 ‘혼’을 두고 이렇게 인식했다.
‘지금 저 혼령은 얼마나 두렵고 무서울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혼’과 함께 있던 ‘백’이라는 친구가 ‘혼’을 버려두고 홀로 저 어두운 땅 속에 묻혔으니 말이다. 저 혼령은 이제 무엇에 의지해야 하나? 차마 저 혼령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유교에서는 이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을 저 혼령을 위해 ‘우제’라는 제사를 준비한 것이다.
우제의 핵심은 아무래도 ‘초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초우는 장사 당일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곧장 올리는 제사이다. 슬픔으로 경황이 없는 상중에 왜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초우’를 지내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나면 우제의 핵심이 ‘삼우’에 있는 것이 아니고 ‘초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의 우제를 한번 예로 들어보자.
장사 때 장지까지 가는 일은 대체로 남자 복인들이었다. 요즘처럼 남녀구분 없이 모두 장지에까지 간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미리 파놓은 광중에 관을 넣고 흙을 메운다. 이때 메우던 흙의 높이가 주변의 흙 높이와 비슷해지면 ‘제주전(題主奠)’이라는 일종의 의식을 행한다. 이는 미리 준비해간 신주(神主)에 글자를 써 넣어 ‘새신주’를 만들었음을 알리는 일이다. 요즘의 ‘평토제(平土祭)’에 해당하는 절차로 볼 수 있다. 이 때 읽는 ‘평토축’의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모년 모월 모일에 00아무개가 아버님께 아룁니다. 형체는 무덤 속으로 가셨지만 신령은 집안으로 돌아오십시오. 신주가 이미 이루어졌으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높으신 신령께서는 옛 것을 버리고 새것을 좇아 여기(신주)에 기대고 의지 하십시오]
그렇다. 두려움에 떨고 있을 영혼에게 이제는 체백을 버리고 신주에 의지하기를 고하는 것이다. 이 절차를 마치면 몇몇 사람만 남겨 뒷일을 부탁하고 곧장 신주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를 혼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여 ‘반혼(返魂)’이라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봉분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서둘러 집을 향해 떠난다는 것이다. 이는 혼령을 위로하기 위한 ‘초우제’를 모시기 위해 한시라도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서들을 참고해보면 ‘초우’와 관련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내용이 바로 이 부분이다. 교통이 좋지 않던 시절에는 하루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많았을 것이다. 이때는 여관에서라도 ‘초우’를 모시되 반드시 그날 안에 행하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우제’의 모든 기준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혼령’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아버지의 일이라고 가정해보라. 아버지의 혼령을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
초우·재우·삼우
요즘은 아무래도 ‘삼우’가 대세인 것 같다. 장사 이후 헤어졌던 친척들과 지인들도 ‘삼우제’ 때 다시 모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예법에서는 우제를 집에서 모신다. 그러나 요즘은 산소에서 모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연유가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다. 전통적인 상례에서는 장사에 여자들은 따라가지 않았다. 또한 남자들도 장사 당일은 봉분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서둘러 반혼을 했다. 그래서 ‘삼우’가 되면 남·여의 복인들이 치장이 마무리된 묘소를 찾아보았던 것이다. 요즘 묘소에서 삼우제를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여기에서 유래된 바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예라는 것은 시속을 반영한다. 따라서 ‘삼우제는 묘소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이제 별 설득력이 없을 것 같다. 초우·재우·삼우의 내용을 도표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첫댓글 잘 배우고 갑니다
졸곡에서 길제까지도 부탁합니다
노력하겟습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
재우제의 유일과
삼우제의 강일에 대한 설명도
함께 다시 올려 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
요즘은 장례를 마치고
성분 축 독축하고
다음 날을 재우
3일 째 되는 날을
삼우제로 알고 있다네요.....
잘읽었읍니다.의미있는 예를 터득해서 지키면 좋겠네요.
오늘도 잘 배웠습니다.
조금 더 알고 예를 행할 수 있겠네요.
후속편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3천년이라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우제'를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