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 남산 국악당에서 열린 <한국명작 무대제전>에 초대받아 다녀왔었다.
한국 무용계의 걸출한 인물들이 펼친 감동깊은 가을밤의 축제였다.
유년시절, 평범한 촌부에 지나지 않은 아버님과 어머님의 판소리와 춤을 보며 자랐던 탓에
국악 공연을 보거나 들을 때면 그 흥과 멋이 나에겐 너무나 자연스럽고 내 영혼에 체화되어 있는 느낌을 갖게 하곤 한다.
특히나 한국 무용에 있어 지극히 한국적 자연과 한국인의 심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 선의 미학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철학자의 혼은 그의 머릿 속에 살고 있고, 시인의 혼은 그의 가슴에,
성악가의 혼은 그의 목 안에 있음을 알 뿐이다. 그러나 무용가의 혼은 그의 온 몸안에 떠나지 않고 머물고 있다>
는 철학가이자 시인인 칼릴지브란의 말이 있지만
무용, 특히 한국 무용에 있어서 발끝에서부터 손끝으로 이어지는 그 춤선의 아름다움은
철학자와 시인과 성악가의 혼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의 정수같다.
흔히들 한국 무용, 즉 우리의 춤은 손으로 추는 선線의 예술이라고 한다.
서양 춤은 몸의 선이 들어나는 옷을 입고 추는데, 우리 춤은 몸을 가린 채 손만 드러내놓고 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손이 중심이 되고, 다른 부분은 손에 맞춰 춤을 완성한다.
그 한국 무용은 한국의 자연과 문화가 그 춤 선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다.
정상에서 낮으막하게 흘러내리다가 끝에서 살짝 치어 오르는 한국의 산들
기와집의 지붕에서 흘러내리다 살짝 치며든 처마끝의 그 선율같은 곡선 등등
춤꾼이 딛고 돌아서며 올리는 버선코와 휘감고 돌아가는 옷깃하며
손가락으로 표현되는 선의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어찌 그리 닮았는지...
한국무용을 보다보면
나는 그 버선코에서 손끝으로 이어지는 그 선의 미학에 정신이 혼미하다.
특히 지금까지 본 여러 춤꾼 중에서도 김정학씨가 보여준 조흥동씨의 작품 <한량무>는 압권이었다.
한량무는 일명 선비춤, 신선춤이라고도 하는데, 마치 학이 구름 위로 비상하는 형상을 나타내면서
인생무상을 노래하듯 많은 여운을 남기는데
버선발을 사뿐이 뒤로 돌어 올리며 허리 뒤로 장삼을 치고 올라가 손가락으로 세상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듯한
그 선의 아름다움...
그 춤을 받치는 대금 산조의 유장悠長한 가락 선은 또 어떠한가.
그래서 음악의 선을 선율旋律이라 했던가?
물론 선線과 선旋은 그 의미가 다르지만...
그 보이는 동작의 선과 보이지 않는선율旋律이 달빛 아래 하나가 되어 출렁이는 것 같은 한량무 때문에
그 밤 내내 나는 잠들지 못한 채 뒤척여야 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 나는 다시 국립국악당에서 열린 대금연구회가 주최한 대금 연주회를 듣고 왔다.
특히 4명의 연주자가 장고의 장단에 맞춰
소리너늠 계보의 산조가락을 합주와 독주로 번갈아 가면서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 선율위에서 춤추는 <한량무>와 <승무>의 춤사위, 그 춤선을 생각하고 있었다.
버선코 돌아서며 멎을 듯 멎지 않는 호흡 한자락처럼
허리 춤을 휘감고 올라가는 장삼 한자락
마침내 손끝에서 우주를 파破하는 여리고 여린 손끝과 손끝...
오늘밤 나는 꿈속에서 어쩜 달빛 출렁이는 뜨락에서 대금을 비껴든 채,
밤새 한량무를 추는 춤꾼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긴 시간, 길 위를 달리다보니 유튜브로 여러 음악을 듣게 됩니다.
5060 노래도 듣고, 팝송도 듣고, 통기타 가수들 노래 모음 등등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
이번주 잎들을 떨구고 나목으로 변해가는 나무숲 옆을 달리다가 우연히 대금연주 모음을 들었습니다.
대금과 퉁소 연주가 그렇게 그 풍경과 잘 어울릴 줄 몰랐습니다.
바람과 나무가 화합하며 만들어내는 그 소리가 숲으로 그냥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요.
플루트와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길 달리며, 괜히 자랑스럽고 뿌듯하도 그리고 고국산천이 그리워졌습니다.
아 외국에서 사시는 군요.
잠깐만 나가있어도 고국이 그리운데
외국에서 살면 늘 그리운게 고국 산천일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한국의 멋, 한국의 미가
글속에 다 담겨 있습니다.
기와지붕의 양 처마의 맞닿음,
버선코, 여성 저고리의 선과 같이
곡선미가 생활속에 내재해 있지요.
'한국무용도 아름다운 선의 움직임 속에
그 율동미가 담겨 있는 것' 처럼
우리의 음악과 음률이 그러하듯
달빛 교교히 흐르는
대금 연주에 취한
단풍나무숲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
시골에서 태어났다는 것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삽니다.
ㅎㅎ꿈속이라고 했어야 했는데
춤은 아예 형태도 흉을 못냅니다.
그래서 콜라텍도 못가구요.ㅎㅎㅎㅎ
그 밤 내내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ㆍ
어젯밤 책을 보다
하루처럼 지나가는 인연들ᆢ
이 대목에 잡혀 꼬박 날을 샜습니다ㆍ
곡선의 미학
한춤에 대한 사유 잘 읽었습니다 ㆍ
축구보다
골인!
골인!
야호
대한민국
하루처럼 지나가는 인연...
수많은 인연이 그렇게 하루처럼 스쳐지나가기도 하지만
평생을 두고 가슴 아파하는 인연도 있습니다.
그런 인연들도 내가 사라지면 다 무無로 돌아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