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즈베레프 VS 시너
몇 시간 전에 US 오픈의 16강 마지막 경기인 즈베레프 대 시너의 경기가 끝이 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세트 스코어 3-2로 즈베레프가 이겼는데, 오랫동안 회자될만한 처절한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1세트를 즈베레프가 가져간 상태에서 2세트 시합 도중 시너의 다리에 경련이 일어납니다.
롤랑가로스에서 알카라즈의 경련만큼 심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경기력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너는 중간 중간 걸어다닐 때는 절룩거리는데, 플레이 도중에는 부상을 입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케하는 슈퍼 샷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며 2세트를 가져옵니다.
3세트는 즈베레프가 가져갔지만, 4세트를 다시 시너가 가져오며, 마지막 세트까지 게임을 진행시켰지만, 시너는 결국 부상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며 마지막 세트를 내어줍니다.
이 게임의 가장 대단한 포인트는 뭐니뭐니해도 시너의 멘탈, 끈기, 집중력이었습니다.
네트 체인지 도중에 양 쪽 다리 모두에 경련이 와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선수가 만들어내는 슈퍼 플레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시너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그에 대한 특별한 애정은 없었는데, 이번 경기로 완전히 반해버렸네요.
한편, 즈베레프도 굉장히 어려운 경기를 치뤘습니다.
시너를 상대하는 것은 절대로 죽지 않는 좀비를 상대하는 것처럼 공포스러운 일이었을 테고,
시합 시작부터 계속해서 강타와 강서브를 퍼부어댄 탓인지 4쿼터 중반쯤부터는 즈베레프도 체력이 고갈되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시너의 부상 투혼에 호응하여 관중들은 일방적으로 시너를 응원했고, 즈베레프에게 야유를 보내다가 퇴장당한 관중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예전의 즈베레프였다면 진즉에 성질 폭발하며 게임을 던졌을 것 같은데, 끝까지 멘탈을 부여잡고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을 보니, 즈베레프도 많이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는 즈베레프가 이겼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시너가 가져가버린, 즈베레프로서는 좀 억울한 경기였을 것 같네요.
그래도,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비교도 안될 만큼 훨씬 좋겠죠.
https://www.youtube.com/embed/Fi2SUoN5j5w
2. 8강 이야기
드디어 8강 대진이 완성되었습니다. (https://www.atptour.com/en/scores/current/us-open/560/draws)
- 알카라스(1) vs 즈베레프 (12) : 상대전적 2-3
- 메데베데프(3) vs 루블레프(8): 상대전적 5-2
- 티아포(10) vs 쉘튼(47): 상대전적 0-0
- 조코비치(2) vs 프리츠(9): 상대전적 7-0
제가 알카라스 팬이니, 전지적 알카라스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대진표를 처음 봤을 때, 16강 노리, 8강 시너, 4강 메드베데프의 예상 대진 상대들을 보면, 조코비치 쪽보다 알카라스 쪽이 너무 빡센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노리가 아르날디(61) 선수에게 패하고, 시너가 메드베데프에게 패하면서 훨씬 할만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즈베레프에게 2-3으로 상대전적에서 뒤져 있지만, 알카라스가 본격 각성한 2022년 이후로는 2-1로 앞서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시너와의 경기를 보니 드롭 샷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 알카라스에게 아주 많은 참고가 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즈베레프를 이긴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4강에서 메드베데프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US 오픈의 메드베데프가 무섭기는 한데, 최근의 경기들에서 알카라스가 메드베데프를 압살하고 있어, 메드베데프에게는 알카라스가 극 상성인 것으로 보입니다.
즉, 알카라스의 결승 진출 가능성이 꽤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조코비치의 경우 프리츠와 티아포를 맞붙게 될텐데, 미국 선수들에 대한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하에서 경기를 하게 되겠지요.
특히, 티아포가 요즘 폼이 괜찮아서 조코비치를 좀 괴롭혀 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조코비치가 질 거라는 생각은 별로 안드네요.
알카라스와 조코비치의 수퍼 매치가 슬슬 다가오는 것 같아 벌써 두근두근합니다.
하지만 물론 스포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것이기에 아직 확신은 금물이겠지만요. ㅎㅎ
첫댓글 조코도 진짜 롱런하네요
대단하죠. 적어도 내년까지는 끄덕 없을 것 같습니다.
요번은 조코 봅니다
제목은 조금 수정하심이 어떠실까요? 여자부 이야기는 없는거 같아서요.
과거엔 테니스가 여자부가 더 인기 있던 시절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슈퍼스타 에버트, 철의 마녀 나브라틸로바, 청춘의 우상 그라프, 천재소녀 힝기스, 무적의 윌리암스,
스타일리스트 에넹, 완벽한 테크니션 클라이스터스, 모델같은 샤라포바까지....
요즈음의 WTA는 조금은 아쉬운건 사실이네요. 엄청난 포스를 보일거 같던 즈비옹택의 하락세, 멘탈이 들쭉 날쭉한 사발렌카, 정말 대단히 쭉 올라갈거 같던 리바키나, 라켓의 마술사 자베르..
사실 이 4인방이 계속해서 독점하리라 생각했건만 이중 3명이 8강도 못올라가고 다 떨어졌습니다. 이래가지고는 부흥은 힘들다고 봐요.
혹자들은 윌리엄스 자매들의 독주로 인기가 하락세라고 하지만, 전 생각이 다릅니다.
윌리암스 자매들의 압도적인 기량속에서도 충분히 그들을 위협하고도 남을 기량의 에넹,클라이스터스,샤라포바 등등 라이벌급의 실력또한 만만치 않았어요. 그리고 충분히 그 인기도 대단했구요.
누군가가 천재적인 플레이어들이 나와야 하는데...그점이 아쉽네요. 2년전, 10대 소녀들의 반란(라두카누와 페르난데스)으로 잔뜨 기대감을 가졌건만...
역시나 실망만을 안겨주고, 정말 강자들을 다 제압하고 올라오던 페르난데스조차 요즘은 복식에서만이 두각을 보이고 있어요....여자 테니스의 부흥을 기다려봅니다.
본문으로 돌아가면..
아무래도 조코비치와 알카라자의 결승전밖에 기대되질 않네요. 제가 흥이 많은 프랜시스 티아포를 무척 응원하지만, 멘탈이나 기량면에서 저들을 이긴다는 생각은 못하겠어요.
작년 프랑스 오픈에서 나달과의 명경기를 펼친 즈베렙이지만, 지금 미국오픈에서 흥이 오를대로 오른.(제 뇌피셜이지만, 나이키 로고를 나달이후로 최초로 받는다는 생각에 미국에서 더더욱 즐거운 테니스를 치고 있어 보입니다.) 알카라즈를 꺽긴 어려울거 같네요.
두 선수 모두, 포 백이 거의 완벽하고, (작년 프랑스 오픈에서는 즈베렙이 이겼습니다.), 클레이의 강자인 알카라즈가 진것도 꽤나 의미있는 경기였지만, 이후 더 성장한 알카라즈라면...그의 경이로운 풋워크는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겠어요.
어쩜 그렇게 신명나게 움직이는지...특히 백스탭으로 턴어라운드로 휘감아치는 포핸드의 모습은 과거 페더러의 포핸드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거기에 아주 단단한 백핸드도 일품이예요. 조코의 그것이 더 뛰어나긴 하지만...
@Hornacek 한사람의 테니스 동호인으로써,그리고 테니스 팬으로써 알카라즈의 신선한 등장은 너무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예요. 하지만, 전 언제나 너무너무 열심히 뛰는 젊은 혈기가 걱정이 되네요.
다른사람이라면 절대 못받을 역동작에 걸린 볼들은 모두 뛰어들어 잡으려고 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전 너무 위태위태 합니다. 얼마나 위험한 동작인지 볼때마다 불안하네요.
8강의 즈베렙, 4강의 메드베뎁(물론 루블렙이 올라올수도 있습니다.) 모두 좀비같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라, 체력관리를 받드시 해야하는데....역시 그랜드슬램은 너무 힘든 난관의 연속이지요.
상대적으로 조코비치의 바텀드로우가 조금은 힘이 덜 들수도 있지만..(물론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라 쉽지는 않을겁니다..게다가 미국선수들. 프리츠,티아포,쉘튼....홈코트의 잇점이야 우리 느바팬들이면 누구보다 잘알지요)
그래도 상대적으로 알카라즈보다는 난이도가 어렵지 않아 보여서, 결국 결승에선 젊음의 패기와 노장의 투혼이라는 너무나 식상한 멘트를 쓸수 밖에 없는 가장 흥미로운 대결이 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올해 특히 프랑스,윔비에서 각각 1:1이라, 최종의 대결이 되니 더욱 흥미로워 지네요. 전 두선수 누가 이겨도 모두 사랑합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여자 테니스에 대해서는 남자 테니스만큼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적어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시비옹텍이나 자베르 같은 선수들에게 관심을 좀 갖고 있었는데, 요즘 폼이 시원치않아서 여자 테니스에는 눈이 잘 안가더군요. 그렇다고 제목까지 수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여자 테니스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US 오픈 이야기가 아닌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식으로 따지면 US 오픈 이야기를 하려면 복식 이야기까지 해야겠지요.
저는 잘 모르겠던데, US 오픈에서는 알카라스가 무리하게 공을 따라가는 것을 좀 줄였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알카라스도 특히 운영 측면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성장해 가겠죠.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몸이 플레이를 견디지 못한다면 슬프지만 그게 알카라스의 한계이겠죠.
오랜만에 테니스 판이 활기가 넘쳐서 즐겁습니다. 덕분에 밤잠은 설치고 있지만요.
@沙野 아..그랬군요...혹시 불쾌하셨으면 사과드립니다. 저는 그런 의도는 아니였고, 요즘 어디서든 ...예를 들면 윔블던이야기,호주오픈 상황..뭐 이런글 눌러보면 대부분 남테 이야기만 나오니, 한사람의 테니스 팬으로써 조금은 섭섭하긴 해서요.. 하긴 제가 뭐라고.....
저도 사실 요즘 남테가 훨씨 재미있습니다. 여테에 대한 실망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이번대회도 자베르를 응원했지만...제가 좋아하는 크비토바는 이미 완연한 노쇠화로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서요...관심이 많이 덜가는것도 사실이네요.
앞으로도 미국오픈 테니스 이야기 많이 올려주세요.
8강에 미국선수 3명이 흥미롭네요. 쉘튼 알카라스 시너 등 젊은 선수들이 에너지고 넘치고 볼거리 많이 제공해서 요즘 테니스 참 재밌습니다 ㅎㅎ
페더러 은퇴 이후 요즘이 제일 재밌는 것 같습니다. ㅎㅎ
예상대로 조코비치가 프리츠를 쉽게 이겼네요. 그리고 티아포와 쉘튼 경기가 진행중인데, 쉘튼 선수가 정말 대단하네요. 티아포가 쩔쩔매고 있습니다. 왼손잡이인데 강력한 스트로크와 이미 세계 최소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서브를 가지고 있군요. 작년에 ATP에 뛰어든 20살의 어린 선수인데 미래가 촉망됩니다. 알카라스와 라이벌리를 이룰 수 있는 젊은 선수가 하나 추가되는 것 같네요.
타미폴과 티아포...연속으로 미국선수를 물리치고, 이제 조코비치를 만나겠군요. 백전노장의 노련함과 진짜 패기의 ...정말 쉘튼의 강심장과 혈기는 알카라즈의 그것이상으로 보이더군요. 셋포인트 티아포의 3세트 그 상황에서 그런 다운더라인을 터트리는거 보고, 이경기는 쉘튼이 잡았다 생각되었습니다. 4셋은 안봤어요. 이미 티아포는 심정적으로 멘탈적으로 졌어요.
티아포의 심기일전을 바래봅니다. 다음 호주오픈에서는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길...
@Hornacek 쉘튼의 강심장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세컨 서브에서도 140마일을 넘는 서브를 넣다가 더블 폴트도 많이 했구요. 특히 타이브레이크의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연속 더블폴트를 하고도 그 세트를 가져오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무모하기까지 한 과감함이 조코비치와의 대결에서 어떻게 드러날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