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고서점인 알라딘에 들러 전에부터 사려고 메모해 두어었던 리스트를 꺼내
검색대로 가서 자판을 두드렸다. 먼저 '표해록'을 입력하여 두드렸다. 표해록( 漂海錄)이란 문자 그대로 바다에서 표류한 기행록이다. 표해록에는 1488년(성종19) 최부가 지은 것, 1771년(영조47) 장한철이 지은 것과 1816년(순조16)정약전이 대필한 어상 문순득의 표해기행록 등이 있다. 이상의 표해기행록의 줄거리는 이미 다 들어서 대략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책을 빌려서나 사서 읽어 본 적은 없었다. 소위 뱃넘 출신으로서 더구나 해양문학을 사랑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연구자는 아니더라도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재고가 없다고 나왔다. 허기사 베스트 셀러나 유명한 고전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 수가 없는 특수분야여서 당연지사로 생각되었다. 다음에는 '대항해시대'를 입력했더니 두 권이 나왔다.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삽화 위주의 그림책과 대항해 시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에 대한 설명이었다. 마지막으로 '난중일기'를 쳐 넣었더니 마침 재고가 있어서 3권을 사서 나왔다.
글을 쓰다보면 가끔 표현이 막힐 때가 있다. 유명한 작가들은 없는 말은 자신이 지어내기도 한다.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므로 표현어사전이라도 있다면 들춰 보고 골라서 쓰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측면에서 혹시 '표현어 사전'이 있는지 자판을 두드려 보았더니 검색결과는 '꽝'이었다. 허긴 그런 책이 있다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소설가도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동안'이란 단어가 나는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송골매'나 '보라매'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몽골어라는 것이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우리말 뿐만 아니라 친절하게도 일본어 중국어까지 나온다. 물론 일본 중국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에서는 역을 참(站)이라 한다. 중국의 참자도 몽골어라는 것이다. 중국이 몽고의 지배를 받았을 때 들어온 것이고 우리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본래는 몽고에서 유목민들이 말을 타고 가다 쉬는 지점을 참(站)이라 했는데 한 참에서 다음 참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말이었다가 나중에는 한 역참에서 다음 역참까지 다다를 정도의 시간을 나타내는 말로 바뀌었다고 한다. 말을 타고 가다가 쉬어가야 하는 역(참)에서 다음 역까지 가려면 상당한 거리를 가야 하고 시간도 꽤 걸려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는 동안'이란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