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회원분들께서 출산율 올리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거기에는 이런 질문을 한번 해봐야죠.
"출산율을 어떻게 올리느냐?"
보통 다들 복지사회를 이루면 저게 가능하다고 말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가 않다고 봅니다. 적어도 어지간한 복지사회 가지고는 그게 안되요.
이미 자유게시판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살기가 힘들어서 출산율이 낮은것이다, 이런류의 주장은 강력한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식으로 따지면 출산율이 선진국 > 후진국이어야죠. 출산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식들이 전근대 사회에서마냥 더이상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자식들 낳아놓으면 노후안정이 되었었는데, 이제는 자식들을 낳으면 성인이 되기까지 애들 키우는데에 수십만불이 들지요 (최근 미국 조사결과를 기준으로 한 금액). 이는 아동노동을 금하고, 아이들을 20대 중반이 될때까지 초중고대학 교육 시키는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거기다가 애들에게 이런저런 부가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소위 선진사회의 딜레마일수밖에 없어요.
물론 한국이 사교육비와 한국사회 특유의 허세때문에 육아비용이 타국보다 더 비싸기는 하겠죠. 그런데 이걸 정책적으로 고칠 방법이 있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두환이라도 다시 나타나서 과외 금지시키고, 국회에서 사치세라도 통과시켜야 하나요?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별다른 수가 없다고 전 봅니다.
결국 출산율이 올라갈려면 육아비용이 내려가야 합니다. 한국의 특수하게 높은 육아비용을 타 선진국 수준으로 내리는데만 해도 이미 수십년이 걸릴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내려놓고도 출산율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고요. 애 키우는것 자체가 뭘 해도 비싼데 어쩌겠습니까? 뭐를 해도 이민 없이 출산율을 올리는 데에는 자식을 키우는 수백만의 가정에 두당 수억원의 지원을 대략 20년간 해줘야 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 수억원은 지금 한국의 세율가지고 부담이 가능한 액수가 아니죠. 결국 출산율을 인구 유지가능 수준인 2.1명으로 올릴려면 북유럽 수준의 복지국가와 그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높은 세율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게 2012년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현실하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내요. 이쪽으로 점진적으로 가는 방법을 구상해야지, 그냥 막무가내로 당장 '뭔가' 해내서 출산율을 올려라... 이건 아니죠. 아마 수십년이 걸리는 과정일겁니다. 아예 도달 못할지도 몰라요. 한국보다 좌파 사회운동이 훨씬 더 강한 북미, 서유럽국가들중에서도 여기까지 간 나라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 기간동안 인구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줄수 있는 이민이 필요한겁니다.
한국의 '적정인구'는 지금 5천만보다 적은 XXX명이다, 유럽 소국들은 인구 적어도 잘산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 들리는데요, 이건 현실성이 없거나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는 소리입니다. 그 '적정인구'는 누가 책정한답니까? 그리고 유럽 소국들은 인구가 적어서 잘사는게 아니라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잘사는 겁니다. 한국 인구구조의 진정한 문제는 인구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고령화'이고, 고령화되가는 사회의 끝은 일본과 그리스입니다.
디씨나 일베에 가면 수많은 일빠들이 일본은 괜찮다, 아직 강력하다, 이런식으로 얘기를 하죠. 아직은 강력하죠. 하지만 지속되는 디플레와 계속 올라가는 사회보장비용을 수십년간 감당해낼 장사는 아무도 없습니다. 뭐 인공지능이 달린 로봇이라도 만들어서 일을 시키지 않는 다음에는요. 일본도 뭔가 대단한 개혁을 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지금 그리스꼴이 날것이고, 고령화 사회는 그와 같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중 하나입니다.
결국 어느정도의 이민은 필수적이에요. 한국 사회가 무슨 거대한 국제주의적인 음모에 휩싸였기 때문에, 혹은 시민들을 일부러 못살게 굴게하기 위해 저런 소리가 나오는게 아니죠.
-------------------------------------------------------------------------------------------------
너무 궁시리궁시리 쓴것 같아서 하는 요약:
1. 출산율을 이민 없이 복지만으로 올리는 데에는 엄청난 사회적인 부담이 필요하다.
2. 그 사회적인 부담을 가능하게 할수 있는 체제는 현 한국 상황에서 아직도 수십년은 기다려야 하는 일이다.
3. 그 수십년간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민이 필요하다.
4. 인구가 줄어도 아무 문제없을것이라는, 혹은 심지어 더 잘살게 될것이라는 상상은 그냥 상상일 뿐이다.
그러니까 고령이라고 중년이나 청년보다 더 좋은 대접을 할 필요가 없다.... 라고 쌀을 풀어도... 위계질서가 확실히 잡힌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겠군요.
사무직이나 단순노동 등은 별 숙련도 없이도 잘 되요. 특히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숙련도가 있었던 경우에는 별로 트레이닝 할 필요도 없죠. 고등학교 끝나고 일부러 대학 안가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 (gap year라고 부르죠), 그러다가 대학 가서 공부하다가 방학때 내려와서 일손 부족하면 돕는 식으로 많이 일하죠. 제 지인의 아들도 고등학교 때부터 일하기 시작한 경험으로 방학 때마다 와서 일하면서 용돈 버는데요.
.....하지만 역시.... 직접 체험해 보시지 않으면 잘 모를 겁니다. 직업에 관한, 나이에 관한 문화차이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지요.
예를 들면 호주에서는 제가 제 친구 아버지 (60세) 를 그냥 이름으로 부르며 야자 까는데 한국에서 이러면 정말 '버릇없는' 짓인 것 처럼요.
자기 아버지를 이름으로 부르며 야자하며 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나이차이가 크게 나도 서로를 존중하니 나이가 많아도 젊은 사람보다 돈을 덜 적게 받아도, 직급이 낮아도 별로 거부감이 없습니다...
또한, 한국은 젋은 사람을 너무 지나치게 선호하는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