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남쪽에는 페루가, 동쪽에는 브라질과 볼리비아가, 북쪽에는 에콰도르와 콜롬비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서쪽에는 태평양이 있다. 페루에 인간이 처음 출현한 것은 기원전 9000년경이었다. 시베리아에서 베링해협을 건너온 뒤 북아메리카를 거쳐 남하한 종족이었다. 이들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기원전 1800년경까지 태평양 연안을 따라 노르테 치코 문명을 이루며 살았다. 뒤를 이어 계속 땅의 주인이 바뀌면서 쿠피스니케‧차빈‧파라카스‧모치카‧나스카‧와리‧치무 문명을 이루며 살아왔다.
15세기경에 수립된 잉카제국은 이후 100여 년 동안 남아메리카 역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다. 1532년 스페인 해적대장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180명의 해적들을 이끌고 이 땅에 도착했다. 그는 잉카제국의 황제를 유인하여 살해함으로써 3만 명의 군대를 무력화시키고 잉카제국을 정복했다. 이후 페루는 1824년 독립할 때까지 스페인의 식민지로 잔인한 학살과 수탈을 당해왔다. 페루의 영토는 128만 5천㎢로 한반도의 약 5.8배이며, 인구는 약 3100만 명이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심하여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대에서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다. 우리나라와는 1963년 국교를 수립했으며, 2010년에는 <한‧페루 FTA협정>을 체결하여 지속적으로 교역량을 늘려가고 있다.
아프리카나 남미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페루에 가려면 사전에 A형 간염‧파상풍‧황열병‧장티푸스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 네 가지 예방접종 증명서가 없으면 입국이 금지된다. 손미나는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기 전의 공포와 맞을 때의 고통에 대해 장장 3페이지에 걸쳐 엄살을 떨어놓았다. ‘뼈만 남기고 다 뜯어먹을 듯 달려드는 모기떼, 피부에 치명적인 적도 인근의 햇빛, 사막의 모래바람, 변덕이 심한 날씨, 해발 3000미터를 오르내릴 때 사람을 빈사상태로 몰아넣는 고산병, 험준한 산악지대와 호수를 건널 때의 배멀미’ - 그녀의 엄살은 페루에 발을 들여놓은 뒤에도 끊이지 않아 마치 페루 여행을 말리기 위한 여행기 같다. 그럴 걸 왜 갔는지.
손미나는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과 그 준비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2페이지에 걸쳐 설명해놓았다. 여행기를 쓰기 위해 꼭 필요한 촬영 장비를 비롯하여 준비물을 갖추는 데만 아바타가 10명쯤 필요했단다. 그러나 준비과정이 아무리 복잡하고 여행이 험난하더라도 일생에 한 번쯤은 꼭 페루를 찾아가 쿠스코(잉카제국의 수도로 옛 잉카문명의 중심지)의 파란 하늘을 봐야 한다나? 사진으로만 보는 데도 구미가 당기기는 한다. 페루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와 열대우림과 사막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교통편이 불편하여 이동시간이 길다. 우리나라에서 페루의 수도 리마까지 가는 데만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고 26시간이 걸린다.
여행을 많이 해본 경험으로 각국 항공사를 비교한 내용이 재미있어 그대로 옮긴다.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여승무원들이 돋보이는 싱가포르항공과 에어 타히티, 승무원들의 키가 너무 커서 음료수를 주문할 때 목이 뻐근해지는 KLM 네덜란드항공, 여승무원보다 꽃미남 승무원이 많은 호주의 콴타스항공, 장난기 가득한 기내방송과 친근함이 남다른 스페인의 이베리아항공,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들은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극진한 서비스를 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 중에서도 미국 항공사들의 기내 서비스가 가장 무난하고 마음이 편하다.’
인천공항에서 디트로이트와 애틀랜타를 거쳐 리마까지 가는 동안에도 손미나는 많은 얘기를 해놓았다. 애틀랜타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페루에 있는 친구 이야와 통화한다. 스페인에서 함께 석사과정을 공부했고 파리에서도 오랫동안 같은 방을 쓰며 생활했던 친구다. 5년 전 파리에서 헤어진 게 마지막이라는데, 미리 기별을 받은 이야의 통화멘트에서 진한 반가움이 느껴진다. 같은 대륙이지만 애틀랜타에서 리마까지 가는데도 7시간이 걸린다. 나라 안에서든 밖에서든 같은 거리를 두고도 때로는 멀게, 때로는 가깝게 느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페루공항에 내려서부터 그녀의 본격적인 여행기가 시작된다. 문장은 대체로 간결하고 유려하다.
페루 여행은 사진작가 레이나와 동행했다고만 써놓고, 이 불친절한 아가씨는 레이나에 대해 단 한 줄도 설명이 없다. 레이나 덕분에 4~5페이지마다 프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진이 실려 있어 여행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말이 나온 김에 사족 하나. 손미나의 여행기는 값이 싸다. 300페이지가 넘는 고급 양장지에 백 수십 장의 칼라사진이 실렸는데도 값이 1만 3800원이다. 유명세를 업고 턱없이 책값을 비싸게 받는 자들에게 저주를! 이야의 퇴근시간까지 한나절 남아 손미나는 예약된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리마 시내구경에 나섰다.
리마는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세운 도시다. 그는 다른 피정복지에서와 마찬가지로 리마에도 대성당부터 지었다. 유럽인들은 어느 나라를 정복하든 가장 먼저 원주민들을 개종시켰다. 덕분에 페루 인구의 약 82%가 상굿도 가톨릭 신자다. 참고로 페루 인구 3100만 명 가운데 백인은 1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원주민 45%, 메스티소(원주민+백인) 37%, 기타(흑인‧중국인‧왜인‧한국인 900여 명) 3%로 구성되어 있다. 메스티소의 외모와 피부색은 원주민과 백인의 피가 각각 몇 % 섞여 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손미나가 우아카 푸크야나 유적지에 딸린 작은 식당에서 옛 친구 이야를 만나는 광경은 눈물겹다. 얼싸안은 채 연신 볼에 뽀뽀를 하며 폴짝폴짝 뛰는 두 중년여인의 우정이 행간에서 뚝뚝 떨어진다. 미나와 사진작가 레이나, 그리고 이야와 그녀의 직장동료, 서로 국적이 다른 네 여인은 2000년 전 잉카인들이 지어놓은 계단식 피라미드를 둘러보며 감회에 잠긴다. 서구인들이 지어놓은 거대한 빌딩들은 잉카 유적의 투박하고 창연한 고전미 앞에서 빛을 잃는다. 정복자 피사로는 서구문명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잉카의 유적지에 현대식 도시를 건설했지만, 문명을 해석하는 잣대가 변하여 오히려 잉카문명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첫댓글 어쩌다 운이 좋아,
나도 해외여행은 꽤한 했다고 생각하는데..
딱 두 곳 대륙을 안 가봤네.
남미와 아프리카...
그러나 가 볼 생각도 안해.
거리가 너무 멀어서 시차 적응이 어렵기 때문...
이렇게
성원이 친구가 게시하는 이 글로써 그냥 만족하려네.
언제,
내 그 감사의 뜻으로 술 한 잔 사겠네.
이렇게 남미 페루라는 나라의 챙겨주는 친구의 덕분에 세계사를 배우게 되네
고맙네 행복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