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속으로] 05
S#1. 아이스하키장
인하, 땀에 흠뻑 젖은 채
격렬하게 몸을 부딪히며 게임을 하고 있다.
인하, 거친 태클을 계속하다 상대선수와
시비가 붙어 서로 스틱을 휘두르며 싸울 뻔하지만
주변의 만류로 스틱을 팽개치고 들어가 버린다.
S#2. 샤워장
텅 빈 샤워장에서
혼자 샤워를 하고 있는 인하.
인하, 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고
서 있다가 갑자기 벽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S#3. 명하네 집
명하, 잠바를 입고 서랍을 뒤져
전에 연희가 돌려 준 돈을 찾아
주머니에 넣고 붕대를 감은 머리를
잠깐 거울로 보다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방에서 나온다.
명하 나갔다 올게요.
은옥 으... 그 꼴을 해 갖고 출근하게? 사장한테 며칠 쉰다 그러지?
명하 미음 끓여놨으니까 드세요.
명하, 나간다.
은옥 어이구, 죽겠다...으...으...
S#4. 연희네 집 앞
명하, 집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다가
집에서 나오던 연희와 만난다.
명하, 연희를 지나쳐 가는데
연희 ... 출근해?
명하, 대꾸 없이 가고 연희,
부지런히 명하의 걸음에 맞춰 걷는다.
연희 아줌마는 좀 어떠셔?
명하 등록했다며?
연희 응.
명하 ...
연희 갑자기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겼어.처음엔 안하려고 했
는데 내가 지금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생각보
다 돈도 많이 주고 내가 맘대로 시간 조절해가면서 일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명하 누가 뭐래?
연희 오빠 도움 안 받았다고 화난 거 아니지?
명하 ...
연희 오빠 맘은 알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명하 나, 먼저 간다.
명하, 성큼성큼 앞서
걸어 내려가 버린다.
연희, 심란하다.
S#5. 카센터
사장, 돈을 세고 있고 명하,
옆에서 다른 데를 보며 서 있다.
사장 (돈을 손바닥에 탁탁 내리치다가) 이거 갖곤 니들이 때려부순
거 어림도 없지만 너같은 놈을 쓴 나한테도 책임이 있으니까
이쯤에서 끝내자.
명하 죄송합니다.
사장 가봐. 다시는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고. 에이, 재수가 없을라니까.
명하, 돌아서 나간다.
S#6. 카센터 앞
명하,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결심한 듯 간다.
S#7. 식당 앞 (밤)
수빈, 기사가 열어주는 문으로 내리는데
뒤이어 인하의 차가 도착하고 인하가 내린다.
수빈, 인하를 보고 조금 놀라는데
인하, 무표정하게 수빈을 한 번
슥 보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S#8. 식당 (밤)
인하, 왕여사, 경환, 수빈, 송여사,
정회장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인하와 수빈은 테이블만 바라보며
묵묵히 밥을 먹고 있고
왕여사와 송여사, 경환과 정회장만 각각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경환 아드님이 박사학위를 따셨다구요. 축하드립니다.
정회장 고맙습니다.
경환 든든하시겠습니다. 이제 돌아와서 뒤를 잇기만 하면 되겠네요.
후계구도도 이미 끝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정회장 하하하. 그런데 아직 좀 더 있어야 될 거 같습니다.
왕여사 왜요? 혹시 병역 문제...
송여사 뭐, 꼭 그래서라기 보다...
왕여사 그런 문제라면 제가 도움을 좀 드릴 수 있었는데, 원준위가
잡히는 바람에...
일동, 민망하게 웃는다.
인하와 수빈, 어른들이
얘기하는 동안 전혀 관심이 없는
얼굴로 앉아 가끔 눈이 서로
마주쳐도 곧 시선을 돌려버린다.
경환 (떠보듯이) 세계통신 지분을 인수하신다면서요?
정회장 아닙니다. 우리 주력업종하고도 연관이 있고 해서 그런 얘기
가 나도는 모양인데 낭설입니다.
경환 아, 그렇습니까?
정회장 ...
경환 ...
왕여사 (송여사에게) 중국요리는 어디서 배우기로 했나요?
송여사 제가 공부한 데가 있긴 있는데 추천해 주시면 그리로 보내죠, 뭐.
왕여사 그러실래요? 우리 재숙이하고 이회장님댁 며느리하고 김장관
님댁 따님하고 같이 그룹으로 배울 예정인데 거기 끼면 어떨
까 해서요.
송여사 그러면 좋겠네요. 우리 수빈이가 내성적이라 친구도 별로 없
는데 잘됐네.
왕여사 ...
송여사 ...
정회장 저희도 영상사업부를 두고 문화산업 쪽에 투자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만 워낙 변수가 많고 예측이 어려워서 말이죠. 유니
온도 영화하고 음반만 고집하지 마시고 방송 쪽으로도 한 번
생각을 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듣기로는 관심이 많으시
다던데...
경환 허허허... 그게 관심만 갖고 될 일입니까? 정회장님이 좀 도와
주신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하하...
정회장 하하하... 별말씀을...
인하와 수빈, 관심 없다.
S#9. 연희네 집 (밤)
책상 위에 카세트
테잎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기저기 깨지고 떨어져 나가서
군데군데 반창고가 붙여져 있는 카세트에서
임사장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고
연희, 열심히 메모를 한다.
이모, 다림질을 하고 있고
이모부, 화투로 패를 떼고 있다.
임사장 (소리) 우선 큰 형님의 복수를 해야했다.
이모 그러니까, 그 얘길 갖고 책을 만드는 거냐?
임사장 (소리) 그 쪽도 만만치 않은 놈들인데 어떡한다...
연희 (한숨을 푹 내쉰다) ...
이모부 얼마나 받았는데?
이모 그건 당신이 왜 물어 봐?
임사장 (소리) 그래 그거야.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모부 날 빌려주면 열 배로 불려줄 수 있는데...
이모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임사장 (소리) 지피지기면 백전노장이다...
이모부 당신 내가 바닷가 출신이라는 거 알지.내가 다른 건 몰라도
수영하고 잠수는 자신 있잖아.
임사장 (소리) 우리는 배신자의 친구가 경영하는 한남 룸싸롱을 급습했다.
이모부 이건 비밀인데 (좌우를 살피며) 지금 거제도 앞바다에서 보물
선을 찾았거든.
임사장 (소리) 나의 계획은 완벽했다.
이모 무슨 쓰잘데기 없는 소리야.
이모부 어, 이 사람이. 당신 신문도 안봐?
임사장 (소리) 배신자는 조직의 이름으로 처단되었고 배신자의 친구
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이모 당신이 찾았어?
임사장 (소리) 이것이 조직이다. 이것이 바로 조직의 정의이며 조직
의 윤리이다.
이모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바닷속 보물은 집어 오는 놈이 임자
라니까.법도 그렇게 돼 있어.
임사장 (소리) 나, 임복돌은 이렇게 해서 무너져 가는 조직을 재건했다.
이모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이모부 내가 다 조사해 봤지.
이모 그래서 당신이 수영해서 잠수해서 보물을 건져 오겠다구?
임사장 (소리) 그리고, 오늘날 10대 패밀리에 드는 선진조직으로 키
우는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이모부 그것도 생각해 봤는데 인간의 한계라는 게 있잖아.그래서 말
인데 심해 상어를 훈련시키는 거야.
임사장 (소리) 선진조직, 으아!!!
이모부 똘똘한 심해 상어 한 마리만 있으면,
이모 에라, 이.
이모, 베개를 들어 내리치고 이모부, 탁 막는다.
연희, 카세트에서 테잎을 꺼내 가방에 넣는다.
S#10. 식당 앞 (밤)
인하의 차, 경환,
정회장의 차가 나란히 서 있다.
경환 그럼, 살펴 가십시오.
정회장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왕 다음에 또 뵐께요.
송 안녕히 가세요.
왕여사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재밌게 좀 해 줘.
송 놀다 와라. (동반석 문을 닫아준다)
인하와 수빈, 가족들의 무언의
압력에 못이겨 함께 차에 타고 떠난다.
인하의 차가 떠나면 식구들,
흐믓하게 바라본다.
왕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그렇죠?
송 네.
왕 자, 그럼. 이만.
송 저도.
식구들, 떠난다.
S#11. 거리 - 인하의 차 안 (밤)
인하, 운전하고 있고
수빈, 앞만 보며 앉아 있다.
인하 어디 갈까요?
수빈 ... 그냥 집에 가죠.
인하 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수빈 ... 아뇨.
인하 ... 그 날은 미안했어요.
수빈 ...
인하 너무 화가 나서...
수빈 ... 미안해 할 거 없어요. 피차 관심 없었잖아요?
인하 (픽 웃는다) ...
수빈 이러다가 진짜 결혼하게 되는 건 아니겠죠? 설마?
인하 그렇게 안 되도록 해야죠.
수빈 ...애인 있어요?
인하 (픽 웃다가) 네.
수빈 ...
인하 그쪽은요?
수빈 저두요.
인하, 픽 웃는데
수빈의 휴대폰 벨이 울린다.
수빈 여보세요...어, ...그래, 맘대로 해. 나 지금 집에 가는 길이야.
(시계를 보며) 음...한 시간 안에는 도착 할거야...그래. 이따
보자. (끊는다)
인하, 수빈을 슥 돌아보면
수빈, 창 밖을 보고 있다.
S#12. 수빈이네 집 앞 (밤)
인하의 차가 집 앞에 선다.
인하와 수빈, 차에서 내린다.
인하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데,
수빈 동감이예요.
이때 현관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던 연희가 수빈을 보고 다가온다.
연희 수빈아.
인하와 수빈, 동시에 돌아본다.
수빈 어, 왔어? 일찍 왔네.
인하와 연희,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 서로 얼굴 굳는다.
인하, 연희를 보는 순간부터
연희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수빈 (인하에게) 아시죠? 알지?
연희 (수빈 앞에서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괜히 웃으며) 내가 괜
히 왔나 보다.
오지 말라 그러지.
수빈 아니야. 나 바래다 주러 오는 길이었어.태워줘서 고마워요. 안
녕히 가세요.
(연희에게) 들어가자.
수빈, 연희의 팔을 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연희, 수빈과 함께 들어가다가
슬쩍 돌아보는데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 있는 인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S#13. 수빈이네 집
수빈, 불을 켜고 안으로 들어온다.
수빈이 옷을 벗고
악세서리들을 하나씩 떼어내는 동안
연희는 컴퓨터 책상으로 가
가방에서 원고와 테잎 등을 꺼내 놓는다.
수빈 어으, 지겨워.
연희 너 피곤한 거 같은데 미안하다.
수빈 별 게 다 미안하다. 밤 샐 거야?
연희 그래야 될 거 같은데.
수빈 뭐 다른 거 필요한 거 없어?
연희 없어. 나 신경 쓰지 마.
수빈, 거울 앞으로 가 앉아
화장을 지우기 시작한다.
연희, 컴퓨터를 켠다.
연희 나, 이 컴퓨터 며칠 써도 되지?
수빈 그럼.
연희 고마워.
수빈 (화장을 지우며 아무 생각 없이) 웬만하면 컴퓨터 한 대 사지 그러냐?
얼마 안 하잖아?
연희 (수빈을 슥 돌아본다) ... 응. 사야지.
수빈 ... 명하씨는 좀 어때?
연희 명하씨? 뭐가?
수빈 다친 거.
연희 다쳤어?
수빈 몰라?
연희 몰라.
수빈 (씩 웃는다) 내가 얘기 했지? 내가 더 가능성 있다고.
연희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수빈 등록금 내 준 사람은 누군지 알아냈어?
연희 ... 응.
수빈 (돌아보며) 누구야?
연희 ... 어, ...우리 이모 아는 사람인데... 갚았어.
수빈 그래?
연희 ...
수빈 샤워 하고 나올게.
연희 응...
수빈, 욕실로 들어간다.
연희, 원고를 펼쳐놓고 자판을
두들기려다가 의자에 앉은 채 집을
한 번 찬찬히 둘러보며
새삼 자기와 수빈 사이에 가로놓인
환경의 차이를 깨닫고 막연히
부자친구 정도로만 생각했던
수빈과 자기 사이의 거리를
느끼는데 현관 벨이 울린다.
연희, 욕실쪽을 한 번 보고 현관으로 간다.
연희 누구세요?
연희, 대답이 없자 문을 여는데 인하가 서 있다.
연희 (잠시 당황하다가 다시 욕실쪽을 돌아보며) 지금 샤워하러 들
어갔는데요.
인하 잠깐 나하고 얘기 좀 하자.
연희 할 말 없어요.
인하, 연희의 팔목을 힘껏
잡아 당겨 문밖으로 끌어낸다.
S#14. 문 밖(밤)
인하, 거칠게 현관문을 닫고
연희를 문에 기대 세우며
자신의 팔 안에 가둔다.
연희, 너무 놀라 인하를 본다.
인하 (짧게 한숨을 하 내쉰다) 난 왜 너한테 맨날 죄인 취급을 당해야 되냐?
연희 ...
인하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 그래?
연희 ...
인하 너는 나를 만날때마다 쓰레기 취급했지만 난, 단 한번도 너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인하, 마치 연희에게 키스를 할 것처럼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연희의 눈을 쏘아보는데
연희,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인하의 눈길을 피한다.
인하, 옆으로 돌린 연희의 얼굴에
손등으로 어루만질 듯 손을 뻗다가
주먹을 꽉 쥐고 돌아서 내려간다.
연희, 호흡이 가빠지는지 숨을 몰아쉬고
그 자리에 굳은 채 서 있다.
S#15. 수빈이네 집 안 (밤)
수빈, 비디오폰의 화면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다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피식 웃으며
다시 욕실로 들어간다.
S#16. 캬바레 사무실
춘배, 책상에 다리를 꼬아 올려 놓고
발끝을 달달 흔들며 부하의 보고를 듣고 있다.
춘배 그 자식은 아직 꼼짝도 안한다 말이지?
부하1 예. 형님.
춘배 감히 나를 때려? (비웃으며) 자식이 오냐 오냐 해주니까.
부하1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춘배 그리고, 그거 알아봤어?
부하1 예. 형님. (깨알같은 글씨로 메모한 수첩을 꺼내 들여다 보며)
아침마다 형님, 미장원에서 머리하고요 형님. 월, 수는 요리학
원가고요 형님.화, 목은요, 형님.
영어학원 가고요 형님. 금, 토는요, 형님. 승마장에 가고요 형
님.일요일은요 형님. 교회에서 11시 예배 시간에 파이프 오르
간을 연주합니다. 형님.
춘배 걔, 되게 바쁜 애네? 확실한 거야?
부하1 예, 형님.
춘배 전화번호는?
부하1 예. 형님. (수첩을 펴서 보여 준다)
춘배 (수첩을 북 뜯는다) 그래, 수고했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가
다가 다시 예리하게) 물불 안가리는 놈이니까 경계 똑바로 서.
춘배, 밖으로 나간다.
S#17. 캬바레 앞 (밤)
명하, 캬바레 입구가 보이는 길
건너편 골목에서 입구를 주시하고 있다.
잠시후 임사장과 춘배가 입구로 나온다.
임사장, 차를 타고 떠나면 춘배,
임사장을 배웅하고 부하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남긴 다음 어디론가 걸어간다.
명하, 피던 담배를 버리고 춘배의 뒤를 쫓는다.
S#18. 여관 복도
명하, 방문 호수를 확인하며
걷다가 어느 방 앞에 서서 잠시 노려보고
발로 문을 세게 걷어찬다.
S#19. 여관 방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방문이
벌컥 열리고 명하가 들어온다.
여가수와 같이 침대에 누워 있던 춘배,
깜짝 놀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여가수, 비명을 지르며 시트를 뒤집어쓴다.
춘배 왜 이래? 뭐야? 어, 명하, 너 웬일이냐?
명하 (여자에게) 야, 너 나가. (옷을 집어 여자에게 던진다)
여자,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옷을 대충 집어들고 후다닥 나간다.
춘배 왜, 왜 그래, 임마? 니가 무슨 오해를 한 모양인데, 이러지 말
고 말로 하자.
응? 말로,
춘배, 얼버무리면서 바닥에 있는
옷을 집어들고 튈 준비를 하는데
명하, 춘배의 엉덩이를 걷어 차 버린다.
춘배, 바닥에 찍 엎어진다.
춘배 윽. ... 아, 이 자식이 정말.
춘배, 바닥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명하를 노려본다.
춘배 (너무 창피해서 픽 웃다가) 너, 정말 죽고 싶냐?
춘배, 시선을 돌리는 척
하다가 갑자기 주먹을 뻗지만
명하, 춘배의 팔목을 번개같이 잡는다.
춘배 이거 안놔?
명하, 말없이 춘배를 무서운 눈으로 보고
춘배, 명하의 눈빛에 질려 다른 공격을 할
엄두를 못내고 잡힌 팔을 힘주어 빼내려 한다.
춘배 놔! 안놔? 놔!
명하, 팔을 탁 놓는다.
춘배, 팔을 당기던 탄력으로
자기 주먹으로 자기 입을 세게 때리고
입을 감싸쥔다.
춘배 욱!
춘배, 손을 떼어 피가 나는 것을
거듭 확인하고 소리 지른다.
춘배 이 자식이! (웃옷을 벗으려다가 팬티 바람이자 순간 당황한다)
너! 오늘 나한테 죽었어. 저번엔 내가 그냥 참았는데 오늘은
못 참아. 덤벼!
춘배가 폼을 잡는 순간
명하의 주먹이 춘배의 얼굴에 작렬한다.
춘배, 나가떨어졌다가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나 명하에게 머리부터 달려든다.
명하, 춘배에게 밀려 벽쪽으로 물러나고 춘배,
머리로 명하의 배를 누른 상태에서 보지도
않고 주먹을 휘둘러 댄다.
명하, 춘배의 머리카락을 잡아 뒤로 제끼고
다시 한 번 춘배의 얼굴에 주먹을 강타한다.
춘배, 붕 날아서 나가떨어진다.
명하, 춘배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잡아 들어올린다.
춘배, 전의를 상실하고 축 늘어져 있다.
명하 니가 이런다고 내가 니 뜻대로 움직일 줄 알았어? (뻑)
춘배 명하야, 잘못했어. 살려 줘.
명하 너, 한번만 더 우리 엄마 마음 아프게 하면 그 땐 나한테 진
짜 죽어! (뻑)
명하, 춘배의 머리를 확 놓고
돌아서다가 그래도 분이 안풀리는지
발길로 마지막 일격을 가하고 밖으로 나간다.
춘배, 완전히 뻗어 버린다.
S#20. 명하네 집 (밤)
은옥, 이부자리에 누워 있다가 전
화벨이 울리자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은옥 여보세요 ...그런데요... (놀란다) 어머, 사장님...네? ... 지금이
요? 지금은 곤란한데, 아니, 저 오분만 있다가 오분만 있다가
올라오시겠어요?... 네.
은옥, 전화 끊고 갑자기 일어나
부산스럽게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이부자리와
방 안 여기저기에 널린 빨래,
옷가지들을 번개같이 치운다.
시간경과.
현관벨이 울리면 입술을 빨갛게 칠하고
홈웨어 차림에 스카프 하나 맨 은옥이
현관문을 열어준다.
현관에는 과일바구니를 든 임사장이 서 있다.
은옥 어서 오세요, 사장님.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오시고...
임사장 술은 좀 깨셨습니까?
은옥 네... 들어오세요.
임사장, 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은옥 차라도.
임사장 됐습니다. 집이 아주 아담하군요.
은옥 네. 큰집은 관리하기가 불편해서...
은옥, 방석 밑으로 삐죽 나온
속옷을 얼른 다시 밀어 넣는다.
임사장 얼굴이 많이 핼쓱해지셨습니다.
은옥 ...
임사장 김부장, 전화 왔던가요?
은옥 아뇨.
임사장 음...제가 많이 야단쳤습니다.
은옥 네... ... 이마는,
임사장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은옥 ...
임사장 ...사실 처음 교도소에서 돌아왔을 때 한여사가 무대에서 노래
하는 모습 보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지난 20여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며그 때 차마 인간으로서는 못할 짓
을 한여사에게 한 것 같아서 잠이 안 오더군요.
은옥 ... 그게 뭐 임사장님 잘못인가요?
임사장 제가 회고록을 집필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따지고 보면 한여
사에 대한 죄책감 에서비롯된 것 같습니다.
은옥 다 지난 일이예요.
임사장 명하는 많이 컸죠?
은옥 (긴장한 눈으로 본다) ...
임사장 걱정마세요. 저, 옛날의 임복돌이 아닙니다.그냥 제가 데리고
있으면서 사업이나 가르쳐볼까 뭐 그런 생각 잠깐 했습니다.
하하하...
은옥 지금 직장 잘 다니고 있어요.
임사장 예...
은옥 ...
임사장 그럼, 노여움 푸시고 며칠 푹 쉬시다가 다시 나와 주세요.
은옥 ... 생각해 보구요.
임사장, 자리에서 일어난다.
임사장 그럼, 이만.
은옥 이렇게 가셔서 어떡하죠?
임사장 문전박대 안하신 것만도 고맙죠.그럼, 몸조리 잘 하십시오.
은옥 안녕히 가세요.
임사장, 나가면
은옥,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다가 한숨짓는다.
S#21. 연희네 집 앞 (밤)
임사장의 차안.
임사장, 뒷자리에 앉아 양미간을
지긋이 누르고 차창밖을 보다가
걸어 올라오는 명하를 발견한다.
임사장 세워.
임사장의 차가 명하의 앞에 서고
명하, 누군가하여 보는데 임사장이 내린다.
S#22. 연희네 집 근처 (밤)
명하와 임사장,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 보고 있다.
임사장 내가 춘배한테 자네를 데려오라고 시켰네.
명하 ...
임사장 방법이 좀 거칠었다면 사과하지.
명하 ...(픽)
임사장 서정주라는 시인을 알고 있나?
명하 (임사장을 본다)
임사장 그 양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어.나를 키운 것은 칠할이 바람이었다...
명하 ???
임사장 나를 키운 것은 칠할이 복수심이었네.
명하 ...
임사장 (명하를 본다) 난 자네를 알아.
명하 (다시 픽 비웃는다)
임사장 (명함을 꺼내 준다) 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날 찾아오게.
임사장, 명하가 명함을 받지 않자
명하의 주머니에 명함을 넣고 가버린다.
S#23. 임사장의 차 안 (밤)
임사장, 뒷자리에 앉아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는다.
임사장 (운전석에 타는 기사에게) 너, 새옹지마란 말 아냐?
기사 네?
임사장 가자! 파란불이다!
S#24. 명하 방 (밤)
명하, 임사장의 명함을 들여다보다가
엄마가 누워 있는 쪽을 한 번 보고
지갑을 꺼내 명함을 넣는다.
S#25. 학교
도서관 공중전화 부스
삐삐에 찍힌 번호를 확인하며 전화를 한다.
연희 여보세요. 쌍쌍이죠? 사장님 계세요? 이연희라고 합니다...안
녕하세요.
아직 다 안 끝났는데요...그럼, 된 데까지만 갖고 가 볼께요. 네.
내일 뵙겠습니다.
연희, 한숨을 푹 내쉬고
수화기를 내려 놓는데 삐삐가 부르르 울린다.
연희, 다시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한다.
인하의 메시지가 나온다.
연희 나다. 인하. 점심때 잠깐 보자... 열두시에 저번에 거기서 기다
릴게. 꼭 와라.
연희, 전화를 끊고 심란한 얼굴로
돌아서는데 재숙이 뒤에 서 있다.
재숙 오랜만이다.
연희 응.
재숙 바쁘니?
연희 왜?
재숙 그냥 물어봤어.
연희 어, 그래, 잘가.
재숙 아, 참 (가방에서 티켓을 꺼낸다) 졸업 연주회 티켓이야. 시간
있으면 와.
연희 그래. 고마워.
재숙 요새도 수빈이 자주 만나니?
연희 응. 가끔 봐.
재숙 너 취직은 걱정 없겠다. 그래, 또 보자.
연희, 그러면 그렇지 하는 얼굴로
가는 재숙을 보다가 도서관 안으로 들어간다.
S#26. 도서관
연희, 자기 자리에 앉아
심란한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막 고개를 흔들고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카세트를 들으며 일을 시작한다.
S#27. 식당
인하, 연희와 같이 밥을 먹던
그 때 그 자리에 앉아 마냥 기다린다.
시간이 한 시를 지나고 있다.
S#28. 도서관
연희, 도서관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두 시를 막 지난다.
연희, 일에 몰두해 보려고
하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S#29. 다시 식당
시계가 세 시를 가리킨다.
인하, 피식피식 웃다가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S#30. 식당 앞
연희,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며 식당 앞에 도착한다.
인하의 차가 주차장에서
나와 식당 앞을 지나친다.
인하 차의 백미러로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연희의 모습이 보이지만
인하,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간다.
S#31. 요리학원
가정집 부엌같은 요리학원.
수빈과 재숙, 앞치마를 두르고
나란히 서서 강사의 지시에 따라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재숙 (수빈을 흘기며) 의외다?
수빈 뭐가?
재숙 니가 요리학원도 다 나오고.
수빈 그러는 너는?
재숙 ... (다시 성의 없이 재료를 다듬으며) 너, 정말 우리 오빠하고
결혼 할거니?
수빈 ...
재숙 볼 만 할거야. 두 날라리가 만나서 장안이 떠들썩하겠네.
수빈 ...
재숙 볼만은 하겠지만 난 솔직히 니가 내 올케 되는 거 싫어.
수빈 누가 된대?
재숙 분위기가 그 쪽으로 가는 거 같던데?
수빈 걱정하지마. 나, 니네 오빠한테 관심 없어.
재숙 (어처구니가 없다) 하, 우리 오빠가 어디가 어때서?
수빈 니네 오빠도 나한테 관심 없고.
재숙 (다행이다) 그래? 하긴 우리 오빠가 여자 보는 눈은 있거든.
수빈 그런 거 같애. 니네 오빠 애인, 정말 괜찮은 여자야.
재숙 (깜짝 놀란다) 애인이 있어?
S#32. 인하네 집 거실 (밤)
2층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왕여사와 재숙, 소파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TV를 보고 있다.
두 사람, TV 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대화를 주고 받는다.
재숙, 계속 인하의 애인이 누굴까 생각하고 있다.
왕여사 요리 학원은 재밌니?
재숙 아니.
왕여사 오늘은 뭐 배웠니?
재숙 해삼 누룽지탕.
왕여사 수빈이는 열심히 나오니?
재숙 아니.
왕여사 정실 자식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재숙 엄마.
왕여사 왜?
재숙 오빠한테 애인이 있대.
왕여사 걔가 애인이 하나 둘이냐?
재숙 아니, 그런 애인 말고 진짜 애인.
왕여사 진짜 애인도 있겠지.
재숙 수빈이하고 결혼 시킨대매?
왕여사 그게 무슨 상관이야? 때되면 정리하겠지.
재숙 오빠 애인, 괜찮은 여자래.
왕여사 그래?
재숙 집안이 빵빵한 가봐.
왕여사 그래? 근데 누가 그래?
재숙 수빈이가.
왕여사 뭐?
왕여사, 갑자기 불안해져
인하 방 쪽을 올려다본다.
S#33. 인하 방 (밤)
TV 화면에는 액션 영화가 나오고 있고
오디오에서는 음악이 꽝꽝 흘러 나온다.
인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다.
S#34. 강경환의 사무실
경환, 고부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다.
경환 통신 쪽은 포기한 건가?
고부장 예, 사실상 인수가 불가능해 보입니다.
경환 그래서 이쪽으로 눈을 돌렸군.
고부장 우리도 대비책을 세워야 되지 않을까요?
경환 서두를 건 없고... 그 쪽도 서두르진 않을 거야.어차피 초기투
자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까 우리가 손 들 때까지 기다리겠단
생각이겠지. ... 우선은 구체적으로 어떤 제의가 오갔는지 알
아내는 게 먼저야.
고부장 알겠습니다.
경환 정확한 내용을 알아낼 때까지는 섣불리 행동하지마... 다른 사
채업자들 움직임도 한 번 체크해 보고...
고부장 네.
경환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계속 임사장 쪽 채널만 가동해.우
리쪽은 절대로 노출시키지 말고.
고부장 저... 외람된 말씀입니다만...지난 일에 대해서 임사장이 일언
반구도 없는 게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경환 그 친구가 단순하기는 해도 영리한 친구야.자기 자리를 잘 알지.
걱정할 거 없어.
고부장 ... 예.
경환 인하는 요새 뭐해?
S#35. 인하의 사무실
인하의 사무실이 뒤집어져 있다.
인하, 한쪽 벽에 물구나무를 서서
사무실을 보고 있다가
다시 발끝을 탁 차 똑바로 선다.
인하,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서랍을 열어 오과장이 주고 간 서류를 꺼낸다.
인하,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수화기를
들지만 다시 내려놓고 곧 다시 들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갈등하다가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소리 (춘배) 네, 쌍쌍 캬바렙니다.
인하 ...
소리 여보세요.
인하 ... 한은옥씨 부탁합니다.
소리 누구요? 그런 사람 없는데요?
인하 ... 출연하시는 분 중에 혹시 사십대 후반쯤 된 여자 가수...
소리 (춘배가 옆 사람에게 묻는 소리가 들린다) 야, 한은옥이라고
있냐?
소리 (여가수) 한은옥? 아, 쎄레나 언닌가 보다. 그 언니 한씨예요.
소리 (춘배) 아직 안 나왔는데요.
인하 네, 알겠습니다.
인하, 수화기를 내려놓고 너무
가까이 엄마가 있다는 사실에
허탈한 웃음을 웃다가
갑자기 앞에 놓인 명패를 들어
벽에 던지는 순간 경환이 들어온다.
경환 너 뭐하는 짓이야.
인하, 대꾸없이
경멸의 눈빛을 보내며 밖으로 나간다.
경환, 직원들이 보고 있자 분노를 참으며
인하의 책상 위를 보다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집어든다.
S#36. 거리 (저녁)
인하의 차가 달린다.
S#37. 캬바레 분장실
여가수, 화장을 하고 있고
춘배, 은옥의 자리에 앉아
거울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
여가수 다 낫지도 않았는데 퇴원하면 어떡해?
춘배 마냥 자리 비울 수 없잖아? 할 일도 있는데.
여가수 뼈를 다쳤나? 왜 이렇게 안 가라앉아?
여가수, 반창고를 붙인
춘배의 코를 만진다.
춘배 아아... 아프다니까. 안가라 앉는 게 아니라 내 코가 원래 크잖냐.
여가수 그 오빠, 생기기도 잘 생겼던데 힘도 좋은가봐.
춘배 (노려본다) 그래서?
여가수 아니, 그냥 그렇다고. 오빠, 질투하는 거야?
춘배 형님만 아니면 그 자식 완전히 보내 버리는 건데, 어흐!
여가수 근데 그 아줌마는 사장님이 왜 또 불러들인 거야?
춘배 내가 아냐?
여가수 사장님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춘배 내가 아냐고?
여가수 왜 나한테 신경질이야?
춘배 신경질 나니까!
이때 은옥, 들어온다.
은옥 (환하게 웃으며) 안녕.
하다가 춘배를 보고 얼굴 굳는다.
은옥 야, 임마! 너, 왜 내 자리 앉아 있어?
춘배, 엉거주춤 일어난다.
여가수 나오셨어요?
은옥 어, 오랜만이야. 별 일 없지?
여가수 네...
은옥 (춘배에게) 야, 너, 나가. 왜 쓸데없이 분장실 들어와서 얼쩡거려?
춘배, 부글부글 끓지만
할 수 없이 나간다.
춘배 어으! 어흐! (나가다가) 아, 참. 아까 웬 젊은 놈팽이한테서
전화 왔었수다.
어흐.
춘배, 문을 꽝 닫고 나간다.
S#38. 임사장 사무실
연희, 임사장 앞에 앉아 있다.
임사장, 아무 표정 없이 마지막
장을 넘기고 연희를 빤히 본다.
연희, 불안하다.
연희 ...마음에 드세요?
임사장, 씩 웃는다.
S#39. 캬바레 입구
- 인하의 차 안 (저녁)
인하,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캬바레의 입구를 본다.
S#40. 캬바레 입구 (저녁)
인하, 입구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입구에 주욱 붙어 있는 연예인들의
얼굴 사진을 하나씩 찬찬히 들여다보며
안으로 들어간다. 인하, 한은옥의 포스터도
붙어 있지만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S#41. 캬바레 안
무대에서는 여가수가
노래를 하고 있고 플로어에는
몇 쌍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춤을 추고 있다.
인하, 구석 자리에 혼자 앉아 있고
홀 여기 저기에 앉은 아줌마들,
인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인하, 홀 안을 둘러보지만
긴장한 탓에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나이든 남녀들의 모습이
웬지 추잡해보여 비위가 상한다.
웨이터 혼자 오셨습니까?
인하 (본다)
웨이터 저 쪽 테이블 사모님께서 한 번 잡아주시지 않겠냐는데요?
인하, 돌아보면 뚱뚱한
아줌마가 웃으며 손짓을 한다.
인하, 갑자기 토할 것 같아 시선을 돌린다.
웨이터 어떠십니까? 기왕에 오신 거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잡아주시면...
인하, 대답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에서 돈을 꺼내 테이블에 뿌리듯
놓고 밖으로 나간다.
인하, 나가면 여가수 들어가고 한은옥이
무대에 나와 탱고리듬의 노래를
신나게 부르기 시작한다.
S#42. 캬바레 옆 골목 (밤)
인하, 한 손으로 벽을 짚고
구역질을 하다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캬바레 입구를 잠시 보다가 돌아서 간다.
이 때 연희, 안에서 나오다가
가는 인하를 보고 놀란다.
S#43. 명하네 집
명하, 명함을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엄마 방으로 가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한다.
명하, 장롱 깊숙한 데서 전에
엄마가 들여다보다가 감춘 상자를 찾아내 열어본다.
엄마의 데뷔 시절에 찍은 듯한
낡은 사진들이 들어 있다.
명하, 사진을 넘기다가 어린아이를
가운데 두고 찍은 가족 사진을 발견하지만
남자 쪽은 찢겨져 있다.
또 사진을 넘기면 백일 사진이 나온다.
명하, 사진 밑에 새겨진 날짜를 보며
의아해 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명하 네...
수빈 지금 뭐해요?
명하 너 누구야?
수빈 내 목소리도 벌써 잊었나 보네.
명하 ...왜?
수빈 잠깐 나와요.
명하 너 그렇게 할 일 없냐?
수빈 어떻게 알았어요?
명하 (기가 막히다)
수빈 잘난 척하지 말고 잠깐 나와요.
명하 나 지금 바빠.
수빈 내가 올라갈까?
명하 뭐?
수빈 기다릴께요. (끊는다)
명하 야! 야!
명하, 전화를 끊고 상자를
후다닥 정리해서 넣어 놓은 다음 나가려다가
현관에 걸린 작은 거울을 한 번 들여다본다.
S#44. 연희네 집 앞 (밤)
명하, 현관으로 나오는데 수빈,
차에 기대 기다리고 서 있다.
수빈 몸은 좀 어때요?
명하 무슨 일이야?
수빈 같이 영화 보러 가요.
명하 (싸늘하게) 너 왜이래? 내가 니 친구야?
수빈 (굳는다)
명하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나 너같은 애랑 놀아줄 만
큼 한가한 사람 아냐. 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수빈 (명하를 뚫어지게 보다가) 나같은 애가 어디가 어때서?
명하 (등을 돌린채 걸음을 멈춘다) ...
수빈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명하 ...
수빈 잘못한 게 있으면 얘기해 봐.
명하 ...
수빈 난 단지 니가 좋아서,...너라면,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줄 거 같아서 그런 거 뿐이야.
명하 ...
수빈 ...미안해요.
수빈, 차에 올라 떠나고
명하, 옹졸한 자신을 자책하는
심정으로 가는 수빈의 차를 돌아본다.
이모부, 집에서 창으로 두사람을 보고 있다.
연희, 집으로 올라오다가 지나치는
수빈의 차와 우두커니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는 명하를 본다.
S#45. 명하네 집 (밤)
불꺼진 방.
명하, 자리에 누워 있지만
머리 속은 점점 맑아진다.
은옥 자냐?
명하 아니.
은옥 오늘 춘배 그 자식, 내 앞에서 설설 기더라.짜식이 나를 뭘로
보고 말이야.
어디서 얻어 터졌는지 코는 띵띵 부어가지고.아유, 오랜만에
무대에 섰더니 피곤하네. 며칠 쉬었다고 몸이 굳은 거 있지?
아휴, 난 쉬면 몸이 더 아프다니까, 어떻게 된 게. (하품을 하
며) 아이, 피곤해. 아유, 죽겠다. 자라.
명하, 엄마가 누운 커튼
저 쪽을 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연다.
명하 내 생일 말이야.
은옥 왜?
명하 정확한 거야?
은옥 그럼, 정확하지. 갑자기 생일은 왜?
명하 ... 아니야.
명하, 낮에 본 사진이 자꾸 떠오른다.
은옥, 명하 쪽을 돌아본다.
S#46. 연희네 집 (밤)
연희, 스탠드를 켜 놓고
마지막 원고를 정리하고 있다.
이모, 자리를 깔고 있는데
이모부,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쟁반에 소주와 함께 담아들고 들어온다.
이모 또 술이야? 또?
이모부 잠이 안 와서 딱 한 잔만 할라고.
이모 낮잠을 그렇게 디리디리 자니까 밤에 잠이 안 오지, 이 인간아.
이모부 오늘은 나, 안 잤어. 그치, 연희야?
연희 네.
이모 웬 일이야?
이모부 내가 낮잠 안자고 뭐 봤는지 알아?
이모 비디오 봤어?
이모부 (은밀하게) 명하 말이야. 걔, 팔자 고쳤어.
이모 무슨 소리야?
이모부 (소주를 한 잔 마시고) 크아... 오늘 애인이 왔다 갔는데 내가
딱 보니까
제대로 잡았더라고.
이모 무슨 얘기야?
이모부 (다시 한 잔을 마시고) 크아... 명하 그 자식 뭘 알대? 여자가
울고불고 매달리는데 매정하게 가! 그러는 거 있지? 그러면
여자들이 더 매달리거든.아무튼 명하네 고생 끝났어.
이모 아,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 잠이나 자. 낮잠도 안잤대매.
(연희에게) 넌 아직 멀었냐? 으이구, 그렇게 맨날 밤을 새서
어떡하냐? 이모 먼저 잔다.
연희 네, 주무세요.
연희, 중문을 닫는다.
이모부 (소리) 아...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이모 (소리) 아, 시끄러.
연희, 원고를 들여다보다가
명하네 쪽을 슥 본다.
S#47. 연희네 집 앞
연희, 집에서 나와 심호흡을 하다가
2층 난간에 기대 담배를 피는
명하의 모습을 본다.
S#48. 2층 난간
연희, 올라와 명하의 옆에 선다.
연희 또 싸웠다면서? 수빈이가 그러더라, 많이 다쳤다고.
명하 ...
연희 괜찮아?
명하 ...
연희 이제 다 난 거야?
명하 ...
연희 ... 아까 수빈인 왜 왔다 갔어?
명하 ...
연희 나하고 말도 하기 싫어?
명하 ... 그런 거 아니야.
연희 수빈이한테 잘해줘.
명하 ...
연희 걔도 알고 보면 불쌍한 애야.
명하 불쌍한 애들 다 죽었다.
연희 여자 맘을 그렇게 몰라? 걔, 오빠 좋아해.
명하 (넌 왜 내 맘을 모르니 하는 심정으로 연희를 본다)
연희 수빈이, 이쁘지?
명하 너 자꾸 쓸 데 없는 얘기할 거면 내려가.
명하, 연희를 외면하고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연희 왜그래? 무슨 일 있어?
명하 ...너 이민 간다 그랬지? 가서 나 좀 불러라.
연희 (픽 웃는다) 이민도 돈 있어야 간대매?
명하 (꽁초를 확 내던진다)...넌 이 동네가 지겹지 않냐?
연희 ...
명하 난 지긋지긋하다.
연희 ...
명하 군대 갔다오면 뭐가 좀 바뀌어 있을 줄 알았더니.
명하, 난간에 팔꿈치를 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짧게
숨을 내뱉는다.
명하 ...우리 엄마 불쌍해서 미치겠다...
연희, 명하를 한참을 보다가
얼굴을 감싸쥔
명하의 한 손을 잡아주는데
명하, 그 자세 그대로
연희의 손을 꽉 움켜 쥔다.
S#49. 연희네 집 앞 (밤)
인하,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오다가 난간 위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본다.
인하 (큰소리로) 야---이연희!
명하와 연희,
깜짝 놀라 돌아본다.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