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아이템, 무서워서 먹겠나?!
리니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유저라도 한번쯤은 봤을듯한 문구,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은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으로 간주됩니다. 아이템을 바닥에 내려놓기 전에 반드시 다시 한 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리니지에서 아이템을 바닥에 드랍하는 경우는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몬스터에게 죽어서 아이템을 떨어뜨린다거나, 혹은 교환창을 이용하는 것이 번거로워 비싸지 않은 아이템은 그냥 땅에 떨어뜨려 전해주기도 한다.
이런 경우 땅에 떨어진 아이템을 누가 먹던 그것은 떨어뜨린 사람의 잘못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주운 사람은 그 아이템의 소유자가 된다.
하지만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해킹을 당한 계정의 아이템을 습득한 경우이다. 계정이 해킹을 당해 게임마스터가 조사를 하게되면 그 아이템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아이템 습득자의 계정에 제재를 가한다. 따라서 계정 도용 관련 아이템은 '바닥의 떨어진 아이템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이다'라는 문구와는 별개인 아이템인 것이다.
그런데, 5월 2일. 전 서버에 걸쳐 아주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였다. 시장에서 여러 장사캐릭이 아이템을 드랍함과 동시에 화면에서 사라졌고, 그 아이템들을 습득한 유저들이 계정 도용자로 간주되어 전 서버에서 수십개의 캐릭이 압류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 피해자들 중에는 이미 압류에서 풀린 유저들도 있지만 아직 압류가 풀리지 않은 유저들도 여럿이다. 도대체 이런일이 일어나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자 인터뷰 (1)
Q. 만나서 반갑다. 질문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달라.
피해자1: 반갑다. 서울에 사는 31살 청년이고, 오웬서버에서 법사를 육성중이다.
피해자2: 부산에 거주하고 있고 글루디오 서버에서 제일군단 캐릭터를 육성중인 30대 유저이다.
Q. 해킹 아이템을 습득하여 계정이 압류가 되었다고 들었다. 해당 아이템을 어떻게 습득하였는가?
피해자1: 먼저, 사건의 발단은 5월2일 새벽2-3시경에 일어났다. 나의 본캐릭터는 법사인데 9마나지팡이를 사려 글루딘 마을 시장에서 시세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오른쪽 하단에 여러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는 것을 목격하고, 다가가서 보았더니 6-7파워글러브 및 7힘지, 젤 99장과 1,500만 가량의 아덴이 떨어져 있었다. 어떤 생각을 하기도 전에 토글부터 하였다. 사람 본능이 그렇지 않은가?..
피해자2: 나 역시 사건 발생 시각은 같다. 나는 글루딘 마을이 아니라 기란 마을 시장에 있었는데 갑자기 3~5개의 개인상점이 사라지더니 바닥에 아덴, 각종 주문서, 마법망토들이 떨어져 있었다. 모두 줍고 확인을 해보니 5,500만 아덴, 데이 247장 등의 아이템이 인벤창에 있었다.
Q. 게임마스터가 계정에 제재를 가한 것은 언제인가?
피해자1: 바로 다음날이다. 로그인을 하려고 하니 계정 도용을 이유로 내 계정은 압류가 되었다. 본인인증 후 1:1문의메일도 보내고, 당시 정황을 자세히 서술하여 이의제기를 하였으나 아직 게임사에서는 조사중이라는 답변만 보내줄 뿐이었다.
피해자2: 나 역시 3일 날 게임마스터에 의해 강제종료 되면서 계정 도용을 이유로 계정에 압류가 가해졌다. 본인인증 후 이의제기를 했으며 역시 조사중이라는 답변이 왔다.
Q.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 같다. 현재 심정이 어떤가.
피해자1: 상당히 혼란스럽고 불쾌하다. 나는 해킹을 한 적도 없는데 졸지에 해킹범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해킹신고를 한 아이템을 먹은 사람을 해킹범으로 간주해버리는 것과 같은 운영방식에 대해 나는 반감이 생긴다. 압류를 해제하는 것은 물론이며, 게임사는 피해 유저들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피해자2: 이런 일이 전 서버에 걸쳐 똑같이 발생했다는 것이 아직도 의문이다. 게임사에서는 해당 사건의 발생 이유를 해명해야 함은 물론이며, 그에 대한 사과 역시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불투명한 게임사 운영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라고,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 인터뷰 (2)
Q. 반갑다. 본격적 질문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달라.
피해자3: 반갑다. 22살 서울 신촌에서 게임을 하는 뻥이다. 현재 DK혈맹의 군주를 맡고 있다.
Q. 해킹 아이템을 습득하여 계정이 압류가 되었다고 들었다. 해당 아이템을 어떻게 습득하였는가?
피해자3: 5월 2일 새벽, 나는 3명의 혈맹원과 같은 게임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중 한 혈맹원이 기란마을 시장에서 아이템을 사고 있었는데 개인 사무실 캐릭으로 예상되는, 유사한 아이디 6개의 상점 캐릭터가 아이템을 드랍하고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걸 목격한 혈맹원은 아이템들을 줍기 시작했고 나와 다른 혈맹원들도 시장으로 달려가 아이템들을 주웠다.
피해자3: 혈맹원들이 먹은 아이템은 아데나만 1억 5천만 아데나, 축젤과 축데이, 그리고 4마망과 4마투가 다수였다. 먹은 아이템들 중 일부는 다른 혈맹원 2명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보조 계정에도 일부 아이템을 놔두었다.
피해자3: 아이템 습득 과정에서 이상한 현상이 몇가지 목격되어는데, 첫번째로 개인상점 캐릭들이 접속하고 곧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된 것이었다. 아마도 자동 상점 캐릭터이기 때문에 자동접속이 설정되어 있었고, 게임내의 문제로 인해 팅기는 것을 반복한 것 같다.
또, 보통 아이템을 떨어뜨릴 때는 캐릭터가 서있는 자리가 아닌 1셀주위에만 떨어뜨릴 수 있는데 그 당시에 상점 캐릭터들은 캐릭터가 서있는 자리에 아이템들을 드랍하였다.
Q. 총 몇명의 계정이 압류가 되었는가?
피해자3: 그리고 다음날 게임을 접속하니 혈맹원 6명과 보조계정 1개, 총 7개의 계정이 혈맹내에서 압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유를 확인해보니 5월 2일에 습득한 아이템들이 문제였다. 본인인증 후에 혈맹원 모두가 그때 그 정황을 자세히 서술하여 이의제기를 하였는데 조사중이라는 답변외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받아보지 못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말..
피해자: 플레이포럼 글을 보니 아이템을 회수해갈 때 본장비까지도 회수해간다는 글을 보고 장비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장비 회수를 해도 좋으니 압류를 어서 풀어주었으면 한다. 뜻밖의 횡제를 혈원들과 나눈 것인데, 혈원들에게도 피해를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현재 전 서버에 걸쳐 발생한 이 사건의 피해자수는 아무리 작게 잡아도 100명이 넘는다. 그 중 아직도 계정의 압류가 풀리지 않은 사람도 여럿이 있다. 자동 개인상점 캐릭들이 자의로 아이템을 드랍한 것이 아니지만, 그들이 드랍한 아이템은 해킹 아이템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그 아이템을 습득한 유저들은 졸지에 해킹범이 되어버렸다.
기자는 해킹 계정 압류와 관련해 전화상담을 받아보았다. '마음만 먹으면 아이템을 일부러 떨어트리고 허위 해킹신고를 할 수 있지 않느냐' 라고 물으니, '허위해킹 신고로 인한 계정압류로 생각이되면 이의제기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게임마스터가 검토 후 이의제기가 타당하다고 생각이 되면 압류를 풀어준다.'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사후 처리적인 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아직 그렇다 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압류가 풀린 유저들 일부는 본 장비까지 회수되어버리는 엉뚱한 일이 발생하였다. 해킹범으로 오인당하여 계정이 압류된 것도 모자라 자기 소유였던 장비까지 회수되버리고, IP차단까지 되는 불쾌함을 겪어야 했다. 본장비를 다시 받기 위해서는 또 다시 게임마스터에게 문의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압류로 인한 불쾌감, 압류기간 동안 게임을 하지 못한 것, 본장비를 다시 받기까지 걸린 시간, IP차단으로 인한 접속 장애.. 게임사는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함은 물론이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허위 해킹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압류가 풀렸으나 본장비가 없어지신 분들은 다시 한번 1:1문의 혹은 이의제기를 통해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리니지 플레이포럼 - PF베르닌(pforen@cy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