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엄포에 은행들 몸사려
올해 출시돼 집을 사려는 이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은행들이 잇따라 판매 중단을 선언하거나 가입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빚 급증세를 부추긴 요인 중 하나로 50년 만기 대출을 지목하자 은행들이 서둘러 철수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가계빚 급증의 주된 배경은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늘어나서라기보다는 부동산 시장 회복 조짐인데 당국이 엉뚱한 타깃을 잡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50년 만기 대출, 줄줄이 판매 중단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이 28일부터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잠정 중단할 예정이다. 이달 초 대출 만기를 기존 30, 40년에서 50년으로 늘린 지 3주도 안돼 내린 결정이다. BNK 경남은행 관계자는 "해당 상품에 우려가 있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지 다시 논의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NH농협은행도 지난달 5일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판매를 2조원 한도가 채워질 것으로 보이는 이달 말 종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은행들은 아직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았지만 상품 가입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올 1월 50년 만기 상품을 은행권 처음으로 출시한 Sh수협은행은 이달 중 가입 연령은 '만 34세 이하'로 제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50년으로 늘린 대구은행도 연령제한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이달 중 50년으로 늘리려고 했으나 잠정 보류했다. 이 밖에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도 판매를 잠정 중단하거나 가입 요건을 강화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앞다퉈 50년으로 늘리기 바빴던 은행들의 태도가 갑자기 180도로 바뀐 것은 금융 당국 엄포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DSR은 연소득에서 모든 대출금의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의 비율을 가리킨다. 현재 DSR 40%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만기가 늘어나면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돈을 더 많이 빌릴 수 있거나 은행에 매달 갚아야 할 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출처 : 조선경제 23년 8월 24일 목요일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