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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모두 과열된 메시지만...'말의 타락' 일어나는 분위기 아쉬워
이념 양극화 문제 각자 사색의 몫...글 잘쓰려면 부단히 생각해야
이문열 작가는 시대의 흐름과 인간의 삶을 호소력 있게 그려낸 최고의 문인으로 꼽힌다. 한 해가 끝나가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논란이 극심하다. 여야는 막말을 주고받고, 각 당 내부적으로도 소란이 끊이지 않는다. 신당 창당을 하겠다는 의견들도 팽배하다.
지난 6일 <자유일보> 수습기자들이 경기도 이천시에 자리한 ‘부악문원’을 찾아 소설가 이문열을 만났다. 이문열은 ‘부악문원’에서 5명의 문하생들과 함께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이문열에게 혼돈의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글의 원천, 이념, 지금 이 시대 젊은이들의 현상들에 대해 짚었다. /편집자
이문열 작가가 6일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집필실 '부악문원'에서 자유일보 수습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김석구 기자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로 선생을 꼽는다. 글쓰기의 소재나 영감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추천하실 만한 게 있는가.
"(웃음) 글쎄, 뭐 특별한 방법이 있겠나. 김새는 말일지 모르지만 그냥 많이 써봐야 한다. 생각을 문장으로 담아내려면 연습밖에 길이 없다. 영감이란 것도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부지런히 생각하고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생긴다. 글쓰기는 단순하다. 영감을 얻겠다고 집착하면 깊게 오래 쓰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요즘 2030 세대의 독서량이 과거에 비해 줄어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다. 이런 변화가 취향 탓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젊은 세대의 독서량이 줄어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가.
"아무래도 시대가 많이 변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책을 많이 안 읽는다기 보다는 종이책을 안 읽고 대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사용하는 거 같다. 특히 전자책을 많이 읽지 않나. 요즘은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 음성 인세가 더 많이 들어온다."
-인세를 주로 어디에 사용하시는지 궁금하다.
"그 돈 다 어디 갔지. 뭐 여기 짓고 (문하생들)먹이는데 다 들어가지 않았겠나."
-지난해 11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대에 ‘말의 타락’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셨다. ‘타락’이라는 게 상식이나 논리적 설득보다 진영논리와 인격적 공격인 거 같다. 이런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시대의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느낀다. 이유는 워낙 다양할텐데, 뭔가 딱 하나를 꼬집기는 어려운 것 같다."
-혹시 이런 갈등의 원인이 이념적인 데 있는 건 아닐까. 최근에는 예술계도 이념적 편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념적 쏠림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글쎄, 소재 자체에 이념적 색채가 묻어있는 작품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다만 현상을 이해하는 시각이나 관점에 이념이 배어 있을 순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 (예술가들은) 각자 자기가 생각하고 이해한대로 글이나 영화로 표현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표현을 막을 순 없지 않은가. 각자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더 깊이, 더 오래 생각하고 하는 수밖에 없다."
-현 시대가 ‘품격과 권위’를 잃어버렸다는 말이 많다. 이념의 양극화로 인한 갈등과 분열도 심각해 보인다. 균형 잡힌 세상으로 돌아길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허허, 그런가? 살다보면 이해관계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제3의 가치나 절대적 가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각자가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2019년 12월 <펜앤마이크>는 기사에서 우파가 좌파에 비해 통일성 있고 간결한 메시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어떻게 보시는가.
'부악문원'에서 자유일보 수습기자들이 이문열 작가(왼쪽 세 번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종현·김동욱·정채현 수습기자. /김석구 기자
"앞으로는 좌파나 우파 둘 다 메시지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필요 이상으로 과열된 메시지가 난무한다. 시비와 싸움만 많은 것 같아 아쉽다."
-과거 우파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를 많이 내셨다. 현 정부를 보시면서 여러 생각이 드실 것 같다. 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글쎄,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른다. 다만 좀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는 느낌은 든다. 현 대통령은 그래도 뚝심이 있는 편 같은데, 정치 환경이 잘만 조성되면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지 않겠나. 당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는데, 안정이 되고 장기적으로 국익을 위한 정치가 펼쳐지면 좋겠다. 또 너무 밖에만 돌아다니는(해외순방) 느낌도 있는데, 이제 조금 덜 돌아다녀도 되지 않겠나 싶다."
-지난해 5월 <한국경제> 인터뷰 때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작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미소지으며) 글쎄 그렇게 얘기한 적은 있는데, 아마 좀 어려울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압박도 많고…. 집필 여부는 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선생께서는 종로구 청운동에서 태어나셨다고 알고 있다. 마음속으로 애착을 갖고 고향으로 생각하시는 곳이 있나.
"가만 보자…. 청운동 살던 시절 다른 동네에는 없던 아파트도 있었다. 어릴 적에 경북 영양으로 이사 갔다. 나중에 자리를 잡은 이곳 ‘부악문원’에서 제자들과 글도 쓰고 추억도 많이 쌓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지 않겠나."
인터뷰 중 그의 문하생 박석근 작가는 "말의 고전적 품격을 살려낸 문인"이라고 스승을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그를 두고 "그의 문장으로부터 자유로운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시대와 정신을 꿰뚫는 울림 있는 작품을 계속 써 주십사"라고 하자 이문열 선생은 "힘닿는 한 계속 열심히 쓰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문열=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1948년에 태어난 이문열 선생은 검정고시를 거쳐 1970년에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중퇴했다. 이후 1977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단편 <나자레를 아십니까>로 등단했다. 이문열 선생은 1979년에는 <사람의 아들>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그는 1980년대 유명한 작품을 많이 냈다. <젊은 날의 초상>(1981), <황제를 위하여>(1982),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등이 그렇다. 소설 <변경>과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를 포함해 90권의 작품을 썼다. 2015년에는 문화예술발전에 공을 세워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으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김동욱·정채연·최종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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