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맨 축제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버닝 맨(Burning Man) 축제는 1986년 6월 22일 샌프란시스코 베이커 비치에서 래리 하비(지난 2018년 70세의 나이로 별세)와 제리 제임스가 주최한 소규모 행사로 시작되었다. 래리는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그냥 모여서 인간(a man)을 태우자”며 시작한 행사라고 생전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이후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으로 옮겨 8월 마지막 월요일에서 시작해서 노동절에 끝나는 연례 행사로 굳어졌다. 코비드사태로 중지되었던 버닝맨이 올해 다시 시작하면서 약 10만명 이상이 참석하며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미국의 국영 라디오 NPR의 언급처럼 "한때 보헤미안과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언더그라운드 모임으로 여겨졌던 버닝맨은 이후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유명인,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이 모이는 곳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구글 창업자들과, 엘론 머스크(Space-X), 마크 주커버그(메타), 제프 베조스(아마존)등이 자주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플라야(Playa)라 불리는 염전에서 공동 생활을 하여 그곳에서 자신을 표현하면서 생존한다. 그 공간을 가상의 공동체 블랙 록 시티(Black Rock City, BRC)라고 부르는데 블랙록시티에는 직경 2.4km의 큰 부채 형의 시가지와 중심부 오픈 스페이스 및 주변부로 이루어진 총 면적 약 4.5 평방 킬로미터의 오각형의 도시가 임시로 건설된다. 자발적 노동을 통해 그들만의 이상적인 도시를 건설하는 본래 취지와 달리 실리콘 밸리의 엘리트 등이 주축이 되면서 일부에서는 스스로 노동하지 않고 인부를 사서 대신 건설하게 만드는 일도 생겨났다고 한다.
9월 4일까지 예정되어 있던 올해 축제는 네바다 지역의 폭우로 미국 연방 국토관리국으로부터 2일 폐쇄를 명령받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릎깊이의 진흙탕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고 일부는 마지막 행사인 사람 모양의 조형물 더 맨(The Man)에 불을 내고 (burn), 그것을 완전히 소각하는 행사까지 마치기 위해 계속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사망자도 1명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 버닝맨 축제는 유명한 행사가 아니었지만 폭우로 인해 축제가 중지되었다는 외신보도와 한국에서 열렸던 잼버리 악몽과 겹치면서 한국 언론도 앞다투어 보도 하고 있다.
‘영성’에 초점을 두고 각 종교들도 버닝맨과 함께 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유대교가 가장 활발하다. 버닝맨이 유대교(구약)의 번제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14년 전, 유대인 회원들이 설립한 버닝맨 캠프인 밀크+허니는 30명 규모로 안식일 예배를 주최했는데, 이후 참가자가 1,000명으로 늘어났다. 매년 화려한 복장을 한 수많은 참가자들은 세속적인 음악과 함께 전통 노래와 기도를 즐긴다.
유대인들이 즐겨먹는 락스(lox, 동유럽 유대인들이 사용하던 이디시어로 연어를 뜻함) 베이글 대신 핫도그 베이글을 제공하면서 사먹는 이들에게 ‘할례’를 요구한다. "핫도그를 먹으려면 핫도그의 할례를 받아야 합니다. 팁을 잘라서 팁 통에 넣어야 합니다" 라면서.
사진출처 : 버닝맨 홈페이지, 사진 Ales Prikryl aka DustToAshes, 2019년
버닝 맨 축제에서 안식일 예배를 인도하는 즈비카 크리거의 집회에는 수백 명의 땀에 절은 '버너(Burner)'들이 버닝맨 안식일 예배에 참여한다. Religion News Service(RNS)의 보도에 따르면 그들 중 일부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종교적 예배를 드렸다며 예배후에 줄을 서서 즈비카 크리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의 이사직을 그만두고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유대인 영성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크리거는 "수년 동안 이 일을 해오다 보니 지금이 제 인생의 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이처럼 영성 추구의 행사이니 불편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의견이다. 위 크리거의 경우처럼 부자라고 그들의 영성을 거짓으로 매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공회 그룹의 캠프(Religious As F-k)에 자체 영적 공간을 마련하고 대부분 주류 교단 소속인 15~25명의 캠프 참가자들이 "그리스도를 위하여!"라는 아침 묵상, 예수와 사이키델릭에 관한 강연, "커피와 고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그들에게 사죄와 아침 카페인을 제공한다"라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퀴어와 노숙자 커뮤니티 사역 중인 목사 존 브렛의 첨언이다. 이들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 행사도 가지는데 이들은 세상 달력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재의 수요일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종교적 트라우마와 영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버닝맨을 찾아와 자신만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하고 있는데, 그 중 일부는 기독교인이 플라야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우리를 발견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린다"라고 브렛은 덧붙혔다."
힐링 풋워시(Healing Foot Wash) 캠프의 창립자인 가브리엘 세라피니는 버닝맨에 종교를 도입할지 논의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세족식 캠프는 크리스천 사이언티스트 그룹이 사막에 임시로 크리스천 사이언스 독서실을 마련하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강연을 주최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크리스천 사이언스에서 자란 세라피니가 2013년에 참여하자마자 신약성경에서 제자들을 섬긴 예수의 행동을 본받기 위해 세족식을 대신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NPR의 지적처럼 영성을 추구하는 축제라는 것과 엘리트 부자들의 행사라는 시선이 버닝맨 축제를 두고 엇갈린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영성’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득 한국 교회 청소년 수련회에서 마직막 날 행사인 ‘불놀이’와 내용과 형식에서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김수영 문학상 수장자인 시인 황인찬의 시 ‘개종 5’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시 전문이 4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다.
여름 성경학교에
갔다가
봄에
돌아왔다
청소년 시절 수련회의 경험은 모든 죄가 씼기고 진리를 터득했다고 믿기에 총분했다. 그 감동은 1년을 채 가지 않고 봄이 되면 다시 세속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혹시 버닝맨의 ‘영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