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 문화 > ART(공연·전시) / 편집 2014-01-15 20:36:06 / 2014-01-16 13면기사
수묵으로 담아낸 금기된 우리들의 초상
中 리판 개인전 '인생예찬', / 내달 23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은 중국 작가 리판의 개인전 '인생예찬(Homage to Life)'을 2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약 10여 년에 걸쳐 파리, 뉴욕, 베이징, 그리고 제주도에서 제작한 108점의 회화 작품이 대거 전시된다.
특히 '구름 위에서(Above the Clouds)연작은 리판이 2000년과 2005년 파리와 뉴욕에서 제작한 작품들로 일상에서 벗어나 타자의 눈으로 경험한 새로운 도시 속 사람들의 모습이 자유롭게 형상화 돼 있는 작품들이다. 특히 2005년 당시 뉴욕에서 제작한 수십 점의 드로잉에는 작가가 직접 쓴 텍스트가 함께 배열돼 있는데, 인간과 생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잘 보여준다. 2005년 이후 제주도에 거주하며 제작한 작품들과 1990년대 2000년대 제작했던 캔버스 작업들, 그리고 대형 수채화 작업들은 작가의 회화가 시간과 거주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광고 이미지와 같이 극적이고 과장된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는 선과 여백의 미를 살린다거나 먹물을 흩날리고 흘리는 전통 중국화의 기법들로 표현되어있다. 이례적인 막대한 크기, 에로틱함과 장난스러움은 주제의 심각함과 대비된다. 개인적인 감성, 사회적 금기와 같은 개념적인 주제를 다룸과 동시에 현실을 다루고 해석하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미 전통적 수묵화를 현대화 하면서 동시에 전통적 소재가 아닌 현대인들의 삶을 다루는 작가로 평가 받은 바 있다.
뉴욕, 제주 등지서 제작한 108점 작품 전시
과장된 포즈, 화려한 색채… 현대인 삶 재 조명
그의 수묵화가 기법적 발전보다는 소재적 다양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대형 유화는 기법적으로 끊임없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불문하고 리판의 작품들은 작가 개인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는 사람이며, 그리고 이와 같은 그의 인간성, 삶에 대한 애정이 리판의 작품에 큰 근간이 된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108점의 자화상은 모두 우리 혹은 우리 주변인들의 모습이며, 그들의 일상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일상을 소중하게 한폭 한폭의 화면에 담아간다.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그간 쉽게 지나쳐 버린 자신 주변에 따뜻한 관심과 세심한 눈길을 보낼 수 있는 잠시의 여유를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 중앙미술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한 작가는 2010년 베이징 중앙미술학교 미술관과 2006년 아라리오 갤러리 삼청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작가는 본래 판화작가로서 중국 미술계에서 입지를 굳혔으며 2000년부터 종이 위에 펜과 아크릴 물감, 먹물 및 오일 페인팅으로 매체의 영역을 넓혀 왔다.
그의 작품들은 사회적인 맥락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중국 미술계에서 보다 인간 개인의 심리와 욕망에 집중하여 개인의 자유를 획득하고자 하는 반항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최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