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내 칼럼
사기의 여러 유형
조성내 / 정신과 전문의
이것도 일종의 사기겠지?
어떤 친구가 나더러 어느 고등학교를 졸업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몇 회 졸업생이냐고 묻는다. 그래서 5회 졸업생이라고 말해 주었더니 그 친구하는 말이 "난 광고 4회요"하면서 자기가 내 일년 선배라고 말한다. 그러더니만 같은 동문으로써 서로 잘 지내봅시다 한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이 분을 만날 때마다 깍듯이 대해 주었다.
헌데 몇년 후에 알고 보니 이 친구는 광고를 졸업하지도 않았었고, 또 4회는 커녕 다른 고등학교 6회졸업생이라고 한다. 그럼 내 일년 후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한테 선배노릇을 한 친구다. 이 친구는 하바드대학 앞에서는 프린스톤대학을 졸업했다고 뻐기고, 프린스톤대학에서는 하바드대학을 졸업했다고 거짓말하고 다니는 배짱좋은 사람이다.
몇 년 전 대한항공기가 소련 상공에서 추락당했었을 때, 많은 동포들이 밖에 나와 데모(Demonstration)를 하고 있었을 때다. 텔레비젼을 보니까 이 친구가 동포데모대 앞에서 "소련인은 야만인"이라고 영어로 신나게 고함을 지르며 떠들어대는 장면이 나온다. 그 밑에 자막을 보니까 "아무개 박사"라고 박사라는 칭호가 붙어 있다. 이 친구 또 미국텔레비젼 사람들에게 자기가 박사라고 거짓말을 해 버렸구나하고 생각하니 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이 친구는 자기하고 아주 친한 다른 친구더러 같이 사업하자고 꼬여서 5만불을 사기쳐 먹어 버렸다. 이 사기꾼은 그 큰 돈을 사기쳐먹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떳떳하게 "내가 사기꾼인 줄 알면서 말이야, 왜 바보처럼 둘리기는 둘려!" 하고 오히려 큰 소리치는 사람이다.
사기꾼들도 가지각종이다. 계를 하자고 해서 계돈을 몽땅 떼어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의 자동차를 빌려 달래서 남에게 팔아먹어 버린 사기꾼도 있다. 다음은 좀 재미있다고 할까, 허지만 살짝 슬픈 이야기, 이것도 일종의 사기인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 - 이 사람의 이름을 미스터 김이라고 하자. 미스터 김은 한시간 일을 해서 4불씩 벌어먹고 사는 분이다. 하루는 미스터 김이 버스를 탈려고 버스 정유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 분이 아는 분, 이 분의 이름을 미스터 장이라고 해보자. 미스터 장이 차를 타고 외서 자기가 미스터 김이 가는 곳을 바래다 줄 터이니 자기 차에 타라고 권유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냥 버스타고 가는게 더 편하지만, 그래도 미스터 장이 자꾸 자기차에 올라 타라고 졸르는 바람에 마지못해 그의 차에 올라탔다는 것이다. 이 미스터 장은 직업도 없는데, 어디서 돈이 생기는지, 차는 캐딜락 큰 차에, 번질나게 윤이 날 정도로 잘 닦은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이다. 가는 도중에 정유소에 들러 휘발유를 다 넣고 난 후, 미스터 장이 하는 말이 "난 지갑을 안 갖고 나왔는데!" 하면서 김선생의 얼굴만 쳐다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김선생이 할 수 없이 그 휘발유값 25불을 대신 지불해 주었다는 것이다. 얼마 후, 점심시간이 되니까, 그 미스터 장이란 사람이 아까 자기 대신 휘발유값을 지불해 준데 감사하다면서, 이번에는 자기가 점심을 사겠다고 하더란다. 식당에 가서 이것, 저것 시켜 다 먹고난 후 "나 돈이 없는데!" 하면서 또 김선생의 얼굴만 쳐다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또 김선생이 20불 점심값을 지불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한테 와서 "차 한번 잘못 타가지고 돈 45불을 날려 버렸다."면서 투덜투덜댄다. 사기꾼들은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기기술이 더느는가 보다. 한국속담에 고기도 씹어 본 놈이 잘 씹고, 거짓말도 해본 놈이 더 잘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번에는 내 가족이 직접 당한 점쟁이 사기꾼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아마 10여년전 일인것 같다. 미스터 박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하루는 "미국에서 산다는게 무척 어렵다"면서 한국으로 갈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 의견을 묻는다. 이 친구더러 한국나가서 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미국에서 그냥 살아라하고 조언을 해줄 수도 없다. 만약 한국나가서 살라고 해주었다고 가정해보자. 한국나가서 살다가 잘못 살면 나를 두고두고 원망할것이 아닌가. 또 미국에서 그냥 살아라하고 해서 내말 듣고 미국에서 살다가 더 못살게 되면 나더러 그런 나쁜 조언을 해주었다고 나를욕하고 원망할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 미스터 박에게, 나에게 그런 어려운 질문을 하지 말고 점쟁이한테 가서 물어 보는게 어떨까 하고 넌즈시 암시해 준 후 발뻼을 해버린 적이 있었다. 그 후 몇 일이 지난 후 미세스 박이 내 아내를 데리고 후러싱(Flushing) 에 있는 어떤 점쟁이한테 갔었다. 그 점쟁이는 아마 60세쯤 먹어보이는 여자였다고 한다. 그 여자 점쟁이는 미세스 박에게 한국나가서 사시는게 훨씬 낫겠다고 예언을 해 주더라는 것이다. 그 후 미스터 박 집안은 한국에 이사나갔고, 지금은 괜찮게 잘 살고 있단다. 헌데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점쟁이 여인이 내 아내를 보더니만, "당신에게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일, 이년내로 죽을 것 같소"하고 말을 꺼집어 낸 후 돈 3천불을 주면 자기가 고사를 지내서 내 아들의 생명을 연장시켜 오래 살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고사를 지낸다니 어디서 고사를 지내요?"하고 내 아내가 물었겠다. 그랬더니 그 점쟁이의 말이 뉴저지(New Jersey)에 높은 산이 하나 있는데, 자기가 거기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그리고 그 산꼭대기에다 음식을 차려놓고 정성껏 고사를 지내면 내 아들이 죽음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아내가 겁이 나서 이런 말을 장모님께 했겠다. 장모님은 하나밖에 없는 이 귀한 손자자식을 그냥 죽게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나더러 빨리 3천불을 내서 그 점쟁이한테 찾아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장모님께 그 점쟁이 여자가 미쳐서 헛소리를 하니까, 그런 미친 점쟁이 말을 믿지 말라고 했더니 장모님이 나에게 벌떡 화를 내면서 "아니, 그돈 3천불을 아낄려다가 귀한 자식이 죽으면 어떻하겠느냐"고 성화를 부리신다. 그래서 내가 장모님께, "그럼 이삼일간 더 생각해 봅시다"하고 말해 주었더니, 그 사이에 장모님은 다시 그 점쟁이 한테 찾아가서 3천불이 너무 비싸니까 좀 깎아달라고 부탁을 했겠다. 그랬더니 그 점쟁이가 하는 말이, 3천불이면 아주 싸다는 것이다. 더 달라고 불러야 할탠데 그냥 3천불만 불렀다면서 손자를 오래 살게 해 주겠다는데 그 3천불이 문제가 되겠느냐?"하면서 오히려 큰 소리를 치더란다.
그래서 내가 장모님께 "서울에는 더 유명한 사주 관상가들이 많이 있으니까 서울에 사는 처형한테 의뢰해서 다른 사주가들의 의견을 한번 들어봅시다. 만약 다른 사주가들도 똑같이 그런 말을 한다면 그때 가서 돈 3천불을 들고 그 여자 점쟁이한테 찾아가서 고사지내 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소"하고 달랬더니 장모님은 이에 동의하신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사주관상가에게 알아본 즉, 내 아들의 사주팔자가 아주 좋고, 명도 길고, 커서 부자로 잘 살테니까 걱정말라는 소식이 왔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내 아들녀석은 미남으로 공부도 잘하고 또 운동을 좋아해서 정구치며 잘도 자라고 있다.
옛날부터 있는말로서, 인명이란 재천(在天)이라 했는데,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린 것이요, 하나님이 알아서 할 일이지, 일개 이름도 없는 점쟁이가 무엇을 안다고! 내 귀한 아들이 죽는다는 등, 돈 3천불만 주면 오래 살게 해 준다는 등 그런 얼토당토않는 허풍을 떨면서 내 장모님의 애간장을 아프게 한 그 점쟁이 여인이 한없이 밉다!
마지막으로 내가 직접 당한 점쟁이 사기꾼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5, 6년 전 일이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셨다. 이 분은 국내에서 이름있는 한국고전 무용가이시다. 이 분에게 저녁대접을 해드린 후 이 분이 주무실 장소인 퀸즈 우드사이드로 모셔다 드렸다. 이 분이 계실 숙소가 어떤 사주관상가의 집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40대쯤 먹어 보이는 남자 하나가 있다. 나더러 복돈을 달랜다. 자기가 내 관상을 봐줄테니까 돈을 달란다. 내가 모시고 온 이 무용가의 채면을 생각해서, 아무 저항없이 돈 40불을 주었다. 그랬더니 내 아내 것까지 더 달랜다. 그래서 돈 20불을 더 주었다. 그 때사 그 점쟁이가 하는 말이 나더러 한국가서 살면 지금 보다 더 잘 살 것이라고 말해 주면서, 한국가서 살 수 있으면 한국에 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그 관상가에게 점잖게 "예, 잘 알겠습니다"하고 그냥 대답만 해주었더니, 이 남자 점쟁이가 나를 얼마나 시피(우습게) 보았는지, 하는 말이 "당신 관상을 보니 당신이 3년내로 죽을 것 같소, 나에게 3천불만 주면 내가 당신을 위해 부적을 쓰고, 그리고 고사를 지내서 당신의 죽음을 면하게 해 주갰소"하면서 나더러 돈 3천불을 내란다. 그래서 내가 "여보시요. 내가 이 분(무용가)의 체면때문에 당신에게 60달러를 주었는데 그것도 부족해서 이제는 3천불까지 달라 하오?" 라고 못마땅하다는 듯 한마디 해 주었더니 그 점쟁이는 내 말을 잘못 알아 들었는지, "그럼, 천불만 내시오"하고 흥정을 하고 달라든다. 그래서 그 무용가에게 얼른 인사하고 아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화가 난다. 이 점쟁이가 자기가 무엇이간데, 나더러 3년 내로 죽는다는 등, 돈 3천불만 내 주면 내 생명을 연장시켜 준다는 등 생각하면 할수록 분통이 터진다. 만약 내가 태권도를 좀 안다면 이 점쟁이한테 다시 쫓아가서 발로 차고 주먹으로 쳐서 다시는 그런 못된 말을 못하도록 그의 주둥이를 몇대 갈겨주고 싶을 정도다.
삼국지를 읽어 보면 그 유명한 제갈공명도 자기의 죽음을 면할려고 7일간 고사를 지냈지만 결국은 죽고 말았다. 그 유명한 제갈공명도 자기의 죽음을 피하지 못하였는데, 하물며 아무것도 아닌, 이 사기꾼 점쟁이가, 네가 무엇을 안다고 나의 죽음을 면해 주겠다는 등, 고사를 지내주겠다는 등, 그런 미친 소리를 한단 말인가.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묘한 일들도 당할 때가 있기는 있는데, 막상 내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고 보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아마 이 점쟁이들은 지금도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의 아들이 일, 이년 내로 죽을 것 같은데 ... " 운을 하면서 아직도 사기치고 있을 것이다.
1992년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