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요가 강사를 만났다. 팬데믹으로 그동안 오지 못하다가 이 년만에 왔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어딘가 어두웠다. 마침 이 년 전에 만났던 그녀의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서 물었다. -어머니는 안녕하시지요? -엊그제 돌아가셨어요. 나의 놀란 눈과 그녀의 슬픈 눈이 수영장 허공에서 만나 빙글빙글 돌아가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그녀의 친정 어머니를 처음 만나던 날의 모습이 떠오른다. 수영장에서는 한국 사람들끼리 만나면 허물없이 인사를 나누곤 한다.
그날도 요가 강사인 딸이 그녀의 어머니를 소개시켜 주었다. 두 손자들 사이로 나이 또래가 비슷한 남자 아이가 수줍게 웃고 있었다. -아들이에요. -아, 네. 건강하시네요.
우리 또래쯤 되어 보이는 친정어머니가 아마도 건강하셔서 늦둥이를 보셨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돌아가셨단다. 그것도 코로나로 그때 수줍게 웃던 그 남자아이를 십 년 키우고서
-엄마는 언젠가 가실 줄 알았지요. 그래도 너무 빨라요. 엄마가 가시면 우리도 따라 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서 밥을 찾네요. 요가 강사인 딸의 아쉬운 목소리가 수영장 물빛을 따라 슬프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