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 이야기
조미경
올 추석. 명절은 긴 연휴로 인해 요일 감각이 무디어진 날이 이어졌다. 매일 시간을 보면서도 쉰다는 개념 외에 딱히 갈 곳도 없고 여행하고 싶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연휴를 알차게 보내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눈 뜨면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일상은 평상시처럼 흘렀다.
명절은 누구나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면서 울고 웃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 흑백 TV가 있을 때는 뭔지 모르지만, 영화는 그냥 좋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영상물이 주는 즐거움은 꼭 영화가 아니어도 좋았었다.
내가 처음으로 영화를 본 것은 아마도 초등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전에는 동네 어른들과 천막 영화를 볼 때는 너무 어려서 키가 작아서 화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에 없다. 초등 시절엔 학교에서 영사기를 돌려서 많은, 학생들이 화면이 좋지 않아
빗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지지직거리는 영화를 침을 삼키며 숨도 잘 쉬지 못할 만큼 집중을 했다. 학교에서 영화를 상영할 때면 영사기도 시설이 좋지 않아 자주 끊겼고 배우와 성우
음성이 따로 들렸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교 시절에 학교에서 영화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이름도 유명한 테스였다. 그러나 손꼽아 기다린 보람도 없이 영화를 못 보고 말았다. 고교 졸업 후 지금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은 영화배우가 있다. 바로 하희라 씨다. 그녀는 당시 하이틴스타로 유명해지기 전 종로 국일 극장에 팬 사인회를 위해 찾았었다. 그때 내가 처음으로 영화배우의 얼굴을 본 것이다. 영화배우는 나에게 경이로움과 환상을 심어 주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극장을 찾을 때면 나는 유년 시절 초등 시절 화면에 빗줄기가 심하고 영상이 뚝뚝 끊기던 그 시절을 생각이 난다. 화면이 좋지 않아도 넋을 잃고 보던 영화가 어찌나 좋았던지 지금도 나는 영화가 매우 좋다.
이번 추석 명절 극장을 찾았다. 요즘은 OTT나 넷플릭스로 인해 영화 산업이 부진하다. 그래서일까 영화가 몇 편 상영되지도 않지만, 자연히 관객도 줄었다. 이번에 본 영화는 보스라는 옛 조폭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명절 특성상 가족들과 모여서 웃고 즐겁게 웃는 것에 초점을 맞췄는지 그리 여운이 남지 않았다.
상업 영화의 특성상 돈을 벌어야 하기에 주연급 배우를 섭외해 제작비를 늘리는 대신 저렴한
배우와 제작비로 한국 영화 특성으로 코미디와 가족애를 앞세웠다. 영화는 조폭 영화 특성상 무겁지 않고 코믹하게 흘렀다. 영화는 클리셰를 강조하면서 다음에 어떤 장면이 나올지 큰 기대감 없이 흘렀다. 나의 경우는 영화 시나리오에 큰 비중을 주는 대신, 배우의 연기력과 함께
감독이나 작가가 관객들에게 무엇을 들려주려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나는 영화 시나리오를 잠깐 대학원에서 특강을 10주 받았다.
유명 감독과 유명 시나리오 작가에게서 영화 이야기를 이론과 영화 영상을 보면서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제작되는지 영화 촬영 뒷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한 상업 글은 어떤 방식으로 흘러야 허는지 배웠다.
영화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우면서 여러 번 스토리를 수정했다.
그것은 돈이 되는 글. 즉 관객들의 입맛에 맞는 글. 즉 관객이 돈을 주고 영화를 보러 와야 하는 글을 써야 하는데 순문학 전공자인 나의 경우는 자꾸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영화 팬들은 로맨스 코미디나 현대 판타지, 그리고 액션물 같은 것을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스토리를 전개하다 보니 글로 유머 코드를 넣거나 시대적인 맥락에서
작가가 의도 하든 의도 하지 않던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영화 한 편을 시나리오로 옮겨. 쓰려면 A4 용지로 약 70장은 넘어야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배우면서 영화 상영 90분에서 120분 분량을 글로 전개하는 것은 무척 어렵고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영화 시나리오를 배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작가의 시선을 따라 글을 전개 하는데 있어, 배우의 성격이나 표정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 신마다 장면에 어울리는 대사와 장면 전환 등을 배우면서 영화란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
요즘도 나는 영화를 볼 때면 영화를 제작한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고생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한 편의 글을 써서 수십 명의 배우들과 자신이 만든 작품을 가지고 관객들의 눈높이에서 영상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들까. 그래서 지금도 나는 생각 한다. 상업 글은 쓰기도 어렵지만 글을 써서 돈을 버는 대중문학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