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위편(闢衛編)
벽위편본 수록 가사는 1959년 홍이섭 박사에 의해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이기경 후손의 집에서 발굴․소개된 원본 『벽위편(闢衛編)』(조선 후기에, 이기경(李基慶)이 가톨릭교 박해에 관한 기록을 모아 엮은 책. 가톨릭교 반대파의 입장에서 가톨릭교 탄압을 다루었다. 정조 9년(1785)에 간행됨)의 서책 중에 포함되어 있다. 그 가운데 가로 29cm, 세로 23.7cm의 국문 가사 1책이 있었는데, 이기경의 후손에 의하여 전사(轉寫)된 한글본으로 표제는 망실되고, 「오륜가(五倫歌)」, 「심진곡(尋眞曲)」, 「낭유사(浪遊詞)」, 「궐리사(闕里詞)」 등 네 편의 가사가 수록되어, 홍이섭, 이상보, 하성래 등에 의해 소개되었다. 이 가운데 천주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곡은 「심진곡」과 「낭유사」이다. 「심진곡」은 257구로 되어 있고, 「낭유사」는 74구로 되어 있다.
『벽위편』에 수록되어 있는 2편의 벽위 가사는 모두 천주교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즉 천주교에서 주장하는 영혼 불멸과 사후 천당지옥설을 냉소적으로 부정하고, 유교의 윤리만이 진리라는 내용으로 천주교에 대한 기득권층의 입장을 반영한다.
한편 1931년 간행된 이만채(李晩采) 편 『벽위편』의 원형이라고 생각되는 양수본(兩水本) 『벽위편』은 1978년 한국교회사연구소에 의해 영인․소개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벽위 가사가 수록되어 있는 국문 서책은 제외되었다. 원본을 직접 열람하지 못했기에, 이 책에서는 이미 간행된 이상보의 『18세기 가사전집』(민속원 1991)에 수록된 것을 이용하였다.
○ <벽위편: 낭유사> 설명 및 원본 자료는 『천주가사 자료집 上』(하성래 감수․김영수 엮음,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0, pp.349~351.)을 옮겨 적었음
○ 자료집에는 한글 가사체로 되어 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하여 아래 줄에 현대어 번역 및 한자(漢字)를 병기(倂記)하였음
낭유사(浪遊詞)
셰상에 특립ᄒᆞ여 ᄂᆡ몸을 도라보니
(세상世上에 특립特立: 우뚝 섬하여 내 몸을 돌아보니)
ᄌᆡ죠도 호상ᄒᆞ고 긔운도 호상ᄒᆞ다
(재주도 호상豪爽: 크고 시원함하고 기운氣運도 호상豪爽하다)
현승의 말을듯고 인도을 차리려니
(현승賢僧: 어진 스님의 말을 듣고 인도人道: 사람의 도리을 차리려니)
시비도 대단ᄒᆞ고 신셰도 괴로울사
(시비是非도 대단하고 신세身世: 처지나 형편도 괴롭구나)
풍진의 단니랴니 ᄃᆡ로도 양장이오
(풍진風塵: 바람과 먼지, 세상사의 어려움의 다니려니 대로大路:큰길도 양장羊腸: 양의 창자처럼 구불구불함이오)
공명을 ᄒᆞ자하니 평지의 풍파로다
(공명功名: 공을 세워 이름을 알림을 하자 하니 평지平地의 풍파風波: 바람과 파도, 험난함로다)
예법을 무ᄉᆞᆷ일로 간ᄃᆡ마다 귀속하고
(예법禮法을 무슨 일로 가는데 마다 귀속歸俗: 세속적 모습으로 변함하고)
명분을 무ᄉᆞᆷ일로 충졀도 하고많다
(명분名分: 지켜야 할 도리을 무슨 일로 충절忠節도 크고 많다)
일신이 곤고ᄒᆞ니 의식이 넉넉ᄒᆞᆯ가
(일신一身: 한 몸, 내 몸이 곤고困苦: 피곤하고 괴로움하니 의식衣食: 옷과 음식 넉넉할까)
만ᄉᆡᆼ을 슈습ᄒᆞ니 가권의 걱졍이라
(만생晩生: 늦게 자식을 둚을 수습收拾: 얻음, 바로잡음하니 가권家眷: 가족이 걱정이라)
ᄌᆞ녀를 길러ᄂᆡ니 ᄇᆡᆨ발이 쇼쇼ᄒᆞ고
(자녀子女를 길러내니 백발白髮: 흰 머리이 소소疎疎: 드물고 성김하고)
혼취를 다필ᄒᆞ니 근력이 쇠진ᄒᆞ다
(혼취婚娶: 혼사, 혼인을 다 필畢: 마침하니 근력筋力: 기력이 다 쇠진衰盡: 쇠하고 다함하다)
졔나흘 다ᄉᆞ라도 칠팔십 ᄉᆞᆯ동말동
(제 나이를 다 살아도 칠팔십七八十 살까 말까)
아마도 분ᄀᆡᄒᆞ여 거쳐업시 가오리라
(아마도 분개分槪: 대강을 헤아림하여 거처去處: 갈 곳 없이 가오리라)
공동산 깁흔곳의 광ᄉᆡᆼ자 잇다커늘
(공동산崆峒山: 도교道敎의 명산 깊은 곳에 광성자廣成子*『장자』〈재유在宥〉있다고 하거늘)
겨우구러 차ᄌᆞ가니 종젹이 허망ᄒᆞ다
(겨우 굴어 찾아가니 종적蹤迹이 허망虛妄하다)
삼신산 조타크늘 동ᄒᆡ를 바라보니
(삼신산三神山: 蓬萊, 方丈, 瀛洲를 말함 좋다고 하거늘 동해東海를 바라보니)
안기ᄉᆡᆼ 소식업고 셔시ᄂᆞᆫ 어ᄃᆡ간고
(안기생安期生: 신선 소식消息 없고 서불徐市: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찾아 떠난 사람은 어디에 갔는가)
ᄉᆡᆼ사는 쳔명이니 불사약 잇슬숀가
(생사生死는 천명天命이니 불사약不死藥 있을쏜가)
칠원을 지나다가 장션ᄉᆡᆼ 만ᄂᆡ보니
(칠원을 지나다가 장선생 만나보니)
광망ᄒᆞᆫ 말흥ᄒᆞ여 셩인을 긔롱ᄒᆞ니
(광망狂妄한 말을 하여 성인聖人을 기롱譏弄: 놀림 하니)
양쥬는 그뉘시며 묵젹은 어느분고
(양주楊朱: 위나라 철학자는 그 뉘시며 묵적墨翟: 주나라 철학자 어느 분인가)
졔몸만 위하기도 말못된 일이여든
(제 몸만 위하기도 말이 못 되는 일이거든)
두루사랑 ᄒᆞᆫ단말도 우숩기 측량업다
(두루 사랑한단 말도 우습기 측량測量 없다)
셔쳔축 극낙셰계 부쳐님 잇다커늘
(서천축西天竺: 고대 인도의 한 나라 극락세계極樂世界 부처님 있다고 하거늘)
쥭은후 불사르니 무어시 쾌락ᄒᆞᆫ고
(죽은 후 불사르니 무엇이 쾌락快樂한가)
두루단여 오ᄂᆞᆫ길의 셔양국 됴타커늘
(두루 다녀 오는 길에 서양국西洋國 좋다하거늘)
져놈의 거동보소 쳔지간 괴물이라
(저놈의 거동擧動보소 천지간天地間 괴물怪物이라)
부모를 모르거든 임군을 아올손가
(부모父母를 모르거든 임금을 알쏜가)
어버이 사랑ᄒᆞᆷ은 도로혀 원수되니
(어버이 사랑함은 도리어 원수怨讐되니)
ᄉᆞ라셔 ᄒᆞ올도리 다두어 더져두고
(살아서 할 도리 다투어 던져두고)
죽은후 화복으로 인심을 현란ᄒᆞ니
(죽은 후 화복禍福으로 인심人心을 현란眩亂: 어지러움하니)
이것도 사람인가 금수만 못ᄒᆞ도다
(이것도 사람인가 금수禽獸: 날짐승과 길짐승만 못하도다)
팔방을 다도라도 조흔곳 젼혀업다
(팔방八方을 다 돌아도 좋은 곳 전혀 없다)
즁심이 귀연ᄒᆞ여 고향을 바라보니
(중심中心이 귀연歸燕: 고향으로 돌아가는 제비, 또는 歸然 자연스레 돌아감 *미상 고향故鄕을 바라보니)
ᄒᆡ동의 군자국은 문명도 ᄒᆞ올시고
(해동海東의 군자국君子國은 문명文明도 클시고)
산쳔이 슈려ᄒᆞ고 물ᄉᆡᆨ이 죠요한ᄃᆡ
(산천山川이 수려秀麗하고 물색物色이 조용한데)
당우젹 풍쇽이요 삼ᄃᆡ젹 예악이라
(당우적唐虞的 풍속風俗이요 삼대적三代的 예악禮樂이라)
집으로 돌아오니 문졍이 의구ᄒᆞ고
(집으로 돌아오니 문정門庭: 대문과 뜰이 의구依舊: 옛모습과 같음하고)
노친이 깃거시고 쳐자식 반겨ᄒᆞᆫ다
(노친老親: 늙은 부모이 기뻐하시고 처자식妻子息 반겨한다)
친쳑이 다모여서 졍회를 펴온후의
(친척親戚이 다 모여서 정회情懷를 편 후에)
셔당을 졍히쓸고 의관을 정졔ᄒᆞ고
(사당祠堂을 정淨: 깨끗함히 쓸고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하고)
사린ᄂᆡ 모힌벗님 녜ᄒᆞ고 마져들러
(사린四隣: 사방의 이웃네 모인 벗님 예禮로 하여 맞이하여 들여)
경젼울 펼쳐노코 현가를 화답ᄒᆞᆫ다
(경전經典을 펼쳐 놓고 현가賢歌: 어진 성인에 대한 노래를 화답和答한다)
수륙진미 만반ᄒᆞᆫᄃᆡ 술잔을 권ᄒᆞ오니
(수륙진미水陸珍味: 물과 뭍의 귀한 음식 만반滿盤: 그릇에 가득함한데 술잔을 勸하오니)
이졔야 ᄉᆡᆼ각ᄒᆞ니 이것이 신선일다
(이제야 생각하니 이것이 신선神仙이로다)
동교의 비가ᄀᆡ니 츈광이 호탕ᄒᆞ다
(동교東郊: 동쪽 들판, 봄이 오는 들녘 비가 개니 춘광春光: 봄빛이 호탕豪宕하다)
화류는 만발ᄒᆞ고 상마는 욱어진ᄃᆡ
(화류花柳: 꽃과 버들는 만발滿發하고 상마桑麻: 뽕나무와 삼는 우거졌는데)
소몰고 가는ᄉᆞ람 곳곳지 한가ᄒᆞ고
(소 몰고 가는 사람 곳곳이 한가閑暇하고)
뽕ᄯᅡ러 가는여아 ᄆᆡᆨ샹의 왕ᄂᆡᄒᆞᆫ다
(뽕 따러 가는 여아女兒: 여자 아이 맥상陌上: 두렁 길에 왕래往來한다)
옥당금마 모든학ᄉᆞ 일시ᄌᆡ쥰 등용ᄒᆞ니
(옥당금마玉堂金馬: 홍문관의 우두머리 신하 모든 학사學士 일시一時 재준才俊: 재주가 뛰어난 사람 등용登用하니)
이것동 볼ᄌᆞᆨ시면 텬당이 이거실다
(이 거동擧動 볼작시면 천당天堂이 이것이로다)
져거동 볼ᄌᆞᆨ시면 지옥이 져것일다
(저 거동擧動 볼작시면 지옥地獄이 저것이로다)
졀무니 노지말고 농ᄉᆞ를 심셔ᄒᆞ소
(젊은이 놀지 말고 농사農事를 힘써 하소)
구실을 먼저ᄒᆞ면 관가의 죄잇슬가
(구실: 해야 할 맡은 바의 일 먼저 하면 관가官家에 죄罪 있을까)
부모를 봉양ᄒᆞ면 ᄌᆞ식의 도리로다
(부모父母를 봉양奉養하면 자식子息의 도리道理로다)
근본을 ᄉᆡᆼ각ᄒᆞ면 죠상을 이즐소냐
(근본根本을 생각하면 조상祖上을 잊을쏘냐)
졍셩으로 졔ᄉᆞᄒᆞ면 복록을 바드리라
(정성精誠으로 제사祭祀하면 복록福祿을 받으리라)
늙은이 존ᄃᆡᄒᆞ면 뉘라셔 시비ᄒᆞᆯ가
(늙은이 존대尊待하면 뉘라서 시비是非할까)
셩군이 ᄌᆡ상ᄒᆞ샤 시졀도 ᄐᆡ평일다
(성군聖君이 자상仔詳하시어 시절時節도 태평太平이로다)
우습다 ᄂᆡ일이야 남의말 그릇듯고
(우습다 내 일이야 남의 말 잘못 듣고)
텬하를 두루도라 어ᄃᆡ로 가랴던고
(천하天下를 두루 돌아 어디로 가려던가)
신션도 허탄ᄒᆞ고 부쳐도 괴망하다
(신선神仙도 허탄虛誕하고 부처도 괴망怪妄하다)
그즁의 괴이ᄒᆞᆯ사 텬주는 무슨것고
(그 가운데 괴이怪異할사 천주天主는 무슨 것인가)
텬도가 지공하여 품물을 삼겨ᄂᆡ니
(천도天道가 지공至公하여 품물品物을 생겨나게 하니)
ᄂᆡ도리 ᄂᆡ하여든 어ᄂᆞ하ᄂᆞᆯ 죄를쥴가
(내 도리道理 내가 하였거든 어느 하늘 죄罪를 줄까)
이신하 되얏거든 임군이 하ᄂᆞᆯ이요
(이 신하臣下 되었거든 임금이 하늘이요)
ᄌᆞ식이 되야셔는 아비가 하ᄂᆞᆯ이요
(자식子息이 되어서는 아비가 하늘이요)
계집의 몸이되여 남편이 하ᄂᆞᆯ이라
(계집의 몸이 되어 남편이 하늘이라)
ᄂᆡ하ᄂᆞᆯ ᄂᆡ셤기면 텬주도 감동ᄒᆞ리
(내 하늘 내가 섬기면 천주天主도 감동感動하리)
공ᄆᆡᆼ의 젼ᄒᆞᆫ도를 졍쥬ᄌᆡ 발켜시니
(孔孟: 공자와 맹자의 전한 道를 정주자程朱子: 정호鄭顥와 정이程頤, 주희朱熹 밝혔으니)
오륜을 일치말면 만셰의 무폐ᄒᆞ리
(오륜五倫을 잃지 않으면 만세萬世에 무폐無弊: 폐단이 없음하리)
허랑이 노지말고 우리도 고향으로 오리라
(허랑하게 놀지 말고 우리도 고향으로 오리라)
첫댓글 조선 후기 서학(천주교)를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던 유자들의 인식이 드러나는 벽위가사입니다. 당대의 정황을 살필 수 있는 자료이기에 참고삼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