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에서 칼바람을 1시간이나 맞으며 일출보니 파트너는 감기에 걸려 계속 기침이다. 좀 걱정이 된다. 만성허리통증환자인 "나" 와 급성감기환자인 "파트너" 가 이제 23km 서북능선길을 돌파해야한다. 코스는
남설악매표소→120분(2.5Km)→설악폭포→120분(2.5Km)→대청봉→30분(0.6Km)→중청봉→40분(1.1Km)→끝청봉→60분(1.5Km)→1459봉→100분(3.6Km)→한계령갈림길/서북주능→60분(1.9Km)→귀때기청봉→100분(3.2Km)→1408봉→80분(3.1Km)→대승령→60분(1.7Km)→대승폭포→50분(1Km)→장수대
생각만 해도...히유~. (이런 생각이 들 찰라...) 맞은 편에서 아버지와 초등1-2학년정도 되는 꼬마가 서북능선을 주파하고 있다. 아이는 뭔가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힘들다는 내색도 싹~ 사라지고..기특하고 대견에 보인다. 흠흠...
서북능선내내 맞은펴에서 오는 길에 산우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힘내시라고 서로 격려. 한적한 서북능선길이라...사람구경은 드문드문. 서북능선상에는 식수 구하기도 어렵고요. 한계령 갈림길까지 11시에 도착하여야 하는데 12시반. 야간산행 결정하고 나니 오히려 조급함이 사라지고 여유가 생긴다. 그래 갈때까지 가는거야. 이제 2부 스토리 시작.
▼ 중청산장과 대청을 배경으로..날씨 좋았어용.
▼ 산에 가서는 꼭 증명사진을 남겨두어야 하기에.
▼ 내설악의 절경, 가장마지막 능선은 공룡.
▼ 똑딱이 카메라의 사진으로 보여주기는 이정도가 한계일뿐.. 실제 풍광은 너무 멋집니다.
서북능선상에서 가장 힘든 곳은 귀청이다. 귀때기청봉. 대청에게 까불다 소청하고 중청에게 귀때기를 두들겨 맞고 쫒겨나 서북능선상에 또아리는 튼 귀청.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귀청의 특징은 너덜바위와 잡목지대. 너덜바위를 피해서 진행한다고 해도 잡목이 길을 막아 옷이 다 찢어진다. 다시 너덜바위 지대로 되돌아 진행해야 하며 너덜바위지역에 정상부터 아래로 굵은 흰 줄이 있는데 눈 오면 길을 잃지 말라는 이정표역할을 하는 생명줄. 눈쌓여 길을 잃었을시 이 생명줄을 잡아서 오르고 내려야 한다. 귀청의 너덜바위는 워낙 유명하여 발목부상 조심.
▼ 남설악의 비경
▼ 진행해야 할 귀청
서북능선을 진행하다 보면 귀청이 보이는데 바로 그 전이 한계령 갈림길이다. 귀청은 가시거리의 원근감때문에 가도가도 거리가 줄어드지 않는 다는 점이다. 아무리 진행해도 귀청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 한계령 갈림길까지의 절반정도. 한계령 갈림길이 서북능선상의 총 길이중 중간지점. 즉 이제 1/4 왔다는 위치.
▼ 이 능선상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진행해야 한다. 가마득하다.
힘들게 귀청을 넘으니 이제 장장 6km 의 대승령까지의 길도 남았고 또 2.7 km장수대 하산길까지 남았다. 대승령까지의 길은 보기에는 편안한 길처럼 보이지만 속보로 진행하기 힘든 길.
▼ 고사목.
서북능선은 남설악과 내설악을 아우르는 조망이 탁월한데 오히려 공룡보다 조망은 더 멋지다. 다만 개인적으로 공룡보다 더 멀고 힘들다.
▼ 귀청을 넘어와서...수해의 산사태로..다 들어나 보인다. 귀청의 오름길은 바위 너덜지대. 가도가도 끝이 없다.
▼ 랜턴키고 15분 진행후 드디어 대승령 도착. 여기부터 2.7킬로 급경사면 하산. 야간이라 하산도 한시간반이나 걸렸다. 야간산행은 경험이 좀 있어 두려움은 없었으나 혹 대승령 표지를 못보고 지나치면 남교리(8.6km)까지 진행할까봐 그게 겁나더군요. --;;
산행진행하면서 재본 시간이 16시간40분. 17여 시간의 산행 중 순수산행시간은 13시간 반 (중간5분휴식포함) 중청산장에서 1시간반. 일출구경1시간10분. 기타.. ,새벽3시에 스타트 하여 장수대도착하니 오후 7시40분. 이미 산악회 버스는 기다리지 말라고 이야기 해서 6시에 출발한 상태. 서울들어가는 버스는 이미 종료. 서울이나 원통으로 가는 차나 히치하이킹 했으나 50여대 그냥 지나가 느티나무님과와 연락을 계속 주고 받아 양양들려 속초로 다시 들어가 심야고속버스를 타다. 밤 10시반 차라..여유가 있어 부대찌개에 쇠주삼아 종주성공을 자축. 하산이 늦을 거 같다고 느티나무님에게 연락후에도 안전사항을 끝까지 챙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보도 정확했습니다. 저희때문에 혹 민폐가 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강릉을 거쳐 가는 고속버스라 겁나게 달리더군요. 3시간만에 서울도착. 자리도 1,2번이라 스피드감 너무 느껴 공포감으로 패닉. 파트너는 잠만 잘자고...혹 운전사가 폭주족 출신? 도착후 심야택시타고 집 도착..새벽3시가까이.. 둘이 합쳐 차 노치다보니 시외버스비,고속버스비,식사.택시비 10만원이 사라졌어도 왠지모르게 웃음이 난다.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보냐는 위안감.
설악은 3주만에 다시 갔어도 그 고생하며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다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설악은 참 묘한 매력을 끄는 산인거 같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
참고로 불고기님과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었습니다. 소주 할때 간절히 생각났어용 ~
- 진행시간 -
AM 3:00 오색출발
6:00 대청도착 (오색->대청 3시간)
6:13 여명시작
6:51 일출시작
7:10 대청하산시작
7:40 중청산장
9:10 식사 및 화장용무 및 사진기념촬영
9:10 중청산장출발
9:40 끝청
PM 12:36 한계령 갈림길 도착 (중청산장->한계령갈림길 3시간20분)
12:50 서북주능선 진입
13:38 귀청도착 (한계령갈림길 -> 귀청 50분)
18:20 대승령도착 (귀청->대승령 4시간40분)
19:45 장수대 하산 (대승령->장수대 1시간30분 - 야간산행이라 좀 더 걸림)
나중에 서북능선을 종주하실 분은 식사 30분 포함 14시간 잡으면 가능한 코스겠더군요. 산악회에서 규정한 12시간 주파는 체력이 정말 좋은 분들입니다. 저의 경우는 중간마다 3~5분식휴식시간포함해서 13시간 반 정도 걸렸고 식사시간을 30분으로 줄인다면 14시간 정도를 걸릴것 같습니다. 혹 다음에 가실 분들은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첫댓글 흐미...!!! 불고기까지 기억해주시고...감격 또 감격...
담 종주산행때 함께 해서 고생한번 하자고요...불고기님은 원정산행의 대가 아닙니까..
다음엔 히말동네 안냐푸르냐에 도전하심이 ......도전정신에 감격하여 큰박수를 길게 보내드리고 싶네요^^*
도르카스님은 지난주 운악산때 하산주 잣막걸리 함께 하신분이시군요. 산행경험 나눈 거 좋은 기회였습니다. 즐거운 산행길 이어가세요.
여유있는 표정이 너무나 행복해보입니다 햇빛에서 6주간(추석~서북능) 설악산행중 이번이 날씨가 제일로 좋았습니다 눈은 즐거웠으나 울 햇님들 고생을 많이 했네요,, 무사히 내려오셔서 멋진 후기까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 정말 좋았습니다. 하산이 늦어져 내내 전화로 안전여부 확인연락주셔서 다시 감사드리고요. 설악에 다시 입성하면 또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