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연중 제26주일,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찾아오신 주님 우리 그리스도인은 더 좋은 세상, 하느님이 보시고 참 좋아하실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할 사명을 받았다. 하느님은 이런 생각으로 사람을 지어 만드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세 1,26).”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단지 바람만이 아니라 외치고 행동하고 실천한다.
세례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언자(預言者)이다. 미래 일을 내다보는 신통력을 받은 게 아니라 하느님 말씀을 예탁(預託)받았다. 우리는 예수님 이름으로 복음을 전한다. 예나 지금이나 행동이 없는 말은 힘이 없고 또 다른 소음이다. 정말이지 말없이 복음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주일미사 참례 의무를 지키는 그리스도인 모두가 크든 작든 하느님 뜻을 실천하기를 바란다. 밥을 먹었으면 밥값을 해야 하지 않겠나. 일하기 싫은 사람은 먹지 말아야 한다(2테살 3,10). 그런 사람들은 공동체에서 분란만 일으킨다.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바라며 사회정의와 환경보전을 외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같은 뜻을 지닌 모든 이와 단체와 연대할 뿐 아니라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들도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몰라도 그렇게 예수님을 따른다(마르 9,40). 하느님은 모든 선(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우선 선택하고, 가장 작은 이들에게 잘 해준다. 그게 곧 하느님께 해드리는 것이고,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게 하느님께 해드리지 않은 것이다(마태 25,40.45). 그게 그리스도인 영성이다. 영성은 기도와 명상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가이다. 기도와 묵상이 아니라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으로 그가 하느님 자녀임이 드러난다. 하느님 뜻에 따라 살기 위해서,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하느님 뜻을 발견하기 위해서 기도하고 묵상한다. 드러나지 않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안다. 그 아름다움은 거룩함에 가깝다. 그런 우리를 통해서 하느님은 당신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드러내신다.
이 글이 마무리가 잘 안돼서 바람을 쐬러 나갔다. 그런데 성모 동산 앞에 낯선 젊은 여성이 서있었다. 이주민이었다.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해서 번역기로 대화했다. 이곳이 천주교 성당이냐고 물었다. 성당으로 안내했다.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성당 안으로 들어가더니 제단과 감실 그리고 성모상을 보고는 제단으로 다가가면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제단 앞에 무릎을 꿇더니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성모상을 만지며 더 크게 울었는데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아이 같았다. 그런데 성모상을 만진 손으로 자신의 배를 만지기를 몇 차례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임신 중이었다. 미사 시간을 알려주고, 베트남어로 되어 있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상본을 건네주었는데 이 성모님 안다고 또는 상본 있다고 말하는 거 같았다. 이제 동네와 일터에서 이주민을 만나는 건 일상이 됐다. 예수님이 우리 가까이에 우리 가운데 계신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주민의 날 담화에서 도움이 필요한 모든 형제자매와 만남과 마찬가지로 이주민과 만남은 그리스도와 만남이라고 말한다. 굶주리고 목마르고 나그네이며 헐벗고 병들며 감옥에 갇혀, 만남과 도움을 청하려고 우리의 문을 두드리는 이가 바로 그리스도이다. 일방적인 수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걸어가자고 권고한다. 그것은 예수님이 우리와 동행하시는 것과 같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 우리에게 열리고 있다. 그들은 더 좋은 삶을 꿈꾸며 낯선 땅을 찾아온 이들이고, 우리는 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좀 더 느슨한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고, 부모의 마음으로 품어주고, 우리를 찾아오신 예수님 맞이하는 마음으로 대해야겠다.
예수님, 저를 찾아주셨습니다. 저를 부르셨습니다. 주님의 울음소리에 모든 불만과 걱정들이 다 날아가는 거 같았습니다. 정말 필요한 건 딱 하나, 가장 작은 이 하나에게 잘 해주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