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이동관 아들 학폭 진술서 감췄다

[빛초롱]

하나고, 이동관 아들 학폭 진술서 감췄다

이동관의 아들 학폭 은폐 및 무마 시도로 의심되는 증거 포착

조하준 기자 승인 2023.06.22 10:41

21일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의 단독 기사. 하나고등학교가 이동관 아들의 학교폭력 피해자 2명에게서 받은 진술서를 고의로 감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되었다.(출처 : 오마이뉴스 기사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아들의 고등학교 재학 시절 저지른 학교폭력으로 인해 임명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그런데 하나고등학교가 이동관 아들의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진술서를 고의로 감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오마이뉴스의 단독기사가 21일 보도됐다.

이동관 아들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 2명이 작성한 진술서가 애초에 하나고에 제출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당시 학교폭력예방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폭력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고는 해당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당시 교원을 비롯한 하나고 측의 '학폭 신고의무 위반' 논란이 불가피하다.

21일 저녁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의 단독 보도 기사 〈[단독] 이동관 아들 학폭 진술서, 하나고에서 자취 감춘 이유〉에 그 당시 상황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오마이뉴스는 하나고가 국회 교육위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피해 학생 진술서 보존 관련 답변을 입수했다.

그 답변을 살펴본 결과, 하나고는 "2012년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작성한 자료는 부존재하다"면서 "당시 피해학생 진술서는 본교에 접수된 문서가 아니고, 본교 교사가 피해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받은 것이었다. 즉 학교 측에 제출된 바가 없는 문서로 본교는 해당 진술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공익제보 교사 전경원 씨가 학폭 사건을 공개한 2015년 당시 논란이 됐고 올해에도 세상에 알려진 피해 학생 진술서가 하나고엔 접수되지 않았거나 하나고가 접수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 정황을 보여주는 핵심 증언인 진술서가 하나고에 접수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 학교폭력예방법상 '신고의무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학교폭력 신고의무)는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이를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면서 "신고를 받은 기관은 이를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의 보호자와 소속 학교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통보받은 소속 학교의 장은 이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 학생과 상담한 교사가 두 명의 피해 학생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은 때는 2012년 4월쯤이다. 두 교사는 당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폭 사실을 즉시 학교나 담임교사에게 신고하고, 학교는 이런 사실을 가피해 학생 보호자에게 통보'해야 했다. 두 교사가 학교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신고의무 조항 위반이며, 만약 하나고가 이를 제대로 접수받지 않았어도 신고의무 조항 위반에 해당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는 아들의 학교폭력이 터졌을 무렵에 수시로 당시 이사장이었던 김승유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아봤다고 하였다. (출처 : YTN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당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장은 교감이었고 이 사건 뒤 교장으로 승진한 뒤 퇴임했다. 당시 피해 학생의 담임교사는 현재 이 학교 교장이라고 한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한 교육기관 주요 인사는 이 사건에 대해 "교원이 학폭 사실을 학교에 신고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은 피해학생들의 진술서 제출"이라면서 "하나고에서 피해 학생의 진술서를 접수받지 않았다면 이것은 정말로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강민정 의원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피해학생들의 진술서는 매우 심각하고 지속적인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 정도 사안이면 당연히 학교폭력대책자치위가 개최되어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이런 진술서가 하나고에 접수되지 않은 것 자체가 학교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힘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가지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후 오마이뉴스 측에서 '진술서가 학교에 접수되지 않은 이유'를 듣기 위해 당시 피해학생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은 교사와 당시 피해 학생의 담임교사(현 교장)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참으로 석연찮은 학교폭력 은폐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동관이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을 때 김승유 당시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아봤다고 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립학교에서 교장이나 교감이나 모두 재단의 구성원에 불과할 뿐 실제 학교를 운영하는 주체는 재단 이사장이다.

사립학교 내에서 이사장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투사부일체〉의 한 장면. 일개 윤리 교사이지만 이사장의 아들이었던 이광규(박용기 분, 가운데)가 자신보다 연배도 직급도 한참 높은 교장(故 박용식 분, 오른쪽)의 뺨을 후려치고 거만하게 양복 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바로 뒤에 교감(이기열 분)은 이광규의 만행을 보고도 쩔쩔매기 바쁘다.(출처 : 영화에 반하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영화 〈투사부일체〉에서 일개 윤리 교사에 불과했던 이광규(박용기 분)가 자신보다 직급도 연배도 한참 높은 교장(故 박용식 분)의 뺨을 후려치고 반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광규가 이사장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사립학교에서 이사장이란 인물은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동관은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아들의 학교폭력 상황을 알아봤다고 한다. 이동관 본인은 자신이 지위를 이용해 아들의 학교폭력 은폐 및 무마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렇게 증거는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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