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과 임윤찬이 싸웠다…전례없는 ‘상 싹쓸이’ 비결
카드 발행 일시2025.01.13
에디터
박건
김호정
‘뉴스 페어링’ 팟캐스트
관심
2024년 클래식계를 세 글자로 요약하면 ‘임윤찬’이었습니다. 지난해 4월 선보인 스튜디오 데뷔 앨범 ‘쇼팽 에튀드(연습곡)’로 연주자가 한 해에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싹쓸이했습니다. 깐깐한 평론가부터 클래식 팬들까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쇼팽에 열광한 한 해였는데요.
임윤찬은 ‘클래식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피아노 부문, 특별상 젊은 예술가 부문)을 차지했습니다. 그동안 단 한 명의 한국 피아니스트도 수상하지 못한, 클래식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데요. 그해 피아노 음반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뽑는 피아노 부문에서 최종 후보 3개 중 2개가 임윤찬의 작품이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JTBC '고전적 하루' 녹화 중 연주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공연장과 JTBC ‘고전적 하루’ 촬영장 등에서 임윤찬을 만난 김호정 기자와 함께 임윤찬의 2024년을 돌아봤습니다. 16년째 클래식을 취재하고 있는 김 기자조차도 이 정도의 폭발적인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왜 클래식계는 그의 첫 스튜디오 앨범에 이렇게 높은 관심을 보냈을까요. 약 70회에 달했던 임윤찬의 공연 중 김 기자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올해 임윤찬은 12세 때부터 꿈꿔왔던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에 도전합니다. 무수한 피아니스트가 거쳐 간 이 장대한 곡에서 임윤찬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자세한 내용은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확인하세요.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데뷔 앨범으로 시상식 싹쓸이한 임윤찬
📌외신이 주목한 임윤찬의 재능, 기술 그리고 ‘이것’
📌김호정 기자가 뽑은 2024년 최고의 명장면
📌임윤찬의 수상 소감이 한 편의 시 같은 이유
📌“큰 논란 될 것” 임윤찬이 들려줄 골드베르크
🎤진행 : 박건 기자
🎤답변 : 김호정 기자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지난해 수상한 주요 목록부터 정리해 보자.
이 정도로 많이 받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많은 상을 받았다. 지난해 4월 데뷔 앨범 ‘쇼팽 연습곡’이 발매됐고, 5월에 영국 클래식 월간지 그라모폰에서 5월 이달의 앨범으로 뽑혔다. 이후 영국 스페셜리스트 클래식 차트와 미국 빌보드 정통 클래식 차트에서 주간 1위에 올랐다.
10월에는 클래식계에서 가장 큰 권위의 상인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어워즈에서 피아노 부문과 특별상인 젊은 예술가 부문을 동시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한 달 뒤인 11월엔 프랑스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에서 젊은 음악가 상을 받았다. 평론가뿐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청중들도 엄청난 반응을 보여줬다. 12월에 애플 뮤직 클래시컬에서 올해의 인기 앨범 1위에 올랐고, 빌보드 연말 결산에선 정통 클래식 음악가 부문과 정통 클래식 앨범 부문에서 모두 1위를 하며 또 2관왕을 차지했다.
여기서부턴 국내 언론에서도 기사가 거의 안 나온 내용인데, 주요 외신에서도 임윤찬의 쇼팽을 올해의 앨범 중 하나로 꼽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뉴요커, 보스턴글로브, 영국의 가디언, 더타임스, 데일리메일 등이다. 이런 레거시 미디어뿐 아니라 온라인 매체인 올뮤직, 더 클래식 리뷰에서도 올해의 앨범 중 하나로 임윤찬의 쇼팽을 선정했다.
김지윤 기자
그중에서도 뜻깊은 수상을 하나 꼽는다면.
아무래도 영국 그라모폰 수상이 가장 의미가 크다. 음반 시장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해도 디지털 음원이 아닌 실물 음반에 한해서 주는 상의 권위는 전보다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음반이 전보다 희소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클래식 음반으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 이번 수상이 더 값진 것 같다.
그라모폰 어워즈 피아노 부문에서는 임윤찬의 앨범끼리 수상 경쟁을 했다.
총 3개의 음반이 후보로 올라갔는데 그중 2개가 임윤찬의 앨범이었다. 하나는 쇼팽 에튀드 스튜디오 앨범, 다른 하나는 2022년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실황 앨범이었다. 본인이 본인과 싸우는 기현상이 일어난 거다. 그라모폰 어워즈에서 수상한 한국인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첼리스트 장한나, 한국계 외국인까지 합치면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사라 장)까지 3명이다. 피아니스트가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라모폰 어워즈는) 전 세계에 발매된 음반 중 그라모폰 평론가들의 투표를 거쳐서 수상작을 선정하기 때문에 일찍이 해외를 기반으로 커리어를 쌓지 않으면 상을 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국인이 수상하기가 더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피아노 부문과 특별상 젊은 예술가 부문 상을 들고 포즈를 취한 임윤찬 피아니스트.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연주회는 몇 번이나 했나.
공식적으로 발표된 숫자는 없다. 팬들이 정리해 놓은 자료를 봤는데, 연주회는 약 70번 했다. 대부분 협주곡이었고, 한국과 미국 공연 비중이 높았다.
해외 공연을 할 때마다 외신 반응도 뜨거웠다.
(임윤찬의 연주는) 늘 독특하고,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곡을 이렇게 연주할 줄 몰랐다는 평가가 주로 나온다. 특히 임윤찬의 재능, 기술 그리고 정신 세 가지를 주로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재능을 타고났고, 기술도 잘 숙련돼 있는데 누구도 참고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표현하려는 그 정신이 해외 평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 들은 임윤찬의 연주는 어땠나.
일본에서 쇼팽 에튀드 독주회를 열었을 때, 여름에 스위스에서 열린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섰을 때 들어봤다. 해외 클래식 팬들도 임윤찬의 연주에 정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긴 시간 동안 연주하는데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선보였던 현악기 연주자들과의 4중주였다. 임윤찬이 그동안 실내악(한 악기가 한 성부씩 맡아 연주하는 기악 합주곡)은 많이 연주하지 않았다. 주로 독주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많았다. 늘 예측을 벗어나는 연주를 하기 때문에 다른 연주자들과 합을 맞춰야 하는 실내악에선 어떻게 칠까 궁금했다. 신기한 건 합을 맞추면서도 자신의 독특함을 계속 유지했다는 거다.
임윤찬이 지난해 7월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현악기 연주자 3명과 함께 4중주를 선보이고 있다. 김호정 기자
지난해 임윤찬 연주회 최고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6월에 국내에서 열렸던 연주회 때 친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꼽고 싶다. 지난해 한국 공연을 총 7번 했는데 그중 3번을 직접 가서 봤다. 그중에서도 전람회의 그림이 정말 강렬했다. 그 곡을 들으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자유롭고 급진적인 해석이 계속 나왔다. 쇼팽 에튀드 앨범에서도 자기만의 개성을 보여줬지만, 전람회의 그림은 그 이상이었다. 임윤찬이 어떤 곡에서든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임윤찬과 함께 촬영했던 JTBC ‘고전적 하루’도 기억에 남는다.
데뷔 앨범으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받았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데뷔한 피아니스트가 또 있었나.
신동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데뷔한 연주자 중에선 러시아 출신 예브게니 키신(※12세 때 모스크바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주목받은 천재 피아니스트)이 떠오른다. 사실 키신도 무대 위에서의 연주로 유명해진 경우고, 스튜디오 데뷔 앨범이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해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휩쓸고, 올해의 음반으로 꼽힌 건 전례가 없다. 임윤찬이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지난해 쇼팽 에튀드를 통해 더 진지하고 높은 관심을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 무대 연주가 아닌 스튜디오 앨범을 통해 자기 음악 세계를 침착하게 보여줬고, 모두가 거기에 주목하고 호평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6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