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고창 공음면 학사농장 메밀밭 풍경. 모터가 달린 패러글라이딩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메밀꽃밭을 선회하고 있다.
시간이 남아 하릴없이 다시 자판 앞에 앉았다.
오늘은 일본의 신센구미 얘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요즘 유선방송에서 자주 틀어주는 영화 중 '바람의 검 신선조'라는 게 있다.
며칠 전 TV 앞에 드러누워 영화를 보다가 꼭 두 번쯤 안구에 습기가 찼다. "밥 먹어"라고 외치는 와이프의 말에 식탁에 앉았으나 안습 이후라 식도가 경직돼 밥알이 넘어가질 않았다.
바람의 검 신선조는 서구의 개항 요구에 300여년을 이어온 일본 막부정권이 흔들리던 시절, 혜성같이 나타난 시골 촌뜨기 낭인 집단 '신센구미'에 대한 이야기다.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를 영화한 작품.
신센구미를 소재로 한 소설 중 '칼에 지다'보다는 일본의 국민작가 시바 료타로의 '타올라라 검'이 더 유명하다.
'칼에 지다'는 상하 2권인데 반해 '타올라라 검'은 기억에 8권인가 하는 대하소설이다.
신센구미는 국장 '곤도 이사미'와 부국장 '히치카다 도시조'라는 걸출한 인물들이 1번부터 10번으로 짜여진 사무라이들로 구성됐다. 1번 대장 '오키타 소지', 3번 대장 '사이토 하지메', 10번 대장 '나카무라 신파치' 등도 드라마, 만화, 영화에서 중요한 배역으로 나온다. (책을 너무 열독했더니 이름이 술술 기억난다. 그러면서도 어머니 연세가 67인지 68인지 항상 헷갈리는 나는 불효자인가)
바람의 검 신선조와 칼에 지다는 이들 주요인물이 아닌 요'시무라 간이치로'라는 말단 사무라이를 주인공으로 택했다.
아사다 지로는 신센구미 이야기가 처음으로 빛을 본 '신센구미 시말기'에 요시무라 간이치로라는 이름이 언급된 단 6줄의 글을 보고 소설을 구상했다. 신센구미 시말기는 그동안 일본 역사에서 언급이 금기시 됐던 신센구미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1962년 세상에 신센구미를 알린 첫 번째 책이다.
일본인들에게 신센구미는 체게바라처럼 하나의 유행이 됐다. 시바 료타로는 일본의 경제 침체기에 타올라라 검을 집필해 새로운 리더십과 성공철학을 역설하며 국민작가로 발돋움했다.
신센구미 이야기를 모르고서는 사무라이가 나오는 일본 영화를 절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사무라이가 나온다 하면 분명히 신센구미(한국말로 신선조)일 것이고 신센구미를 뺀 사무라이 영화는 대중들에게 어필되지 않는다.
하여튼 언제 기회가 되면 한 번씩 일독을 권한다.
첫댓글 안구에 습기가 찬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나 신센구미의 슬픈 장면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고, 메밀밭 풍경 사진과 글의 내용이 연관성이 없고, 하늘에 홀로 떠다니는 패러글라이딩은 더욱 부조화스럽군요. 일독은 쉽지 않을 듯 하나, 기회되면 시청하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