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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전용의 참된 작업
우리글 바르고 곱게
한글전용 문화 발전속도와 비례
한글전용운동의 전위대를 자부하는 국어운동학생회가 26일 C309강의실에서 창립을 보았다. 한글전용안은 비단 오늘의문제가 아니라 창제 이래 수없이 논란을 벌여왔다. 정부에서는 한글전용을 위해 단계적 한글전용계획을 발표, 5천년 민족문화 작업의 숙원이던 한글전용의 역사적 시기가 문턱에 다다르고 있음을 비쳐주고 있다.
이름부터 한글로
“조상들이 이루지 못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욕된 과거를 청산하고…새 역사 창조를 위해 <창립취지문에서> 국민운동의 횃불을 높이 쳐든 국어운동학생회-.”
위와 같은 창립취지를 관철하기 위해 첫째 나 자신부터 국어운동에 적극참여하고, 둘째 내 주위 사람을 이해 설득시키고 셋째 한글을 거름 삼아 새문화 창조에 앞장설 것을 행동강령으로 삼고 있다.
내 것을 갖는다는 것은 즐겁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글이 보다 과학적이고 실용적이며 독창적인 특성을 가졌다고 인정한다면 한글전용의 보람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잘사는 세계의 모든 나라는 글자생활부터가 현대화되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미국이나 독일에선 대문자를 쓰는 것마저 글자를 기계화하는데 속도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대문자폐지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인데, 아직까지도 청자문을 읽어야하고<강희자전>이란 무거운 맷돌에 자유분방해야할 두뇌를 눌려야 한다.
미련스럽고, 한편 분하기 짝이 없다. 한글처럼 간편하고 우리말처럼 깨끗하며, 쉽고, 바르고, 고운 말은 또 없을 것이다.
국어운동학생회는 두 차례에 걸쳐 국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는데 이들은 <이름부터 한글로!>라고 우리들의 아낌을 호소하고 있는가 하면 <귀여운 아기들의 이름은 고운 우리말로 써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모든 외국기관과 상점들의 문패는 물론 한글을 앞에 써야 한다.
그러나 거리에 나가보면 아예 한글표시가 없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야 한다.
분명코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어운동학생회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종 강연회, 토론회, 강습회를 개최하고, 회보를 펴내며 그밖에도 일의 수행을 위해선 모든 필요한 일을 벌일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이들은 이미 본교를 비롯하여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학 등 4개 대학의 연합체를 가지고 있다.
쇠사슬을 끊자
한때 거리의 다다이스트들이 밥그릇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양푼을 수저로 두드리면서 파리 시가를 시위하였다.
이들은 1차 세계대전의 홍역을 겪고 기존질서와 관념에 정면으로 도전, 이성을 거부하고 참다운 인간의 가치구현을 목마르게 부르짖었다.
중국은 장구한 기간 그들의 문화를 지탱해온 한문의 쇠사슬을 끊고1917년 백화문자혁명을 수행했으며, 일본도 일찍이 자기들의 독특한 글자-가나-로 한자를 손질하였다.
라틴과 희랍문화에 종속되어있는 서구는 또 국가마다 고유한 글자를 창안, 사용하고 있으며 라틴어 및 희랍어로 쓰인 문헌은 도서관에 갖춰놓고 연구하는 정도다. 물론 라틴문학과 희랍문화가 훌륭한 꽃을 피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지만 그 발전의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음을 알아야 한다.
재빨리 라틴어의 쇠사슬에서 벗어나 오늘날 선진국대열을 이룬 것은 그들에게 실용적인 생활관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용기가 있었다는 것 뿐이다.
용기는 비약을 약속
지난해 11월 박대통령은 한글전용운동을 지시하였고 이어 금년 5월 22일 단계적 한글전용계획을 발표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 (1444년) 한 이후 조정에선 찬ㆍ반의 격론을 거듭, 중클이니 암클국문 등 치욕적인 누명을 뒤집어쓰기 십여 차례나 된다.
한글학자 周時經(주시경)선생은 자신의 이름을 <두루 때 글>이라 풀이할 만큼 한글을 쓰기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한글학자 崔鉉培(최현배)선생은 비행기를 <날틀>이라 쓰면 좋을 것 이라고 했다가 핍박을 받았다. 날틀이라 써서 이상할 이유가 있다면 애매한 형식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정신이상증세 탓일 뿐이다.
일제치하에선 대부분의 시인들이 앞을 다퉈 한글로 시를 썼는데, 다시 오늘에 와선 한자를 대량 도입하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어쨌든 해방 후 20년간 줄기차게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던 한글전용 계획은 68년으로 접어들면서 학계ㆍ언론계ㆍ교육계 등에서 심한반발과 환성으로 들끓기 시작하였다.
우리말 우리글을 가지려는 민족적 숙원을 누구 하나도 이에 반대할 이유를 갖지 않겠지만, 5천년의 한국문화가 중국에서 들어 온 한문자에 의해 침식되고 또 이뤄져 왔기에, 하루 아침에 새 옷으로 갈아입기가 어렵다는 것일게다.
이처럼 학문과 생활 속에 깊이 뿌리박힌 한자의 세력을 어떻게 몰아내야 하는가?
다다이스트들의 시위와 방법이 과격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오늘날 세계의 정신문화는 보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자기표현과 인간성 발현에의 노력을 지니게 해주었고 백화문자혁명, 라틴어 매장 등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속도로 문명을 발전시켜왔음을 본다.
남을 흉내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보다 빠른 민족문화의 정립내지 비약적인 발전을 탐내기 때문에 한글을 쓰자는 것이다.
한글을 아끼는 마음은 결국 조국과 민족을 아끼는 일이다.
용기가 필요할 뿐, 갈고 닦아 쓰면 모든 난관과 문제점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법일게다.
한글전용화의 길
그럼, 정부가 발표한단계적 한글전용계획의 내용은 어떤 것일까?
68년에서 72년까지에 이르는 5개년 계획으로서 68년에는 한자를 2천자로 제한하고 69년에는 1천3백자로 제한하며 72년도엔 한자를 완전히 철폐하여 73년도부터 모든 간행물을 한글로 쓰되<학술용어등 전문용어에 대한 출판물은 한자를 병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어심의회한문분과위는 524자의 약자시안을 작성한바 있고 도하 각 언론기관에선 스스로 한자를 줄여 쓰기 시작하였다.
현재 한자의 세력은 한국문자세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군부에서는 특수한 몇 개의 낱말을 제외하고선 전면 한글전용을 시행하고 있으며 70년부터는 호적, 등기, 주민등록등을 한글로 쓸 계획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국정교과서에서 약간의 한자에 괄호를 쳐서 썼던 것을 금년 3월부터는 갑자기 괄호를 벗겨버리고 한자를 백일하에 들어낸 것이다. 시당국에선 <輪中堤(윤중제)>라는 해괴한 말까지 만들었다.
비단 국어운동학생회뿐 아니라 모든 국민은 보다 계획적이고 무리 없는 국어전용화 방법을 연구하고 나아가 갈고 닦으며 아껴서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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