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키 영화
신용목
너는 말한다, 알 수 없는 말 한순간 들판 같아서 내달리다 쓰러진 돌들이 군데군데 풀냄새를 맡는다
그것이 긴 여행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순간 절벽 같아서 발끝에서 떨어지는 돌멩이 아찔한 깊이에서 어둠이 입을 벌리고 너는 말한다, 한순간
모든 말을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말하지 않은 말까지 다 알고 있어서 사실이 필요하고 그보다 더 많은 거짓이 필요하고, 마지막에 올라가는 자막처럼 긴 고백의 목록이 필요한 것
새들이 말한다, 아침의 말
비가 말한다, 젖은 말
유리가 말한다, 깨지면서 단 한 번 그러면 생각한다 새들의 말 속에는 새들의 순간이 매번 깨지고 비의 말속엔 비의 순간이 매번 깨지고 너의 말 속에서 너는 매번 깨진다
그것이 짧은 인생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다 구멍이 많은 돌을 보았다 어둠을 뭉쳐놓은 것처럼 검은 돌이었다, 극장의 어둠이 사람들을 데리고 영화 밖으로 달려가다 쓰러져 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눈알을 담아주고 싶은 구멍이었다, 돌아보면 안 되는데
그것이 고백인 것 같아서 돌아보다 그만, 돌이 된 어둠 립밤을 발라주고 싶은 구멍이었다
천천히 입술이 열리고, 말하면 안 되는데
쿵, 어둠 속으로 떨어진 돌이 오직 깨지면서 자신의 바닥을 고백하는 것처럼 너는 말한다, 알고 있는 말 그것이 긴 여행을 하는 짧은 인생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는 말한다, 사실은 죽은 주인공들이 모두 살아 있어서 스크린 뒤에서 여전히 우리를 보고 있다고 극장을 나와도 끝나지 않는 영화가 있어서 밤마다 어둠 속으로 떨어진 사람들을 꿈의 뒷골목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알 수 없는 말을 가르친다고, 사실은 모든 돌이 죽은 고백이라고
너의 말 속에서 나는 깨져서, 입을 맞추면 피가 묻어난다
_시집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 (문학과지성사, 2024)
_신용목 시인 2000년 『작가세계』신인상으로 등단 노작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백석문학상 등 수상 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나의 끝 거창』,『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