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프로야구 전쟁'을 벌인다.
선수 스카우트 문제를 두고 KBO(한국야구위원회)와 MLB(메이저리그사무국)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메이저리그의 무차별 선수 스카우트에 위기의식을 느낀 KBO는 지난 2월25일 이상일 사무차장을 뉴욕의 MLB에 급파, 한-미 선수계약 협정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MLB측은 아직까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한-미 프로야구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KBO는 한-미 선수계약 협정이 한국프로야구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전제 아래, 자국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계약'을 주장하는 반면 MLB는 국제간 선수 '자유계약'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 83년 맺은 한-미 선수계약 협정은 구단과 계약하지 않은 선수는 상대국의 구단에서 계약을 추진할 수 있게 돼 있어 문맥상으로는 평등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물량공세앞에 한국은 유망주들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게 현실.
이에따라 미국구단들은 아무런 제한도 없이 한국프로구단이 지명한 선수를 포함한 아마추어 선수까지 무차별적으로 손길을 뻗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4년 박찬호(LA 다저스)를 필두로 김병현(애리조나) 최희섭(시카고 커브스) 등 14명이 미국구단에 스카우트됐고, 올해에도 7명이 MLB로부터 신분조회를 받았다. 한국프로야구에도 미국에서 지난 98년 이후 70여명이 건너왔다.
한국은 간판스타 21명이 미국과 일본(7명)으로 빠져 나간데 이어 유망주들도 대거 미국에 빼앗길 처지여서 한때 500만 관중을 돌파했던 프로야구 인기는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
이에 KBO는 생존권 차원에서 미국에 일본 수준의 협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99년 프로구단에서 일정기간 뛴 선수만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협정을 개정한 바 있다.
KBO는 MLB와의 협상과 함께 MLB소속 구단과 계약한 선수는 물론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아마추어 선수도 국내프로야구에서 5년간 뛰지 못하도록 할 계획.
또 대한야구협회도 지난 2월26일 보스턴구단과 계약한 안병학(원광대)에 대해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려 KBO와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KBO는 MLB와의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면 각 구단과 대한야구협회의 협조를 얻어 선수자격 영구박탈, 에이전트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민,형사상의 고발 등을 포함한 극단적인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아시아와 중남미를 메이저리그 선수 공급처로 활용한다는 '세계의 팜(farm)화'를 계획한 MLB가 KBO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양측의 관계는 더욱 냉각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 < 이상주 기자 sj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