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본업으로 일본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 아이디 처럼 클린케어클리닝 이라고 리싸이클업체 겸 청소 업체도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건 부업이고 제 본업은 시설의 어르신 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입니다, 게다가 이 일을 10년째 하고 있는 베테랑 이구요.
9월 말일 즐거운 추석 입니다. 저는 바빠서 가지는 못하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카카오톡으로 화상 톡을 하였습니다. 아버지가 그러더군요.
"집안 어르신들한테는 요양보호사 한다고 말하지 말고, 클린케어그... 그 중고가전가구 팔고사는 일 한다고 혀라"
"왜요?"
"그... 사람들 똥만지고 그런 일 하는 그짝 일 보다 세탁기나 콤퓨타 같은거 만지작 하는 이짝 일이 더 돈도 되고 좋잖여!~"
"......"
순간 느낀게 아... 이게 한국의 현실 이구나... 요양보호사라는 일을 한국에서는 아직도 하류층의 일로 보고 있구나...
근데 이게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야 일본에서 이쪽계열 4년제 대학도 나오고, 실제 이 일을 일본에서 10년이나 하고 있으니까. 이 일이 얼마나 전문적인 일이며, 국가에서 장려하고 지원하며,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일인지를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인식이 그렇지 않죠...
그 대표적인 예로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시를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 출연하시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배우 고 윤정희 선생님께서 연기하는 극중 직업이 파출부 입니다. 고객의 집에 가서 가정일을 해주는 일인데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목욕개호를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제가 십여년전 저 영화를 볼때는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이 없이 자연스럽게 봤었는데, 지금 이걸 본다면 환장할 일이지요. 자격증이 없는! 그것도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일개 가정부가? 반신 마비인 어르신을 목욕시킨다고?? (실제로 상당히 애를먹는 장면으로 연출이 됩니다.)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 때는 저게 당연 했습니다.
한국은 2008년 7월에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등장하여 그때 처음 [요양보호사]라는 말이 등장을 했고, 2009년이 되서야 요양보호사가 자격 시험을 통해 선발되는 것을 골자로 한 노인 복지법이 개정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개봉한 2010년이 되어서야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서의 교육을 필수로 이수한 후 시험을 통해 합격하면 자격증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변경이 되었으니, 말 다했지요... 참고로 일본은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그 만큼 우리나라의 요양보호사의 역사는 매우 짧으며, 요양보호사 등장 전 시대를 살아오신 우리 윗 어른분들의 생각으로 요양보호사란? 진짜 파출부랑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슬프죠... 저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사랑 하는 가족들은 저를 그렇게 보고 있지 않으니...
그동안 저한테 지도를 받고 거쳐간 수많은 후배들 한테, 이 직업을 선택한 너희들은 자랑스럽고 대단한 인재들이며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가르쳤고, 임종이 가까웠던 어르신들의 가족대신, 마지막을 지키며, 가시는길 적어도 조금이나마 두렵지 않도록 손이라도 잡아주며 충실이 저희 직업의 목적을 지켰습니다.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우리는 한다. 그리고 사회를 움직인다."
대학교 시절 교수님한테 들었던 말인데, 어찌나 이 말이 가슴와 닿던지... 그러나 한국에서 저를 보는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추석날 저녁 가족들과 집안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구룹단체방에 들어 갔습니다. 화기 애애 하고 분위기 좋았죠... 그러다 고모가 아직도 요양보호사 하냐고 물으시길래 당연하게 자신있게 예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걱정하는 표정으로 바뀌 시더라구요. 그러고는 왜 아직도 그런 일을 하냐고?, 너정도면 더 좋은일, 큰일 할 수 있지 않냐고...
저를 걱정해 주시는 분한테 그것도 집안 어른한테 이 일이 얼마나 자부심 있는 일인지 일일히 설명 할까요? 고정관념이 있는 세대분들한테?... 이런 일 한 다고 부끄럽지 않을 라고 내 뱉는 변명으로 들릴꺼 뻔하니... 그냥 예예 하고 끝냈습니다. 화상 통화가 끝나고 딸래미가 툭툭 치며 묻더군요.
"아빠 왜 울어?"
슬프죠... 저도 한명의 사람 입니다. 한국에서 일본까지 와서 유학생활 끝내고 취업 해서 결혼도 하고 애까지 둘 키워 가며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한테 대단 하다고... 열심히 산다고 응원 받고 싶고 인정 받고 싶습니다. 누구나 다 그럴 것입니다.
신념은 유리구슬 같은 겁니다. 아주 단단 하지만 한번 강한 충격을 받으면 산산조각 나 버리는 유리구슬 같은 겁니다. 마치 잘 못살고 있는 듯한 조카를 달래는 듯한, 고모의 진심어린 걱정이 제 멘탈을 강하게 부셔버리더라구요.
아버지가 급여는 잘 나오냐? 얼마나 주냐고 하길래 급여 명세표까지 보여 드리며 한화로 350~380 정도 나온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게 많이 받아도 그런 일 하는거 아니라고 빨리 때려치고 제대로 된 일을 하라고 합니다.
아직 한국이 노인복지에 대해 역사가 짧은 만큼, 인식도 아직 여기 까지 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이런 일 입니다.
바로 한국의 노인복지의 인식을 개선 하는 것
마음 같아서는 개선이 아닌 180도 바꾸고 싶은데 어렵겠죠... 그렇지만 최대한 개선을 하고 싶습니다.
현제 일본에서 한국인 요양보호사를 모집해서 일본의 요양원에 소개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모든 비용은 무료 입니다. 2개월 전에 시작을 해서 현제 3명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일본에서 배운 개호기술과 지식으로 대한민국의 노인복지의 인식과 관념을 조금 이나마 개선해 주시리라 저는 믿습니다.
밤늦게 주저리 주저리 신세 한탄 해서 죄송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이글을 읽고 있을 3분께 제가 진심으로, 감사하고 합격하여 받은 특정기능비자 5년동안 제가 최선을 다해 서포트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첫댓글 안녕하세요. 저도 클린케어님과 같은 일을 하고있는사람입니다. 오늘따라 동감의 마음이 느껴지는글에 댓글을달아봅니다.
늘 경쾌하고 씩씩한글에서 인성이느껴집니다. 보이지않는곳에서도 응원을하고있다는사람이있다는데 힘을내시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길~
늘 행복하시길 ~~ 두서없이댓글달아봅니다
감사합니다. !!!
세상이 바뀌고 있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분들의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은거 같습니다
최근에 特殊清掃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す-さん의 채널을 관심있게 보고 있어요
사명감 아니면 할수 없는일 이제는 이런분들이 존경을 받아야 할 세상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클린케어님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숙연해 지네요.
안녕하세요. 저도 일본 병원에서 개호복지사로 일한지 1년 다되가는데 공감이가네요. ^^
병원이면 간호사분들 눈치도 많이 봐야 할텐데… 저보다 더 대단 하십니다…
그렇긴하죠;; 매우 고립되네요
늘 눈팅하며 잘 보고 있습니다. 참 좋은 글이면서 공감도 많이 가는 내용입니다.
대기업 사무실에서 앉아 양복 입고 일하지 않는 이상 부모님 세대에게는 인정 받지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에서 말하는 겉의 화려함과 내세움보다 무엇이든 자식이 꿈을 이뤄가고 있는 열정 그 모습 그 자체를 응원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본업과 부업으로 열심히 사시는 클린케어님 모습을 보며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앞으로도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홋카이도 면적만한 남한에서 게다가 인구와 편의시설은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좁은 땅 안에 인구가 많아서 생존 경쟁이 치열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지만...
한국의 사회 문화, 분위기가 끊임없이 주위 사람을 신경쓰고 남들에게 보여주는 삶,
남들과 비교하며 상류(?)로 올라가려고 까치발 들고 다리 찢고 하는 삶이기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전부터 기술자 천시해오고, 번듯한 직업, 직장이라는 편견도 그렇고,
쓸데없이 대학 진학율만 높고,
브랜드 아파트 아니고 빌라 살면 멸시하고, 좁은 땅에 주차 공간도 없으면서 경차 무시하고 중대형 세단, 외제차 선호하고...
유독 하우스 푸어, 카 푸어가 많은 이유...
이런 면에서 보면 현실 만족하고 허세 없이 일본에 사는게 마음 편하기는 합니다.
사회복지사도 따세요. 개호 일뿐만 아니라 지역포괄센터에서도 일할 수 있습니다.
두번 떨어 졌어요…. 어려워요. 그 자격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