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과년한 딸을 가진 유명한 중년의 여배우가 과거, 자신과 한 중년 남자 사이에 있었던 애정행위를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여배우 김부선이 KBS와 가진 공개 인터뷰는 정의로 포장된 한 정치인의 추악한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은 것이었다. 겉으로 서민인척 코스프레를 하고, 겉으로 아무리 정의의 사도처럼 언행을 하는 정치인이라도 한 순간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새는 궁하면 아무거나 쪼아 먹게 되며, 짐승이 궁하면 사람을 해치게 되며, 사람이 궁하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 링컨 전 대통령은 거짓말 잘하는 정치인에 대해 ‘정치인이 하는 거짓말은 국민을 얼마 동안은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 모두는 속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울어 질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김부선 스캔들은 어쩌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는 지렛대 역할을 할지도 모를 메가톤급 휘발성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나 아쉬운 점은 시간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스캔들의 당사자인 경기지사 후보 이재명은 김부선의 고백을 일관되게 거짓말의 프레임으로 몰고 있다. 보다 못해 김부선의 딸까지 나섰다. “이번 선거 때문에 엄마와 그분(이재명)의 그 시절 사실관계 자체를 자꾸 허구인양, 엄마를 허언증 환자로 몰아가려 한다”면서 엄마 자체가 증거라고 했으니 똑 부러지는 발언이 아닐 수가 없다. 김부선은 이재명이 대마초 전과를 거론하며 협박을 했기 때문에 이재명과의 관계를 그동안 부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그동안 김부선이 받았을 심적 고통과 번민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가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재명은 김부선 스캔들 말고도 형님과 형수 간에 얽힌 친족 간 스캔들도 있다. 하지만 친족간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이재명은 김부선과 그녀의 딸의 발언에 대해 흑색선전이라며 두 사람간의 애정행위를 끝까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투표권을 가진 관전자들은 두 사람의 발언 중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이미 판단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권력을 가진 힘 있는 자의 발언이 진실인지, 아니면 결혼도 안 한 딸을 가진 중년의 여배우 이전에 여성이라면 끝내 감추고 싶은 자신의 부끄러운 치부(恥部)를 고백하는 것이 진실인지를 말이다.
그동안 늘 봐온 광경이지만,이재명과 같은 성향의 세력이 활동하는 공간은 마치 해방구와 다름없었다. 일이 터지면 둘러 앉아 감싸주고 은폐하기 예사였으며, 결정적인 증거가 눈앞에 내밀기 전까지는 언제나 오리발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정봉주 미투 사건 때도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다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자 꼬리를 내렸고, 안희정의 미투 사건 때도 끝내 권력의 위력을 이용한 성관계라는 것을 시인하지 않았으며, 김부선 스캔들을 간접 증언한 소설가 공지영이 자신이 받고 있는 문자폭탄세례를 “인도의 한 버스 안에서 모두가 보는데 윤간당하는 기분”이라고 비유할 정도였으니 이들 세력의 확증편향(確證偏向)은 가히 병적 수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상한 현상은 정치인 스캔들이 불거질 때마다 소리를 질러대던 수많은 좌편향 여성단체들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석연찮은 일이지만 관전자들을 더욱 놀라게 만든 것은 추미애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발언에 있었다. 추미애는 “쓸데없는 것 가지고 말들이 많다. 도지사는 일하는 능력만 보면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인의 불륜 스캔들은 로맨스란 말인가, 또 살인자라도 능력만 있으면 도지사를 해도 된다는 말인가, 능력을 따진다면 대도(大盜) 조세형이 으뜸인데 그는 왜 출마시키지 않았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다. 따라서 이재명과 막상막하의 입을 가진 추미애에게 본 떼를 보여주는 방법은 모두가 투표장에 가서 각자의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기권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