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죽음들을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특히나 유명인사가, 부귀의 정점에 있는, 그리고 젊고 아름답기까지 하여 갖출 것을 다 갖춘
사람이 어느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잠시 망연한 기분을 느낀다.
병들고 늙어 죽는 것이야 어떡하랴만 생떼 같은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것은 참으로 이해 못할 바다.
그 무엇이 답답하였겠지.
그 무엇이 괴로웠겠지.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석연찮은 기분을 느낀다.
박원순 시장, 노회찬 의원, 배우 최진실.....
그들은 한 마디로 기가 약한 사람들이었다. 그건 나 같이 잡초 그 자체인 사람으로 보면 전혀 죽을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뉴스에 자주 접하는 죽음으로 학교 교사들의 죽음이 있다. 학부모에게 시달리다가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것도 자주 사건이 있는 걸 보면 나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피튀기는 외교(?)를 짐작은 하면서도 죽은 교사에 대해 안타까움과 동시에 나무라는 한 마디를 안 할 수가 없다.
오늘 또 보니 한 학생이 교실에서 다쳤는데 , 그 치료비 조로 몇 년에 걸쳐 돈을 보냈고, 다시 그 교사가 군대에 가 있는 데
또 연락하여 돈을 보내라 했던 모양이다. 그 젊은 교사는 고민 끝에 자살해버렸다 한다.
나는 그런 경우, 사람이 왜 그렇게 얇니? 좀 두꺼워질 수는 없겠느냐고 묻고 싶다.
옛날에 나온 드라마 제목에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라는 것이 있었다.
작가 유안진의 동명의 소설을 드리마화한 것이다.
거기 보면 한 사람이 어느 시골 동네에 이사하였다. 그런데 그 동네의 청년들이 보니 이 친구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한 번은 손봐주어야겠다고 하고는 동네 청년들이 모여 각본을 짠다.
아무 날 저녁에 마을 회관에 청년들이 모인다. 그때 그 청년에게 술도 먹이고 환영하는 척 하다가
옆에 앉은 내가 그의 따귀를 한 방 해 올릴 테니 그 친구가 왜 때리느냐 나에게 항의할 거고 그래서 나와 싸움이 붙을 거다.
그러면 너희들은 그걸 봐가면서 말리거나 가세하거나 하라고. ...
각본대로 마을 회관에 그 새로온 청년과 마을 청년들이 다 모여 술을 마시고 떠든다. 조금 술이 된 찰나에 한 사람이 그 새로 온
청년의 따귀를 느닷없이 해올린다.
그러자 그 청년은 자기를 때린 오른 쪽 사람이 아닌, 왼쪽에 앉은 청년의 따귀를 해 올렸다. 갑자기 뺨을 맞은 사람이 그 청년을 보고 화를 낸다.
"왜 나를 때리는거야?"
그러자 그 청년이 말했다.
"지금 돌림뺨 때리기 하는 것 아냐?"
그 소설에는 한 토막 에피소드로 나와 있지만 실제 그런 일이 있다면 그 청년 같은 경우 시골 동네에서 왕따 당하거나 기가 죽어 지낼 인물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내가 살던 시골에서도 양봉하던 한 사람이 살러 왔었는데 그는 마을의 청년들과 너무도 잘 융화를 하는 통에 뒤에는 오히려 술을 마실 때 그 사람이 없으면 왜 안 보이느냐고 모다 궁금해 하였다.
학교도 하나의 사회이다. 물론 아주 큰 사건은 법이 용훼하겠지만 법으로 터치할 수 없는 미묘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인터넷에 보니 그랬다.
"우리 아이는 시간 맞춰 무슨 음료를 먹어야 하니 선생님께서 신경 좀 써주세요."
그런 학부형에 대햐여 교사가 그런 것까지 챙겨줘야 하나, 하며 부심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게 뭐 고민할 문제인가. 그런 사가지 학부형이라면 나 같으면 그러겠다.
"예 그러죠. 그런데 내가 바빠서 깜박할 수도 있으니 먹일 시간이 되면 반드시 멧세지를 주세요."
멧세지가 오면 아이를 불러내어
"얘 어머니가 그 우유 마실 시간이란다."
옛날 한문 소설에 보면 그런 이야기도 있다.
연산군 때 이 호색의 군주는 궁녀는 물론 벼슬아치의 와이프라도 이쁘다는 소문이 있으면 대궐에 불려들영 기어이 음행을 저질렀다. 양갓집 여자로서 대궐에 들어가 임금에게 당하고는 그 수치심에 목을 매어 죽는 여자들도 많았다. 그런 와중에 한 젊은 여자가 그렇게 불려들어갔는데 무사히 빠져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언젠가 자신에게 그런 일이 닥칠 것을 대비하여 소고기를 썩혀 두었다가 대궐에서 나온 채홍사인가를 따라갈 때 그 고기를 겨드랑이에 붙이고 간것 . 대궐에서 임금 앞에 절을 하고 나자 임금이 곱게 생겼다며 당기려는 데 섞는 냄새가 확 닥친다.
"아이쿠 냄새야. 누가 이런 여자를. 얼른 데리고 나갓!"
요즘 꽃길만 걸으라고 축복도 하고 덕담도 하는 데, 세상엔 꽃 길은 드물다. 온통 자갈 밭이고 비탈길이고 가시나무 길이다.
천사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다.
사가지나 사기꾼이나 악마들이 기다리고 있기 십상이다.
나는 젊은 교사들에게 주문하고 싶다. 좀 두꺼워져라. 좀 뻔뻔해져라. 좀 지혜로워져라. 웃으면서 사가지나 사기꾼이나 악마들에게 대적하라. 방법을 써라. 손자 오기의 병법을 쓰든지, 간디를 배우든지,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이 되든지.......
유가의 인의예지신의 智가 뭣인가. 바로 그런 것이 智 아닌가. 앞으로 수 많은 갑질하는 학부형, 교육청의 관리, 교장, 교감, 동료 교사, 그리고 기막히는 학생들을 상대해야할 텐데, 한 번의 비탈길에서 좌절한데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