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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알마티 시내엔 세계 중고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수많은 차가 달린다.전차와 괘도
차가 가고 버스는 안내양의 오라이 소리와함께 달린다.한국의 6,70년대와 비슷하다.
카자흐스탄의 문화와 경제의 중심 알마티를 뒤에 두고 초원을 향하여 우리 일행을
실은 차가 달렸다. 카자흐스탄의 동남에 위치한 알마티에서 이 나라 한복판을 가로질러
우리의 목적지 발하스시까지 650키로미터 이다.
번잡한 시내을 벗어나자 병풍마냥 도시을 감싸 안은 알라티우 산 봉우리들이
만년설을 자랑하며 그 자태을 드려냈다.먼길 떠나는 행객 뒤에서 손을 흔드는 구름위에
우뚝 솟은 알라타우산,(4500km)그 모습을 보는 사람의 눈을 매혹하기에 알마춤하다.
알마티가 멀어질수록 산은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 사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러시아의
한 시인이 말했듯이 큰 것은 멀리서 보인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시내가 멀어질수록 펼쳐지는 초원의 또 다른 풍경에 빠져있다가 뒤을 돌아봤던이
산은 이미 시야을 떠나고 없었다. 불과 몇분사이 자연은 완전히 모습을 바꾸어 거없이
펄쳐진 초원이 우리을 마중해 달려왔다. 여름에는 40-45도까지 오르는 더위에
메마른 황야로 변하는 초원에도 봄은 파란 풀을 뿌려주고 군데군데 꽃을 피웠다. 잠깐
들렸다 가는 봄 ,,,대머리 모냥 벗겨진 곳이 여기 저기 눈에 띠었지만, 역시 자연은 갖
돋아난 파르름에 흠뻑 젖어있다.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늦게 떠나서 한 시간 남짓 달려가다 길가의 초라한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한폭의 그림같은 경관이 아직 눈에 선하여 대자연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집들이 나타날듯한데 너무나 대조적인 나즈막한 싸만집(싸만-짚과 진흙을
이겨 만든 벽돌)은 우리를 현실로 복귀시겼다. 식당안은 그런대로 구색을 갖추었다.
카자흐식 양고기수프에 김치대신 오이와 도마도를 굵직히 썰어 소금을 친 셀러드,
갖 구운빵, 카자흐스탄까지 우리를 초청한 H 회사 김사장(고려인)은 술잔이 넘쳐
나도록 워드카를 따르고 여행길의 안전 무사를 위해 마시자고 권했다. 갈길도 멀고
시간도 이제 겨우 오후 1시인데 하면서 사양하는 우리에게 김사장은 이 나라 풍습이니
꼭 들라고 강요하다 시피 했다. 술 몇잔에 양고기 수프도 맛있게 먹었다.
식당에서 얼마 가지 않아 반듯하든 도로가 울통 불퉁 패여 차가 뒷뚱거리며 속도가
떨어졌다. 언제 손을 봤는지 아스팔트가 닳아서 자갈이 드려났고 그나마 아예 벗겨진
곳이 많았다. 수도가 아스타나로 이전하면서 알마티와 새 수도를 연결하는 도로공사를
시작했지만 250km 구간이 아직 남아 있었다.시속 130-140 달리던 차 속도가
40-50km 로 떨어진데다 뒷뚱거리는 통에 이 길이 언제 끝날까 앞만 보았다.
언제나 시작은 두려운 것이다.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길이 드디어 끝나고 우리 차는 새
포장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렸다.멀리에 파란 물이 보였다. 발하스호수, 카자흐스탄의
중심부에 위치한 바다같이 큰 호수, 길이는 300km가 넘고 넓이는 30km 가량되는
이 나라의 심장과 같은 발하스호수, 중국에서 시작하여 천산 줄기를 넘고 넘어 카자흐스탄
동쪽을 흐르는 일리강이 발하스의 유일한 젖줄기 이다. 중국이 일리강에 수력발전소를
세우겠다고 떠들때마다 카자흐스탄에는 비상이 걸린다.수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일리강
물이 줄어드는건 불보듯 뻔한 사실이고 그러면 호수가 죽어가게 된다.카자흐스탄에는
이미 그런 일리가 있지 않는가. 우즈베기스탄이 목화 ,벼 재배지를 확장하려고 땜을 짓고
물을 가두어 버려 아할해로 흘러드는 아무다리아 강과 시르다리야강 수량이 줄어들어
3-40년 사이 아랄해는 빙 돌아 35km 씩 뒤로 물러났다.어부들이 다시는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건 둘째치고 그 지방 생태계가 무너져 버렸다.바닥이 드러난 곳에는 허연
버캐가 아물지 않은 상처마냥 보는 이의 마음을 저리게 한다.정부가 시급히 조치를
취하여 최근 몇년사이 물이 줄어드는 현상을 막았다고 하지만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발하스호 마져 마르게 할 수 없다.이 나라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카자흐스탄은 이곳에 풍부치 않은 전력을 중국 서부에 보내는 일을 검토하고 있다.
서북으로 갈수록 자연은 황페해 지는데 하늘이 물속에 잠겼는지 발하스호는 짙은
하늘색을 띠었다. 그 주변에는 웅장한 바위인지 벌거벗은 산인지 여기 저기 쏫아있고
사이사이 크지않는 들에는 허연 가루를 둘러쓴 것처럼 소금이 배어 나왔다.도로가에
까지 염이 말라붙어 있는 점으로 보아 언젠가는 여기까지 물이 들어왔었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여기도 차츰 수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일가? 수천년을 내려오며 물이 많아졌다
적어졌다 하는데 이것은 자연의 법칙일 따름이라고 김사장이 안심시겼다.
안심이라는 말을쓰고 보니 인간은 어지간이 소심해졌다.아니 조심스러워 졌다고
해야 맞는다.만약 50년 전 만이라도 생태와 환경이 무너질 수 있으리란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오늘 지구의 환경은 이토록 빨리 파국의 말로로 치닫고 있지않을
것 아닌가. 하긴 지금도 늦지 않았다.그래서 인지 몰라도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대 자연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메마른 사막이든 울창한 밀림이든 그 순수함에
탄성이 터진다.
호수라 하기엔 너무나 큰 물, 발하스호. 호수주변에 펼처진 황야는 나무한 그루
보이지않는 건조한 지대여서 인가도 거의 없는데 드문 드문 양무리만 한가로이 이 봄 풀을
뜯고 있다.이제 한달만 지나면 불볕더위가 이 프르룸을 몽땅 앗아갈 것이다.그때면
양때는 풀이 남아있는 높은 산을 찿아 멀리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저녁녘이 가까워 오는데 멀리 호수가 근처에 4-5층 집들이 들어선 소도시가
보였다.도로 우측으로 꺽이는 좁은 길이 바로 그 도시로 향한 길이다.구소련 시절
세워놓았던 패말이 넘어져 있는데 거기에 적힌 글을 보고 저으기 놀랐다. 악수예크,
알마티에서 510km 상거한 거리에 위치한 우랴늄 광산이였다.20여년전 여기를 지나는
차도 드물었고 모스크와 국방성 산하 광산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란다.
2만여명이 살던 곳인데 지금은 3천명 밖에 남지않았다. 한다.소련과 함께 광산이
페쇄되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사방으로 흐터져 갔다.도로 근처에 식당을 차린
러시아인을 보면 그들이 악수예크에 남은 사람들이구나 하는 추측이 갔다.
발하스호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곳 사람들에게 일터을 주고 식량를 주고있다.
잉어, 메기 송어, 제리흐 등 많은 민물고기들이 서식하는데 어부마다 국가에서 정해준
양 외에 잡을수 없게 돼있다.허지만 그 기준을 지키는 어부가 몇이나 될가? 생선은 주로
훈제하던지 말리여 맥주 안주로 팔고 있었다.
밤 10시경에 발하스에 당도하여 나즈막한 땅집들에 둘러싸여 잘 보이지
않는 외진곳에 새로지은 호텔(진주호텔)에 여장을 플었다.
앞엔 발하스호기 흐르고 화력발전소가 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초원으로 떠나려고 서둘렀으나 차에 키을 놔뒀는데 문이
닫히는 통에 한 시간 이상 지체되었다.기술자라는 사람이와서 차의 앞 유리윗쪽으로 긴
철사줄로 들이밀던이 한참만에 문을 열었다.
호텔에서 떠나 150km를 2시간 이상 비포장 도로로 깊숙히 들어갔다.
나지막한 산 그 보다 돌 무더기란 말이 더 어울리는 언덕들, 그리고
아랫돌이가 불에 타 가지만 앙상한 고목,비가 내리는 봄에만 나타났다 타버린다는
야생초, 차가 지나가자 하늘로 솟아오르듯 날아간 독수리 한 마리 빈약한 자연에서
서신해서 그런지 독수리는 다시 돌아와 초원을 답사하는 우리 머리위를 겁없이 맴 돌고
있다.누군가 언덕쪽을 가리키며 개들이 어디선지 나타났다고 했다. 분명 개
두마리인데 인가까지 가려면 수십리, 그렇다면 승냥이 아니면 들개일것이다.한참
이쪽을 보는것 같던이 슬금 슬금 언덕을 넘어가 버렸다.자기들이 이 황야의 주인인데
수만년 고요를 깨우며 어떤 불청객이 왔나 감시하다 별다른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가버린것이다.
우리을 초청한 카자흐과학자가 준비해온 음식을 내놓고 먼저 요기부터 하자고
권했다.우리를 위해 말 한 마리를 잡았다면서 이 나라 전통 요리중 으뜸가는 삶은
말고기와 가장 맛있다는 말혀, 오이와 도마도, 파, 빵이 수두룩하다.꾸밈없는 소박한
음식이지만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말고기, 별로 먹고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그들의
정성을 봐서도 먹지 않을 수 없었다.처음엔 야채와 빵을 먹다가 이런 곳에서 빠지지 않는
보드카 한잔에 말고기도 입에 넣었다. 카자흐과학자의 말에 유목생활을 하던
카자흐민족은 옛날에 양고기보다 말고기를 더 먹었다고, 그러다 말이 할 일이
없어지고 뒤로 밀려나자 양치기가 쉽고 빠른 탓에 양고기가 그 자리에 들어서면서
지금은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는 요리가 됐다.말은 영리한 동물이라고
카자흐과학자는 말을 계속했다.자기 주인을 지켜 줄줄 알고 배신을 모르는 일편 단심에
깨끗한 물만 마시고 여물과 갖가지 풀을 먹기 때문에 고기가 담백하다고 했다.
우리에게 가장 부담되던 음식은 워드카였다.술 한잔에 없어서는 안되는 거창한 덕담
과 건배, 게다가 그런 술마시기에 적응되지않은 우리들에게 덕담을 청하는데 처음엔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약간 어리둥절 하다가 금시 익숙해 졌지만 술잔이 넘치도록 따라주는
워드카의 원샷이란 쉽지가 않았다.이러다 술에 취해 국제망신이나 하지 않을가? 요렬껏
피하긴 했지만 취기가 올라왔다.다행이 얼른 식사을 마치고 초원 탑사작업을 시작했다.
말이 탑사지 이곳 저곳 돌아보고 토양의 질을 조사하고 연구소에서 분석할 광물쪼각을
채취했을 뿐인데 어느새 저녁노울이 졌다.호텔에 돌아오니 이미 늦은 저녁 11시가
가까왔다.
작달막한 땅땅보 가시덤풀에 운동화는 금시 볼품없이 긁히고 흙먼지가 덮혔다.
하지만 마음은 무겁지 않었다.들쑷 향기 짙은 초원을 걷는 기분 상괘했다.
카자흐스탄은 유럽에 위치한 카스피해에서 시작하여 구부정한 삭사울 나무가
간간히 보이는 반사막 투란저지를 지나 달 표면을 연상시키는 중부 황야(바로 거기에
우리가 있었다.)벌거벗은 황야의 꽃 오아시스 발하스호수를 지나 알마티가 가까워 지면
탐스런 보리밭, 밀알이 끝 간데 없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나타났다.
우리일행이 돌아오는 날은 날씨가 찌푸러서인지 하늘을 떠안은듯 파랏던 호수의
수면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좀 아쉽긴 했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다른 선물을 주었다.
이틀전 눈에 띨가 말가 보이던 튜립꽃이 활짝 피어 우리를 반겼다.노란튜립이 들을
덮었는가 하면 빨간 튜립이 선명히 보인다.텅 빈 황야에도 봄은 어여뿐 꽃을 피우고
잠시나마 푸른 들을 드러냈다. 문득 여우 한 마리가 도로를 넘어 풀속으로 사라졌다.
그 시간이 짧기는 하지만 봄만이 줄 수있는 대자연의 소생을 만끽하러 나들이 나온
여우인가?
길가에 앉아 생선장사를 하는 어떤 여인한테 훈제한 잉어를 한 보따리 샀다.
시원하게 탁 트인 황야의 끝은 어딘가?아득한 지평선 하늘과 땅이 이마를 맞대고
영생의 무슨 약속을 하고 있는지?
3일만에 알마티에 도착하니 라일락 꽃향기가 향끗하게 나를향해 다가온다.
2009년 4월2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통역사 이정희님)
맨발의 청춘 김흥근
첫댓글 워드카의 원샷,,,,,,,,,,,,이 술 정말 독한 술 아닙니까요,,,,,,,,,글이 길어서 ,,,한잔 한 술이 다 깨어 버렸네요,,,,카자흐스탄,,,,잘 보았나이다....순간 순간 머리벗겨진 산을 얘기 할때엔 ,,,제 머리를 슬적 슬적 만져도 보면서 ,,
아~머리,,,
카자흐스탄 (주)대가족 자매회사에서 특허품을 수출하는 곳, 유통은 어차피 지식경쟁인데 않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길어 눈이 아파 다 읽지를 못해 아쉽네요...
그러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