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그러면 널 붙잡을 수 있을텐데...“”
“천둥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고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당신이 붙잡아 주신다면 나는 머무를 것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언어의 정원’ 중에서)
세계적인 임상심리학자이자 베스터 셀러 저자인 '토니 험프리스'는 그의 책
‘가족의 심리학’에서 그런 말을 합니다
가족은 엄마, 아빠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숙한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물리적 나이만 어른일뿐 정서적, 심리적, 정신적으로 미숙한 엄마 아빠보다는
한부모 가정이라도 성숙한 어른이 있다면 그게 더 낫다라는 말을 합니다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 부모가 되었을 때 가정 안에서는
여러 가지 양상이 나타납니다
가족 구성원들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소리를 지르고, 폭력을
휘두르고, 윽박지르고,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아이를 위협하고, 울부짖고....
아니면 그 반대로 아이에게 끌려다니며 “제 힘으론 아이를 어쩔 수 없어요”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거나....등등
모두 미숙한 어른이 부모가 되었을 때 보여지는 모습 중에 하나입니다
그 속에서 아이는 씻기 힘든 상처를 받습니다
어제는 문화원 음악피정 미사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언어의 정원’
너무도 고운 초록의 물감이 여름을 연출하고 그 위로 맑은 비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내렸습니다
비루해진 영혼이 말갛게 씻기는 힐링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15살에 걷기를 멈춘, 성장하기를 멈춘 스물 일곱의 여자
인생을 홀로 설계하고 홀로 꾸려가는 스물 일곱 같은 15살의 남자
그건 물리적 나이가 아닌 내 속에 성장하기를 멈춘, 너무 일찍
스스로에게 부모 역할을 해야했던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기 이전, 이미 사랑으로 상처받은 모습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두 사람은 비가 오는 공원에서 만납니다
그 속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언어는
아름다운 꽃들과 아름다운 나무들을 맘껏 키위내는 정원과 같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언어가 성장하기를 멈춰버린 내면아이를 키워냅니다
세상으로 걸어나가는 법을 잊어버린 여자에게
15살에서 성장하기를 멈춰버린 여자에게, 남자아이는
그녀가 세상으로 다시 걸어나갈 수 있도록, 다시 성잘할 수 있도록
신발을 만들어주고 싶어합니다
남자 아이가 만들려고 했던 신발은 물리적 신발이기도하지만 그녀의
내면 아이이게 신겨주고 싶었던, 그래서 다시 세상을 향해 당당히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랐던 심리적, 정서적 신발일 것입니다
영화는 결론 부분을 규정하지 않고 열어둡니다
홀로 서기를, 홀로 자신의 삶을 다시 끌어안고 성장하기 위해 떠난 여자를 위해
남자아이는 신발을 완성합니다
시간이 더 지나 남자아이가 성장하여 여자를 찾아갈지
그대로 그들의 사랑이 끝날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남의 순간, 그들은 서로의 사랑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던 것,
그것이 이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부재한 가족의 사랑으로 상처받은 영혼이
또 다른 타인의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인간은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고
다시 사랑으로 인해 치유받는....
그게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운 한편의 에니메이션 영화가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서늘하게 식혀주었습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영상물이었네요. 아직 미개봉 영화인가봐요
수선화님의 글솜씨덕분에 아름다운 모습들을 눈에 그려 보며 읽었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ㅎㅎ작년에 개봉되었던 영화인데..흥행에는 실패했대요..늘 수고하시는 모습 잘 보고 있습니다
영화제 때 포토존에서 사진 찍어둘걸......꽃은 한번 장식하고 나면 시드는게 너무 아까운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