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마를 향해 입김을 불어주는 것만 같았다.
‘딱’ 그 정도의 바람만 불었다. 대기는 투명하고, 햇살은 체온만큼이나 뜨거웠다. 그날.
현대 코치 박종훈은 차 안에 있었다. 그는 차창 밖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보름 전 미국에 도착한 터였다. 그 후, 하루도 쉬지 않았다.
괜찮은 외국인 선수가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 그곳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피곤이 쌓였다. 체력은 바닥이었다.
그런 까닭이었을까. 박종훈은 모처럼 찾아온 어떤 멋진 날을 맘껏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미국 국경을 지나 캐나다로 넘어간 것이다. 이때만 해도 그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누구도 월경을 제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돌아오는 길이었다.
미국 국경수비대가 박종훈의 차를 세웠다. 넘어가는 건 자유로워도 돌아오는 길은 어려운 게 미국 국경인 것을
박종훈은 그제야 알았다. 국경수비대요원은 꼬치꼬치 박종훈이 어째서 캐나다로 넘어갔는지 물었다.
별도의 허가증 없이 캐나다를 넘어 다시 미국으로 왔으니 재입국은 어려울 것이란 엄포도 놓았다. 낭패였다. 큰일이었다.
이러다 불법입국자가 될 판이었다.그때였다. 박종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자신이 한국프로야구팀의 현직 코치이며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때문에 미국에 체류 중이란 사실을 조근조근 밝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허가받지 않고 캐나다로 넘어간 사실을 인정했고, 정중히 사과했다.
어찌나 얼음처럼 냉정하게 설명했는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는 엄격한 미국 국경수비대가
박종훈의 처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결국, 국경수비대 요원은 이례적으로 재입국을 허가했다. 그리고 돌아서는
박종훈을 향해 행운을 빌었다.
박종훈은 10년 이상이나 지난 현대 코치 시절의 일을 지금도 “아찔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 촌극을
“아찔했던 순간에도 집착함을 잃지 않은 박종훈의 차분함”를 나타내는 좋은 예로 보는 이들이 더 많다.
첫댓글 “아찔했던 순간에도 집착함을 잃지 않은 박종훈의 차분함”를 나타내는 좋은 예로 보는 이들이 더 많다.
정말 한사람을 알아가기에 부족함이없는 글입니다.
박감독님을 인간적으로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종훈감독님에 위기 대처하시는 차분함이 앞으로 감독생활 해나가시는데 많은 밑거름이 되어주실거라 믿어요~^^ 지금은 힘드시고 앞으로도 힘든 일이 많으시겟지만 ㅠ ㅠ 감독님 힘내세요 ,,박종훈감독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