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경범 교수님.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2016년도에 노량진 단기 학원의 두번째 줄에 앉았던 학생입니다. 공부하면서 나도 합격하면 꼭 교수님을 찾아와 당당히 인사드리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저는 회사에 다니다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7년도엔 임용 티오가 없어서 상반기만 공부하고 회사에서 일했고 18년도에 티오가 나서 하반기에 공부하고 합격했습니다. 공부한 것은 2년 정도입니다. 우당당탕 신규교사가 되어 학교에서 일하다보니 어느덧 4년이 지났고 이제야 긴장을 풀고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편지 쓸 시간이 없다는건 핑계겠지만 4년간은 교직생활을 하면서 나와 교육구성원에 대한 원망, 미움, 회의 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있어서 합격의 기쁨을 전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야 상황이 나아져서 그간을 돌아오고 꼭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뒤늦게 글을 씁니다.
저는 서울의 가장 어려운 학교에 있습니다. 디자인 교과라 특성화 고등학교에 있고 우수한 특성화가 아닌 가장 어려운 곳에 있습니다. 내 얼굴에 침뱉기인가 싶어 말하기 꺼려지지만 이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기에 솔직하게 전합니다. 한 학습에 12명이 있고 출석은 당연히 엉망입니다. 가정사는 매우 어려운 아이들이고요. 한두명이 아니라 전체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학교가 의미가 있고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 교수님께서 사립, 특목고, 외국에도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해라, 공립에 가서 한국 교육을 바꾸라고 하셨습니다. 가르치느라 힘들어 나도 좋은 학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교수님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중학교에서 왕따, 무기력, 꼴등 했던 이 아이들이 제 시간에 사랑받고 학습 결손이 된 것을 메꾸고 서로 친구가 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성화도 장점이 있습니다. 우열반이 꼭 나쁜 것은 아닌 것처럼 아이들의 학습 수준에 맞는 수업이 진행되고, 중학교엔 기회가 없던 아이들이 특성화에 와서 회장, 부회장, 학생회 등을 하면서 많이 달라집니다.)
일하면서 늘 학자와 이론이 떠오르고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첫해 직강, 그 이후 인강에서 꾸준히 같은 예시와 말씀을 하셔서 기억에 남습니다. 일할 때는 쓰레기통 모형을 생각합니다. ㅎㅎㅎㅎ ^^;; 그리고 다면평가 시즌이 되면 공정성 이론도, 성적표를 나눠줄 때는 Z점수도요. 수업을 할때는 캐롤의 완전학습 모형을 생각합니다. 별헤는 밤처럼 이론 하나하나 기억납니다. 아이들을 대할 때면 배운 학자들이 제 속에서 서로 논박을 합니다. 학생중심교육과정인지, 교과중심교육과정인지. 백워드교육과정을 시험 때는 이게 뭐야???? 싶었는데 현장에 와보니 전부 백워드더라구요. 그리고 교육 설계의 꽃은 교육과정이구나 싶어요! 저는 어려운 학생들이라 이곳에서 민주시민 교육을 받고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이 아이들이 최소한 지식과 태도를 갖춰서 어디선가 먹고 살기 바라기에 결국 엄하게 훈육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계급 재생산을 떠올리고 특성화 학교는 블루칼라에 맞는 순종과 단순 업무를 가르치는 것이 어쩔 수 없구나 싶습니다.
그러기에 잠재적교육과정을 적용합니다. 엄하면서도 친구들 사이엔 평등하게 지내고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범위에서 노력합니다. 쉽지 않더라구요. 늘 예민하게 아이들 관계를 파악하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연기해야 합니다.^^;;; 늘 하고 싶었던 것이 교수님의 책을 다시 사서 공부하는 것입니다. 교수님이 합격했다고 책 버리지 말고 침 흘린 자국, 커피 자국도 다 나의 기록이니 합격하면 가르치면서 두고 두고 보라고 하셨습니다. 전 분권해서 읽고 스캔해서 아이패드로 공부해서(회사를 다녔습니다.) 너무 망가져서 버렸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올해 다시 첫마음으로 공부하고 아이들을 대하려 합니다. 한번 찾아뵙고 싶습니다. 아직도 월화엔 노량진에 계시나요? 아무때나 가면 실례일거 같아 연락을 드리고 가고 싶습니다. 만약 가능한 날짜를 댓글을 남겨주신다면 찾아뵙겠습니다. ^^
늘 건강하시길 바라고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 짧은 합격 팁
합격하기 위한 디테일한 조언이 있어야 하는데 현직 교사 생활에 대한 사담만 가득한 듯 합니다. 이런 긴 이야기를 굳이 이 게시판에 남기는 것은 임용 공부와 교직 생활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기에 상상해보시라고 적었습니다. 늘 공부할 때 '나라면 이 이론을 어떻게 적용해볼까', '나에게 이런 상황이 있을 때 어떻게 할까' 등 고민하고 비판하고 적극적으로 해석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해야 교육학-면접-교직생활이 일체가 되니까요.
또 한가지는 스터디입니다. 스터디는 정말 중요하고 서로 협동의 태도로 1년을 함께한다면 합격은 당연히 따라 옵니다. 저는 16년도의 교육학 스터디 전원 합격, 전공 스터디 5명 중 3명 합격(2명은 1차 2회 합격), 면접 스터디 전원 합격했습니다. 스터디원도 바뀌지 않았고 첫멤버 그대로 끝까지 했습니다. 재수 당시에도 불합격한 사람끼리 계속 했구요. 임용은 3~5년 안에 합격이 가능합니다. 길게 봐야 합니다. 힘들고 외로운 그 시간동안 함께할 동지는 정말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경범 교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사도가 아닌 정도로 교육학에 임해야 합니다. 요약 정리가 아닌 원서를 모은 교수님의 교재를 이해가 안되도 예습, 복습하면서 읽고, 강의는 필기하지 말고 꼬꼬무 보듯이 교수님을 봐야 합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헷갈리지 않듯이 학자, 이론의 느낌을 기억하면 됩니다. 암기는 나중이구요. 이제 2월이라 새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셨을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첫댓글 누군지 알것같네 암튼 글을 보니 훌륭한 교육자 다된것같다 배운것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자니까 항상 반성하고 실천하면서 성장하는 모습 그 자체가 교사의 모습이니까 암튼 행복하게 교직생활하고 있어 기쁘고 언제든 오고싶음 연락하고 놀러와 그럼 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