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서 하나가 늘 외국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개인에 대한 질문들이다. 외국 사람이면 누구나 처음 만나는 한국 사람들로부터 나이·결혼·직업·직장·거주형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소 당황스럽게 느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엔 몇 가지의 새로운 질문들이 더 등장했다. ‘한국 드라마를 봅니까?’ 아니면 ‘어떤 한국 배우, 스타를 좋아합니까?’ 아니면 ‘한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들이다.
TV를 잘 안보는 나는 한류에 대한 생각이 뭐냐고 노골적으로 묻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 특별한 생각이 없고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류는 취향의 문제라서 일률적으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평가할 것이 못 된다. 그런데 한국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직접 대답하면 대부분은 실망하는 반응을 보인다.
첫 만남 때 한국인들이 한류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들이 스스로 한류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한국의 대중 문화가 세계 무대에 눈부시게 등장한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이다. 그러나 자부심을 갖는 것과 다른 사람들도 꼭 한류를 좋아해야 한다는 기대를 갖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류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매번 혼자서 궁금한 점은 ‘하필 왜 한국사람들이 말하는 한류가 우리 시대의 대중 엔터테인먼트에만 그쳐야 하나’라는 것이다. 왜 한국 전통문학이나 음악이 포함되지 않은가. 한민족을 말하는 ‘한(韓)’ 자가 ‘대한제국’ 명칭에서 사용된 지 100년이 넘었다. 고대 사회의 삼한(三韓)까지 감안하면 몇 천 년을 넘었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이 의미하는 한류는 적어도 100년 이상의 한국 문화를 말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오히려 한국의 옛날 미술· 음악 등 전통 문화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학술활동 때문에 유럽 여러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선 대중 한류가 아닌 한국 전통 문화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 러시아 사람들의 경우 한국 드라마나 팝음악 말고 한국 문학에 대해 더 궁금해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한국과 관련한 연극이나 미술전시, 책 번역 소개 등 여러 종류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굉장히 다양한 그 행사들은 한국인들이 흔히 말하는 한류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 한류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 없다. 하지만 그 한류는 폭이 더 넓고 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외국 사람과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류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이 다양해지고 쉽게 접촉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이 발전할 기회가 더 많아지는 법이다. 한국사람들의 한류에 대한 생각도 더 넓어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한류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한류도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리나 코르군
한국외국어대 교수
이리나 코르군 교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국제경제대학원을 2009년 졸업했다.
2011년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의 HK연구교수로 부임했다.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