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 보이긴 하나
外强中乾(외강중건, wài qiáng zhōng gān)
外 밖 외, 强 강할 강, 中 가운데 중, 乾 마를 건
“아니, 이럴 수가! 흰 수박도 있나?”
베이징 시절 어느 해 늦여름, 대사관 직원들의 단합을 위해 부부동반으로 만리장성의 한 봉우리에 오르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를 반긴 사람은 수박을 파는 농부였다. 대사부인이 다가가더니 나를 불렀다.
“산에 올라 쪼개 먹으면 맛있겠네요. 농업을 잘 아는 정 참사관이 한번 골라보세요.”
순간 나는 당황했다. 사람들은 농작물 재배도 다 나의 전공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명을 받았으니 어쩌랴! 전문가인 척 색깔을 보며 수박을 두드려보고는 주인에게 정말 잘 익은 것이냐고 다시 확인을 하고……, 다섯 덩이를 나눠 멨다. 무거웠다.
두 시간에 걸쳐 산에 올라온 수박! 마침내 자리를 펴고 수박을 쪼개기 시작했다. 흥부가 박을 켜는 심정으로 기대를 잔뜩 가지면서 말이다. 그러나…… 쪼개는 것마다 모조리 덜 익은 하얀 수박이라니!
허탈하고 부끄러운 내 귓전에 맴도는 소리, 外强中乾(외강중건)! 나를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중국 농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春秋左傳(춘추좌전)>에 나온다. 外强中乾, 進退不可(외강중건, 진퇴불가): 밖으로는 강하나 안으로는 약하여 앞뒤로 잘 오가지 못하여
춘추(春秋, B.C. 770∼B.C. 476)시대, 진(秦)나라와 진(晋)나라 간에 전쟁이 붙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진(晋)의 혜공이 정(鄭)나라에서 낳아 길러진 준마로 자기의 전차를 끌도록 하였다. 이를 본 대부(大夫) 경정(慶鄭)이 참지 못하고 혜공에게 간언하였다.
“전쟁을 할 때에는 반드시 본국의 말(馬)을 써야 합니다. 본국의 물과 땅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주인의 생각을 잘 알고 있으므로 어디에다 풀어놓아도 아주 말을 잘 들을 것입니다. 전투에서 위급한 상황이 되면 외국의 말은 평상심을 잃기 쉽습니다. 제가 보기엔 저 말은 외관상 강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기력이 쇠약하여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물러남을 신속히 할 수 없고 좌우로 움직이는 것도 빠르게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을 타시고 나가셨다간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것이니 제발 우리나라의 말로 바꿔 타십시오.”
그러나 혜공이 고집을 피워 경정의 권고를 듣지 않고 전투에 임하였다. 전투 개시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 말이 갑자기 겁을 먹고 이리저리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바람에 제대로 부릴 수가 없어 결국 혜공이 진나라 목공에게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밖으로는 강해 보이나 속은 허약하다’는 뜻을 가진 이 성어는 체격은 좋아졌으나 체력은 떨어지는 지금의 젊은 세대를 비유하는 말이 될 수 있겠다. 외유내강(外柔內剛)과는 상반된 뜻이다.
첫댓글 빈수레 소리 요란하듯이 어줍잖은 실력으로 도통한척하는것등은 외
강중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금년 3월에 호치민 여행을 갔더니 베
트남 사람들은 중국인을 가장 싫어하
는데 그 이유는 짝퉁때문이라고 하던
군요
晉과秦 한글표기보다 중국발음표기가 되었으면...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역사시간에 진과 진이 헷갈릴 경우가 많았거든요.
외강중건 뜻을 알겠는데, 우리와 표현하는 방법이 약간 다르군요. 우리식이라면 외강내약이라고 표현했겠지요, 또 우리는 외유내강의 처세를 많이 강조하지요.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아 그들의 관용구를 다 이해하려면 끝이 없군요. 지나고보니 조금씩 발전해야지 애초부터 바람직한 처세나 실력 구비가 쉬운 것은 아닌 것 같군요. 다시 '에세이 한자성어'를 읽는 즐거움에 빠져봅니다.
秦qin친은 춘추 전국 양 시대를 거쳐 천하를 통일하고, 晋jin진은 춘추시대 강대국으로 한 위 조 3국으로 분열되어 한(韓)·위(魏)·조(趙)·제(齊:田齊). 진(秦)·초(楚)·연(燕) 전국7웅으로 전환됩니다. 그러니까 晋은 전국시대에는 없는 나라입니다.
외유내강과는 대척점에 있는 外强中乾(외강중건)이라는 성어가 있군요. 처음 접했습니다. 허장성세와도 같은 맥락의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고 숨기는 것도, 외강중건의 허세나 허영을 부리는 것도 안될 일, 있는 그대로 살아가면 무난하지 않을까싶군요~
중국의 고사는 어쩌면 이토록 동화처럼 앞뒤가 잘 맞아 떨어지는지 놀랍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다만 그 고사를 통해 얻는 교훈은 따로 값지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