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가 20대에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소설 ‘별들의 고향’(1973년)은
1974년 그의 고교 친구인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4월 26일 국도극장에서 개봉해 105일간 장기상영을 하며
서울에서만 4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초유의 성공을 거둔다.
1970년대 초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아무런 재주 없는
우리 여동생이나 누이 같은 처녀들이 공장 노동자·버스 안내원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벌기 위해 시골에서 상경했다.
암울한 정치 상황과 교환가치를 앞세우는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물신주의와 인간 소외를 불러왔다.
먹고 살기 위해 모두가 돈만 추구하는 사이에 자본주의의 음습한
어둠 속 인권의 사각지대에 소외된 사람 중 술 취한 사람들의 노리개로
때론 화풀이 상대가 되기도 하는 호스티스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별들의 고향'의 경아, 오경아였다.
작가 최인호의 말대로 ‘경아는
우리가 함부로 소유했다가 함부로 버리는, 도시가 죽이는 여자’였다.
영화는 도입부가 지나고 나면 무분별한 생활 탓에 성병에 걸린 문호(신성일)가
병원 치료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의사로부터 치료는 끝났지만 여자관계를 조심하라는 주의를 들은 문호가
바에 앉아 술을 마시며 스케치를 하고 대상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혼자 앉아 술 마시고 있는 경아다.
문호는 그녀의 모습을 스케치해서 바텐더를 통해 경아에게 건네준다.
그 후 두 사람은 경아가 근무하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서 다시 바로 온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경아는 문득 첫 남자인 영석(하용수)을 떠올린다.
경아가 사무실에서 떨어뜨린 펜을 영석이 주워 건네면서 두 사람의 연애는 시작된다.
이렇게 영화는 현재의 문호와 경아의 관계에서 과거를 기억하게 해주는
말이나 장면이 나오면
경아가 옛일을 회상하는 구도로 되어 있다.
경아와 영석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두 사람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아이를 갖게 되어 낙태하고 영석에게 버림받는다.
낙태한 과거를 숨기고, 전처와 사별한 결벽증이 심한 중소기업 사장 만준(윤일봉)과 한 결혼도
낙태한 과거가 탄로 나 파경에 이르고, 건달이자 세 번째 남자인 동혁(백일섭)을 피해
마지막이자 진심으로 사랑했던 화가이며 대학강사인 문호의 아파트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