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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가정
박 정 애
모범가정 어떤 가정일까? 부모님 아래서 전통적인 가문을 이어받고 부모님의 능력 까지 갖추어져 있고 자녀들도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자라 주면 요샛말로 금수저 집안이고 모범가정이라 일컬을 수 있을까? 결혼은 제2의 탄생이기에 중매 일때는 가문에 전통성을 더욱 따진다. 철도 들기 전에 세상의 아픔을 겪어온 한 친구가 살아온 과정을 듣고 보면서 친구가 모법 가정을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라는 심정으로 글을 써봅니다.
가족의 대한 한을 안은 나의 친구는 누구 못지 않게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창녕의 부잣집 딸로 태어났다고 한다. 딸 셋 아들 하나, 평온했던 가정의 운명은 한 순간의 하늘과 땅 차이만큼 뒤 바뀌어 놓았다고 한다. 친구가 어릴 때 초등학생이었던 두 언니가 멱을 감으려 갔다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필시 동생이 빠져 언니가 건지려다 죽었으리라는 추측만 한다고 했다. 한꺼번에 두 딸을 잃은 그 날 이후 엄마는 딸의 극락왕생을 위해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굿을 자주 했다고 한다 재산이 굿 하는데 탕진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온 동네 사람이 모여 굿하고 엄마가 우는 모습에 질렸다고 한다. 학교 갔다가 둥둥 북소리가 나면 으례껏 친구 집에 굿거리 판에 무당과 어머니가 엉켜 우는 그 모습이 싫어 후에 성당에 다녔다고 했다. 시름시름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오빠가 하던 일이 실패로 가산을 정리해 대구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직장을 얻은 친구도 막 결혼을 해 좀 안정이 되나 싶을 때 요번에는 외아들인 오빠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했다. 며칠 후 어머니는 혈압으로 넘어져셨다.
남편이 죽자 뒤따라 시어머니 마저도 병환에 있으니 앞길이 막막했는지 올케는 어느 날 갓난 아기와 네 살 된 딸을 두고 전세방을 정리해 홀연히 사라졌다. 첫 아이를 임신한 친구는 아이 둘과 어머니를 속절없이 떠맡게 되었다. 갓 결혼한 새댁이 남편 보기에 얼마나 눈치스러웠을까? 그리고 시댁 가족에게 대한 미안함, 돌도 되지 않은 벙긋벙긋 웃는 조카를 안고 고아원을 찾았다고 한다. 두 아이를 다 키울 수 없는 형편을 듣고 백합 고아원 원장수녀님이 받아 주었다고 했다. 언젠가는 데리려 오리라는 말을 남기고는 고모의 손을 꼭 잡고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질녀는 신혼 초부터 키웠다. 엄마의 고통 속에 있던 뱃속 아기는 조산으로 잃었다. 너무 엄청난 일들을 한꺼번에 겪은 친구는 그 후 어지간한 일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했다.
친구는 딸 둘 아들 하나를 낳았다. 공무원인 남편과 맞벌이를 하니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진 않았으나 친정엄마와 질녀를 떠맡은 친구는 살림을 살아 줄 사람이 필요해 사람을 두어야 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남편은 장모님께 정성을 쏟아 불편함이 없이 모셨고 친구가 소홀히 하면 친구를 나무랐다고 한다. 2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오빠의 딸을 키우는 친구 내외가 정말 감동이었다. 자동차가 흔치 않던 시절 고삼인 질녀가 밤늦은 시간 하교를 하면 남편이 버스정류소에 마중을 나가서 함께 들어온다면서 잠자는 아내를 깨우지를 않는다고 하였다. 근검절약 정신은 내외가 다 같은 마음이었다. 남들이 거의 다 차를 살 때 친구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살았다. 질녀 또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짬짬이 집안일도 도운다고 칭찬을 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고모가 대학을 시키려는 고모 맘을 아는 질녀, 부모 없는 단 하나뿐인 친정 혈육 직업이라도 갖추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교대 가기를 종용했다고 했다. 질녀가 대구교대에 합격했을 때 친구가 눈물이 글썽했다. 내 자식 셋은 공무원 자녀라 고등학교까지 등록금이 없었지만 동거인인 질녀의 등록금을 꼬박꼬박 낼 때는 신랑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내 자식 키우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처 질녀까지 대학을 시키는 친구의 신랑에게 나는 ‘존경스럽습니다’라고 하면 부모가 없는데 마땅히 우리가 대신해야죠. 친구한테 신랑 잘 만났다는 소리를 자주 했다. 질녀가 첫 발령을 포항에 받았을 때 고모아저씨 고맙습니다. 나를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품안에서 우는 처 질녀를 잘 커줘서 고맙다면서 서로가 안고 울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하고 직장까지 남부럽잖게 가졌지만 환경을 알고 누가 결혼하려고 하겠느냐며 하면서 나이가 들자 결혼 시킬 일이 걱정이라면서 나에게 의논을 자주 해왔다. 하늘이 감동했을까? 친구는 무엇이든지 하면 거짓말 같이 돈이 되었다. 아파트, 땅. 주택 큰 돈 아닌 것을 던져두면 그게 요지가 되어 돈이 되었다. 질녀도 고모가 사는 모습을 보고 참 알뜰했다고 했다. 친구는 질녀가 버는 돈을 고스란히 모아서 결혼자금을 착실히 모아주었다. 다행히 가정형편이 좀 어려운 한 공무원이 중매가 들어와 친구는 감사히 여기면서 맏며느리로 보냈다. 부모 없이 자라서 본 배 없다는 소리 듣지 않도록 잘 해라 그게 내한테 공하는 거다 라며 늘 당부했다고 했다. 내 자식보다 더 신경 쓰이는 질녀가 잘 살아주길 항상 기도한다고 했다.
다행히도 질녀는 고모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고 홀로 계신 시어머님께도 잘 한다고 했다. 맏며느리에게 힘을 덜도록 시어머님께서 한복 바느질도 하시고 시동생 시누이들도 열심히 노력해 직장도 얻고 알뜰했다고 했다. 질녀도 힘닿는데 까지 시누이 시동생 결혼 때도 자진해서 큰 몫을 하니 친구를 만나면 사돈 우리 며느리 잘 키워 보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서 한 시름 놓았다고 했다. 그 질녀가 첫 봉급을 받아 나에게 내의를 한 벌 사줘서 특별히 귀한 선물을 받아 늘 어떻게 사느냐고 잘 사는 줄 알면서도 자주 안부를 묻는다.
세월은 빨라 질녀의 딸이 고삼이고 아들은 고일이라고 했다. 얼마 전 대구에서 알아주는 범어동 두산 웨이브 58평에 이사를 해서 친구가 질녀 집을 방문했을 때 말을 안 해 친구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 자상하시던 시어머님이 약간 치매가 와서 복지사가 아침에 데려갔다가 오후에 오면 질녀가 퇴근할 때까지 시간제 간병사가 온다고 하기에 요즈음은 다 요양원에 모신다고 하더라 하면서 질녀가 애들과 시어머님 모시고 고생스러워 보여 너도 사돈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냐고 의중을 떠다 한방 맞았다고 한다. 고모는 늘 나한테 시어머님께 잘 해드리라고 가르쳤잖아요. 사람 사는 게 뭡니까?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습니다. 여러 자식 키우시느라고 힘드신 우리 시어머님 가시는 날까지 함께 평안하게 모시고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동생, 시누이들이 너무 좋아하시고요 내 아이들도 보고 자라고 있습니다. 치매가 와도 며느리가 퇴근하면 반갑게 맞으면서 어서 오느라 우리 며느리 고생한다.라는 말을 잊지 않고 나를 딸 이상으로 사랑하는 우리 어머님 저 모습으로도 오래오래 사시면 좋겠습니다. 하고 울먹이기에 고맙고 장하다 하면서 다독여주고 왔다고 했다.
첫댓글 運七技三. 꼭 그렇지는 앓은것 같습니다만...어려움을 잘 벗어 나시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행운만 가득한 가정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잘 자라준 그 질녀가 참 예쁘더랍니다. 키도 작고 별 인물은 없어도 그 하는 행동이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대학다닐 때도 꼭 도시락을 싸 다니면서 고모의 맘을 알아줘서 남편보기 덜 미안했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단한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앞날에 늘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친구한테 말했지요. 친구는 질녀라 그럴 수 있지만 너의 남편이 너무 존경스럽다고 했지요. 무엇이든지 내 새끼와 똑 같이 하더랍니다. 그 질녀도 부모로 알고 고모한테 잘 하고 있습니다.
행과 불행은 얘기치 않게 닥아오는 객과 같다고 봅니다.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인간사의 또 한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거친 세상을 산 만큼 그만큼 수확도 있답니다. 자식들도 다 잘 키워 아들은 공기업사원 딸은 시청공무원 유치원선생
사위도 은행원 시청공무원 지금은 옛 이야기하고 산답니다. 젊었을적 다 지나간 고통입니다.
요즈음 극히 일부지만 자기자식도 학대하고 귀중한 생명까지 앗아가는 세상에 친정 질녀을 구김쌀 없이 키워 가정을 꾸려준
그런분들이 있어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것 같읍니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친구 이야기 잘 읽었읍니다.
재밌는 이야기 할게요. 친구가 질녀가 발령을 받고 실컨 키웠더니 너거 엄마 찾아가거라 하면서 질녀를 닥달하니 남편이
나는 잘 커준 질녀 보여주고 싶다면서 시골외갓댁 찾아가서 외할머니 내의 한벌사고 소고기 사서 고모부 내외와 찾아갔더니 외할머니가 붙들고 우는데 질녀는 나와 동생을 버리고 간 엄마가 생각이 났다면서 그 할머니를 원망에 찬 눈으로보면서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더랍니다. 별걸 다 적어봅니다.
자기 앞에 닥친 고통을 축복으로 받아들인 그 분들과 가족들이야말로 모범가정이네요.
그 질녀가 너무 잘 컸어요. 사람의 도리를 너무 잘 하고 있어 맘놓는다는 고모 말입니다. 별 인물이 없는데 아이들을 아버지가 데리고 가면 엄마가 예쁘냐고 묻고 엄마가 데리고 가면 아버지가 인물이 좋은 모양이지 하고 묻는답니다. 딸이 어릴때 인형처럼 예쁘고 아들도 너무 준수하게 생겨서 내가 웃으면서 남의 낳은거같다면서 웃었답니다.. 공부도 잘 하고 그렇게 하느님이 복을 주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