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살고 있는 봉천동으로 이사오기전에 나는 서초구 방배동에서
20여년을 살았다. 일요일이면 아내의 권유에 못 이겨 방배성당으로 미사를
보러 가고 거기서 영세를 받기도 했다. 비록 나이롱 신자이긴 하지만.
방배동 성당옆에는 넓직한 주차장이 있다. 일요일이면 이 주차장이 항상
성당에 타고 오는 신자들의 자가용으로 빽빽하게 들어 차서 만원이었다.
하루는 성당의 주임신부님이 강론을 하기전에 엉뚱한 말씀을 꺼내었다.
' 여러분 여러분이 이용하는 주차장이 우리것이 아닙니다. 저기 방배역
옆에 있는 청권사라는 효령대군 묘소 있지요 ? 이 주차장은 효령대군 후손
들에게서 빌려쓰고 있어서 일년에 임차료가 상당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내는 주일헌금이 얼마나 됩니까 ? 천원, 이천원 내는 돈으로는 주차장
임차료도 안 됩니다. 여러분 자식들이나 손자들 학원비 십만원 이십만원은
거리낌없이 덜렁덜렁 잘 내면서 성당에 내는 주일헌금은 어찌 그리 아깝
습니까 ? 기껏 많이 낸다는 것이 오천원, 만원 아닙니까 ? 성당 운영하기
참 어렵습니다. 다른 데 좀 덜 쓰고 주일헌금 좀 많이 내세요. 그래야 천당도
갈 수 있습니다 ' 하니 온 성당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우리 방배동 신부님 참 꺼내기 힘든 말씀 잘 털어 놓으셨네요. 24.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