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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크랩 조기 유학은 영어 실력마저 갉아먹는다
이장희 추천 0 조회 97 14.12.25 21:4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외국에 유학을 보낸다. 중학교 심지어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간다. 부모가 함께 이민을 가는 경우, 또는 기러기 가족으로 엄마와 함께 가는 경우, 그리고 아이 혼자 가는 경우도 있다. 이민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아이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서인데, 교육 경쟁이 심해지면서 그리고 영어 능력이 강조되면서 조기 유학이 유행처럼 번졌다.

조기 유학이 아이들의 학습 능력 향상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을 이들 학부모들은 고려해보았는지 의심스럽다.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하여 유추해보면 조기 유학생들의 수학, 과학, 사회 실력뿐만이 아니라 영어 실력마저 저하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주는 정서적 불안정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나 금전적 비용을 제외하고 학습 능력만 고려하더라도 조기 유학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논의가 있어야 하겠다. 이것 역시 경쟁을 위한 경쟁, 그리고 모두가 패자가 되는 선택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조기 유학으로 학습 정체가 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영어 능력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영어 실력이 입시 경쟁뿐만이 아니라 취업 경쟁에도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 영어권의 여러 나라에 유학을 보낸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언어 습득 능력이 빠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일찍 유학을 보내려 한다. 중요한 것은 어린 시기가 언어 습득 능력만 빠른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어린 시기에 언어와 함께 다른 모든 학습 능력 발달이 중요하다. 그리고 언어 능력의 발달은 그 사람의 지식과 사고 능력의 발달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즉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사고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지식과 사고 능력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영어 능력을 요구한다.

언어 능력은 크게 두 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생활에 필요한 언어 소통 단계, 즉 회화 정도가 가능한 단계가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지식과 사고력이 뒷받침을 필요로 하는 언어 능력이 있다. 오렌지를 본토 발음으로 말할 수 있는 것 정도를 영어 실력으로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미국에서는 거지가 구걸하는 것도 본토 발음으로 한다. 그 정도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막대한 물질적 정신적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 유학을 보내야 할 것인가. 언어 능력의 발달은 그 사람의 지식과 사고 능력의 발달과 함께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영어권의 나라(미국)에 유학을 가서 어느 학교에 입학하여 그곳의 정규 교육을 받는다고 하자. 처음 1년 정도는 학업보다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데 고생을 많이 한다. 생소한 환경에서 친구도 없고 문화차이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어야 하고, 그들이 노는 방법도 배워야 하고, 그 아이들만이 갖는 세계의 문화를 언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영어로 진행되는 학업을 따라가야 하는데, 언어의 장벽으로 1년 이상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우선 학교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고, 숙제나 시험은 능력이 안 되거나 어려워서 못하기보다는 문제 자체의 내용을 몰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간단히 풀 수 있는 수학 문제도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틀린다. 이렇듯 처음 일정 기간은 학업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다. 중요한 시기에 언어와 밀접하게 연결된 여러 개념, 정의, 지식에 노출되지 못하며, 그러한 개념이나 지식에 대하여 사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활동들이 정체된다는 것이다.

지적 활동의 정체는 수학, 과학, 사회 등의 일반 과목들의 진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전반적 지적 능력 감소와 결국 언어 능력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언어 능력 향상과 지적 능력 향상이 활발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학습의 공백기를 갖는다는 것은 아이의 미래 학업에 결정적일 수도 있다. 단지 영어 회화 정도의 실력 향상을 위한다고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여기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민자 자녀들에게 그들의 모국어와 영어로 수업을 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두 언어 학교(Bilingual School)와 영어 위주의 보통 학교를 비교한 연구 결과에 대해 알아보고, 그 결과가 한국의 조기 유학생에게 시사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특히 그 결과로부터 유추되는 놀라운 결론은 조기 유학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이 정체되어 일반적 실력 저하뿐만 아니라 영어 실력도 저하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두 언어 학교란?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두 언어 학교라는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 이 학교는 아직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의 경우는 앨버타 주의 에드먼턴 학교 구역에서 중국어-영어 학교, 아랍어-영어 학교 등 여러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는 두 언어 학교들이 있다. 이들 학교의 학습 효과가 좋아 학생들의 성적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특히 이민자들의 자녀들 중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두 언어 학교와 일반 학교와 다른 점은 교과 과정 자체를 영어가 아닌 언어로 수행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아랍어 두 언어 학교에서는 아랍어로 수업이 진행되며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영어 수업의 비중이 증가한다. 일반 학교는 외국인을 위해서 영어 강습 기회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모든 정규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

ESL 학생들이 일반 학교에 다닐 경우에 1년 이상은 영어 강습을 위해서, 또는 학교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서 정규 교과 과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영어 능력이 향상될 때까지 정규 교과 과정에서 다른 원어민 학생들과 비교해서 뒤쳐질뿐더러 교과 과정으로부터 분리되어 지적 능력 발달에 필요한 자극을 받지 못한다. 즉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학생의 사고력이나 학습 능력의 발달이 정체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언어 학교는 정규 수업이 두 언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ESL 학생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사고하고 학습하는 연속성이 유지된다.

콜리어와 토머스는 미국 휴스턴의 스페인 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을 상대로 두 언어 학교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두 언어 학교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스페인 어로 교과 과정을 진행하였으며 점차 영어로 하는 교과 과정을 늘려서 5학년이 되면 50퍼센트(%)는 영어 수업을 진행하게 하였다. 아래 그림은 콜리어와 토마스의 연구 결과로 영어 위주의 학교와 두 언어 학교에 다닌 스페인 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의 학업 평가에 대한 비교이다.


콜리어와 토머스의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보자. 캐나다와 접경 지역인 미국의 메인 주에는 프랑스 어를 모국어로 하는 곳이 있다. 이 지역 학생들은 영어 위주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았는데, 최근 들어 프랑스 어-영어의 두 언어 학교가 생겼다. 이 지역의 약 절반 정도의 학부모는 두 언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나머지는 예전처럼 영어 위주의 학교에 보냈다고 한다. 두 언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50대 50의 동일한 시간의 영어와 프랑스 어 교과 과정을 제공한다고 한다.

아래 그림은 이 학생들의 영어 독해력 실력을 비교한 것이다. 놀랍게도 두 언어 학교의 학생들이 영어 위주의 학생들보다 영어 실력이 더 빨리 향상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조기 유학으로 잃는 것이 더 많다

위의 콜리어와 토머스의 연구 결과에서 영어 위주의 학교에 다니는 ELS 학생들은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은 대부분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영어 위주의 정규 학교에 다닌다. 콜리어와 토머스의 연구 결과로부터 영어 위주의 정규 학교보다는 가능하다면 한국어-영어의 두 언어 학교가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의 학습 능력 향상과 영어 실력 향상에도 우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필자는 미국이나 캐나다에 한국어-영어의 두 언어 학교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콜리어와 토머스는 이렇게 충고하였다.

"학부모들은 영어 위주 학교에 아이들을 보냄으로써 장기적 학습 능력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단기에는) 그러한 교과 과정이 영어의 기본 실력 향상을 증진시키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영어 학업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강조하였다.

"두 언어 학교의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영어를 배움과 동시에 모국어로 하는 정규 교과 과정을 통하여 학습이 진행된다. 그러나 영어 위주의 학교에서는 영어를 충분히 배울 때까지 교과 과정의 학습이 몇 년 동안 정지된다. 결과적으로 많은 이민자 학생들은 본토 학생들과 교육 격차가 벌어지게 되고 그 격차를 좁히지 못하게 된다."

캐나다 에드먼턴의 공립학교 교과 과정 담당자 스튜어드 와코빅즈는 광범위한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학생들의 제1언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전반적인 학교 성적이 좋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능력 평가 시험에서 영어, 수학, 사회, 그리고 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두 언어 프로그램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월등히 높은 성적을 보여준다."

이 말은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의 수학, 과학, 사회와 같은 교과 과정의 이해나 그에 따른 사고 능력은 모두 모국어인 한국어를 기반으로 쌓아온 것이다. 조기 유학과 함께 갑작스럽게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 때문에 교과 과정이 다음 단계로 연결되지 못하고 정지하고 만다.

이제 영어라는 언어 습득이 어느 정도 완료될 때까지는 지식이나 사고력 발전에 있어 공백 기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예민하게,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지적 성장의 공백은 수학, 과학 등의 학습 능력을 저하시킬 뿐더러 언어 능력, 곧 영어 능력 역시 저하시킬 수 있는 것이다.

조기 유학으로 잃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아이의 정서적 성장에 부정적일뿐더러 학업에도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물론 유학 비용 역시 적지 않게 들어간다. 조기 유학으로 영어 회화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기간에 무엇을 배우지 못하는 것도 생각해야 하지 않는가.

조기 유학 보내야 하나?

영어가 거의 모든 학문과 무역 교류 등에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영어를 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조기 유학을 보내서라도 영어 회화를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한국의 경제 발전 당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유학을 가서 공부도 하고 다른 많은 것을 배웠으며,

어떤 이들은 미국 등의 외국의 대학이나 연구 기관에서 첨단의 연구를 하며 강의도 하고 다른 동료 연구원들과 의견 교환을 한다. 물론 한국어로 하는 것이 아니고 영어로 한다. 이들이 조기 유학의 세대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군대까지 갔다 오고 직장 다니다가 영어 회화조차 제대로 못 배우고 서른이 넘어서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영어 회화를 잘하는 수준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학생으로 수업을 받을 때 언어 때문에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한국이 대외 무역 증가와 경제 발전 등은 조기 유학자들 세대가 이룩한 것이 아니다. 조기 유학자들 없던 전 세대의 사람들도 외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훌륭한 물건들 만들어 내고, 외국에 수출하여 경제 발전에 공헌했다. 언어 소통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었겠지만, 그들이 현 세대와 비교하여 영어 회화를 잘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필요하면 영어를 배우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할 것은 다 할 수 있었다.

조기 유학이 크게 유행 할 정도로 그렇게 좋은 것이면, 왜 한국만 유독 이렇게 심한 것인가. 타이완이나 일본,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부모들은 조기 유학의 좋은 점을 몰라서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한국 부모들이 과도한 경쟁 때문에 무리하고 있는 것인가. 필자가 과문한지 몰라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과 같이 조기 유학, 교육 이민, 그리고 기러기 가족과 같은 현상에 대하여 들어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자면, 타이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경제 성장을 이루어 가난으로부터 탈출하였으며, 무역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현재는 1인당 국민소득 역시 한국과 비슷한 수준에 있다. 그러나 타이완은 한국과 같은 조기 유학이나 기러기 가족 현상을 볼 수 없다. 타이완뿐만 아니라 일본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조기 유학을 꼭 보내야 한다면 외국 학교에 입학한 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진행되던 정규 학습이 갑자기 중단되지 않도록, 또 학생의 수준에 맞는 수학, 과학, 역사, 사회 등의 교과 과정을 한국어로 계속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물론 영어로 수업을 들으며 학교 교과 과정을 따라가고, 영어 회화를 익히고, 동시에 한국어로 하는 교과 과정을 소화해야하는 부담이 클 것이다. 부모 중 한 사람이 함께 가지 않는 한 이러한 조치를 하기 힘들 것이다.

다른 사람이 다들 보낸다고 해서 아이의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단기 영어 회화 몇 마디 배워 오는 것만을 보고 조기 유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경쟁을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보내는 조기 유학은 모두가 손해를 보는 바보 같은 선택일 수 있다. 영어가 중요하지만 이제 조기 유학과 같이 너무 과하면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아이비리그 유학생의 실패율이 높은 이유는 경쟁 위주의 교육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이 내부의 흥미나 자질은 무시하고, 재미없는 것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한다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좀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갈 때 실패하기 쉽다. 왜냐하면 전문적 영역에서는 똑같은 시험 문제를 통해 일률적 평가 기준으로 누가 몇 등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얼마나 독창적인 연구를 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들의 업적은 등수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의 입시 경쟁 위주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등수 외에 학업에 대한 진정한 동기 부여가 미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서상철 캐나다 윈저 대학 교수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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