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외국에 유학을 보낸다. 중학교 심지어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간다. 부모가 함께 이민을 가는 경우, 또는 기러기 가족으로 엄마와 함께 가는 경우, 그리고 아이 혼자 가는 경우도 있다. 이민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아이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서인데, 교육 경쟁이 심해지면서 그리고 영어 능력이 강조되면서 조기 유학이 유행처럼 번졌다. 콜리어와 토머스의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보자. 캐나다와 접경 지역인 미국의 메인 주에는 프랑스 어를 모국어로 하는 곳이 있다. 이 지역 학생들은 영어 위주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았는데, 최근 들어 프랑스 어-영어의 두 언어 학교가 생겼다. 이 지역의 약 절반 정도의 학부모는 두 언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나머지는 예전처럼 영어 위주의 학교에 보냈다고 한다. 두 언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50대 50의 동일한 시간의 영어와 프랑스 어 교과 과정을 제공한다고 한다. 아래 그림은 이 학생들의 영어 독해력 실력을 비교한 것이다. 놀랍게도 두 언어 학교의 학생들이 영어 위주의 학생들보다 영어 실력이 더 빨리 향상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조기 유학으로 잃는 것이 더 많다 위의 콜리어와 토머스의 연구 결과에서 영어 위주의 학교에 다니는 ELS 학생들은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은 대부분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영어 위주의 정규 학교에 다닌다. 콜리어와 토머스의 연구 결과로부터 영어 위주의 정규 학교보다는 가능하다면 한국어-영어의 두 언어 학교가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의 학습 능력 향상과 영어 실력 향상에도 우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필자는 미국이나 캐나다에 한국어-영어의 두 언어 학교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콜리어와 토머스는 이렇게 충고하였다. "학부모들은 영어 위주 학교에 아이들을 보냄으로써 장기적 학습 능력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단기에는) 그러한 교과 과정이 영어의 기본 실력 향상을 증진시키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영어 학업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강조하였다. "두 언어 학교의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영어를 배움과 동시에 모국어로 하는 정규 교과 과정을 통하여 학습이 진행된다. 그러나 영어 위주의 학교에서는 영어를 충분히 배울 때까지 교과 과정의 학습이 몇 년 동안 정지된다. 결과적으로 많은 이민자 학생들은 본토 학생들과 교육 격차가 벌어지게 되고 그 격차를 좁히지 못하게 된다." 캐나다 에드먼턴의 공립학교 교과 과정 담당자 스튜어드 와코빅즈는 광범위한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학생들의 제1언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전반적인 학교 성적이 좋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능력 평가 시험에서 영어, 수학, 사회, 그리고 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두 언어 프로그램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월등히 높은 성적을 보여준다." 이 말은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의 수학, 과학, 사회와 같은 교과 과정의 이해나 그에 따른 사고 능력은 모두 모국어인 한국어를 기반으로 쌓아온 것이다. 조기 유학과 함께 갑작스럽게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 때문에 교과 과정이 다음 단계로 연결되지 못하고 정지하고 만다. 이제 영어라는 언어 습득이 어느 정도 완료될 때까지는 지식이나 사고력 발전에 있어 공백 기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예민하게,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지적 성장의 공백은 수학, 과학 등의 학습 능력을 저하시킬 뿐더러 언어 능력, 곧 영어 능력 역시 저하시킬 수 있는 것이다. 조기 유학으로 잃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아이의 정서적 성장에 부정적일뿐더러 학업에도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물론 유학 비용 역시 적지 않게 들어간다. 조기 유학으로 영어 회화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기간에 무엇을 배우지 못하는 것도 생각해야 하지 않는가. 조기 유학 보내야 하나? 영어가 거의 모든 학문과 무역 교류 등에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영어를 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조기 유학을 보내서라도 영어 회화를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한국의 경제 발전 당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유학을 가서 공부도 하고 다른 많은 것을 배웠으며, 어떤 이들은 미국 등의 외국의 대학이나 연구 기관에서 첨단의 연구를 하며 강의도 하고 다른 동료 연구원들과 의견 교환을 한다. 물론 한국어로 하는 것이 아니고 영어로 한다. 이들이 조기 유학의 세대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군대까지 갔다 오고 직장 다니다가 영어 회화조차 제대로 못 배우고 서른이 넘어서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영어 회화를 잘하는 수준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학생으로 수업을 받을 때 언어 때문에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한국이 대외 무역 증가와 경제 발전 등은 조기 유학자들 세대가 이룩한 것이 아니다. 조기 유학자들 없던 전 세대의 사람들도 외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훌륭한 물건들 만들어 내고, 외국에 수출하여 경제 발전에 공헌했다. 언어 소통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었겠지만, 그들이 현 세대와 비교하여 영어 회화를 잘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필요하면 영어를 배우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할 것은 다 할 수 있었다. 조기 유학이 크게 유행 할 정도로 그렇게 좋은 것이면, 왜 한국만 유독 이렇게 심한 것인가. 타이완이나 일본,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부모들은 조기 유학의 좋은 점을 몰라서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한국 부모들이 과도한 경쟁 때문에 무리하고 있는 것인가. 필자가 과문한지 몰라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과 같이 조기 유학, 교육 이민, 그리고 기러기 가족과 같은 현상에 대하여 들어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자면, 타이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경제 성장을 이루어 가난으로부터 탈출하였으며, 무역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현재는 1인당 국민소득 역시 한국과 비슷한 수준에 있다. 그러나 타이완은 한국과 같은 조기 유학이나 기러기 가족 현상을 볼 수 없다. 타이완뿐만 아니라 일본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조기 유학을 꼭 보내야 한다면 외국 학교에 입학한 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진행되던 정규 학습이 갑자기 중단되지 않도록, 또 학생의 수준에 맞는 수학, 과학, 역사, 사회 등의 교과 과정을 한국어로 계속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물론 영어로 수업을 들으며 학교 교과 과정을 따라가고, 영어 회화를 익히고, 동시에 한국어로 하는 교과 과정을 소화해야하는 부담이 클 것이다. 부모 중 한 사람이 함께 가지 않는 한 이러한 조치를 하기 힘들 것이다. 다른 사람이 다들 보낸다고 해서 아이의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단기 영어 회화 몇 마디 배워 오는 것만을 보고 조기 유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경쟁을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보내는 조기 유학은 모두가 손해를 보는 바보 같은 선택일 수 있다. 영어가 중요하지만 이제 조기 유학과 같이 너무 과하면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아이비리그 유학생의 실패율이 높은 이유는 경쟁 위주의 교육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이 내부의 흥미나 자질은 무시하고, 재미없는 것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한다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좀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갈 때 실패하기 쉽다. 왜냐하면 전문적 영역에서는 똑같은 시험 문제를 통해 일률적 평가 기준으로 누가 몇 등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얼마나 독창적인 연구를 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들의 업적은 등수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의 입시 경쟁 위주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등수 외에 학업에 대한 진정한 동기 부여가 미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
출처: 굴어당의 한시.당시.송시 원문보기 글쓴이: 굴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