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 이규자
짙은 화장으로 덧칠한 사람들
마음마저 가려 보이지 않는데
자욱한 안개 속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맨살이 좋다
벗은 모습도 나이가 보인다
희미한 불빛에 가려
잡념에 지친 몸 고온에서 익혔다
피곤하고 무료해서 찾아오는 곳
지친 시간이 바닥에 누워있다
누군가 벗어 놓고 간
피로한 옷 한 벌도 바닥에 같이 누워있다
찌든 마음을 벗긴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추억도 벗긴다
어지럽히는 마음 샴푸로 감아 지우고
세상구경 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발바닥
박박 문질러 하수구로 보냈다
한 꺼풀 벗겨진 속살
새살처럼 보드라워진 몸
애먼 때밀이 수건 지문만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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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좋은 글 모음-올리기엔 좀 그렇긴 한데...
마땅이 올릴 곳이 없어 이곳에 올립니다~~
목욕탕이 옛날에는 동네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였는데
이제는 때밀이 수건 지문지우는곳이군요
지문도 지우고 마음도 지우는
이주 좋은 곳이 되었답니다 지금은?
오늘도 때밀이 수건 지문 없애고 왔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