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anwoldae.org/front/story/fullmoon.do
지금으로 부터 901년전인 1123년, 북송의 사신으로 고려 개경에 왔던 서긍이 송제 휘종의 명을 받고 고려의 문물, 건축, 관습, 정치, 군사 상황등을 그림과 글로 기록한 일종의 외국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여기서 작가는 딱딱한 원문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서긍의 시점에서 읽기 쉽게 송의 문화와 다른 고려의 풍습들, 군사력, 성과 건축물의 묘사와 위치, 기물, 입성한 항로와 귀국한 항로등을 중심으로 그려나가 일종의 기행문형식으로 글을 썼습니다.
고려의 초중기 역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이지만 안타깝게도 서긍이 휘종에게 받친 원본(그림과 설명하는 글)은 금나라의 침입에 불타 없어지고 글로 기록한 부분만 다시 필사한 것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림이 있었다면 더 생동감 있고 풍부했을 텐데 아쉽네요.)
여기서 제가 인상적으로 본 것은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 북송의 수도인 개봉(카이펑)에서 소주, 항주, 월주, 명주, 정해현, 심기문을 거쳐 고려의 가거도, 흑산도, 선유도, 영종도, 예성항(벽란도), 개경으로 들어가는 과정(약 15일)과 귀국하는 과정(약 42일). 여기서 고려의 관리들과 백성들이 북상하는 송의 신주 2척(사신이 탄 송나라 공식 조정의 선박)와 객주 6척(송의 상인집단들이 고려에 팔 물건들을 싣은 일종의 상선)을 환영하고 음식과 술, 물을 대접하고 봉화를 올려 밤낮으로 유도하는 과정이 신선했습니다. 이것은 작가의 다른 저서인 ‘바다에서 발견한 고려사‘에서 등장하는 고려의 해운선 경로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 더욱 흥미로웠네요.
둘째, 서긍을 비롯한 송의 사신단이 고려에 온 이유였는데요, 외관상으로는 고려 예종의 훙서에 조의제문을 받치는 것이고 그 다음 고려의 군사력과 거란, 여진에 대한 정보입수, 고려의 입장 알아보기, 거기에 고려의 새로운 황제 인종과 고려조정에게 송의 책봉을 받을 것을 권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서긍은 벽란도에 도착해서 완전 무장한 고려 장수들이 말을 타고 푸른 색 군복을 착용한 병사들이 기치를 세우며 사신단을 호위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면서 기록하고 송황제의 칙서를 보관하는 공간, 사신단이 머무는 순천관의 묘사와 대접, 개경의 궁궐들의 묘사, 대접된 음식, 연회, 기물(은그릇, 구리그릇, 비취색 고려자기등)을 살피고 그것들을 그림과 글로 시간순으로 기록해 나가는 것이 한편의 고려 개경 다큐멘터리 같았네요.
다음으로, 고려의 해외정세를 파악하고 외교를 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송의 사신단이 한달간의 체류를 끝내고 돌아갈 즈음 고려의 인종에게 송의 책봉을 받으라고 권고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인종은 어렸지만 가볍게 대답하지 않고 대신들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이라던지 고려조정의 권신들이 난색을 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대신 여진과 거란을 견제하겠다는 인종의 짧은 대답 ‘그렇게 할 것이다.’ 라는 대답은 받아내고 그나마 안심하는 서긍의 심리를 보여줍니다.
그 외에 고려의 백성들이 고기요리를 하는 방식(묶어서 산채로 불속에 넣어 털을 제거하고 도축하고 별도의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요리를 해서 누린내가 그냥 나는..) 말을 타는 고려의 여성들(왕족, 호족, 관리들의 부인이나 여성 가족들)의 복장(몽수라 불리는 전신가리개와 말을 타기 위해 치마속에 입는 속바지의 존재), 화폐의 존재는 있으나 의외로 활성화 되지 않은 고려의 상업과 시장, 수공업장인들 중에 뛰어난 사람들중에는 거란인들이 있었다는 것, 고려의 물은 맑아서 그냥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아침에 일어나면 샤워부터 시작하여 씻는 것에 열심히인 고려인들(여름엔 하루에 두번 샤워), 그가 만난 고려의 권신들인 김부식-김부철 형제, 윤언식(윤관의 아들), 이자겸, 이지미(이자겸의 아들)등에 대한 묘사와 느낌. 신분에 관계없이 글을 배우는 고려인들. 그리고 제후국 주제?에 중원의 황제국에서나 사용하는 명칭들에 대해 좋지 않게 바라보는 서긍의 불편함 등이었습니다. ㅎ
한편의 여행기를 읽는 것 같았고 900년전의 고려인들의 모습을 외국인의 시점에서 엿볼 수 있었으며 ‘고려도경’의 입문서로서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자매품>
첫댓글 그 당시 여행유투버였네요
ㅎ 실제로는 고려를 염탐하기 위해 쓴 국정원 화이트 요원 외국 보고서 같은 것이겠네요. 하지만 고려 살람들, 황제와 용손들이 기거하는 궁들, 무기창고 같은 군사시설이나 군사요충지는 안알랴줌.
책 제목이 없어 댓글 답니다
'1123년 코리아 리포트, 서긍의 고려도경'
나온지 일년도 안됐군요
ㅋㅋ책 바로 주문하러 갑니다
감사합니다.
@Red eye 앗 앱으로만 봐서
연관글인걸 이제 알았네요 >.<창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