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날 장모님 생신이라고 처가집 형제들이 모인다고 해서 오후에 고창으로 넘어가 토요일 저녁까지 머물렀다.
정읍에서 숯불갈비로 시작한 자리가 시골집으로 넘어와 국민주에 이어 양주까지 갔는데 그러다보니 초반부터 계속 달리던 처남하고 난 순차적으로 피그르르~
금요일과 토요일 각각 3차례에 걸쳐 처가 선산이 있는 수산자락에 가서 오디를 따느라 요란을 떨었다.
바닥에 그물 같은 걸 깔고 털어서 따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그냥 나뭇가지에 손을 뻗어 하나씩 수확하는 그 기분은 뿌듯함 그 자체.
일요일 아침엔 615통일마라톤대회가 집 옆의 전주천 백제광장에서 열리는데 몇시에 출발을 하는지 찾아볼 수가 없다.
작년의 기록을 봐도 7시30분에 애들을 깨워서 데리고 나갔다고만 되어 있지 출발을 몇시에 했는지는...
막연히 10시에 출발할 거라고 생각하고 8시 반까지 집에서 뭉기적거리고 있는데 안선생님 한테서 전화가 걸려와 출발이 9시라고...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대회장으로 갔는데 일단 신청이 안된 상태라 뛰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대충 중간그룹에 끼어서 사진을 찍어가며 새로바뀐 코스를 한바퀴 돌아보고 오는 것으로 마음을 정한다.
이제까지 몇해동안은 전주천 좌안을 따라 올라갔다가 매곡교를 지난 뒤 서천교로 돌아 우안을 따라 백제광장 맞은편 자원봉사센터광장까지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올해는 다가교부터 매곡교 부근까지가 산책로 공사중이라 코스를 서쪽 방향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편한세상에서 반환하고 가련교를 지난 뒤 다시 우안 산책로로 내려가 자원봉사센터까지 돌아오는 코스인데 달려보니 평탄하고 안정적인 구성이라 좋긴한데 예전보다는 다소 짧다는 기분이 든다.
중간중간에 서서 사진을 찍어가며 대열의 흐름대로만 맞춰서 달려 27분이 걸렸는데 상대적으로 천천히 달렸다고 해서 편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더 힘들다는...
역시나 모든 건 상대적이고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기회가 된 듯.
가족과 함께 대회장을 찾은 두철은 7위에 입상을 했고 안선생님은 학교 동아리에서 유망주로 키운 제자가 학생부 5위를 차지해 나름의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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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에서 머무는 동안 수곤형님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클럽에서 아침운동을 하던 도중 온고을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가 양기철회장님이 돌아가셨단다.
당초 금암동 큰집에 제사를 지내러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상가가 생기는 바람에 일정을 재조정 해야 할 판.
오후에 해찬과 말리를 데리고 가까운 야산에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며 꼬드겨 나가는데 가벼운 산책 정도로만 생각한 해찬은 슬리퍼를 신은 채...
남고산에서 학산으로 이어지는 루트를 가보고 싶었던 차라 산성마을에 차를 주차하고 관성묘 방향으로 올라가며 산행 아닌 산행 시작.
그런데 산성천을 따라서 올라가며 보니 관성묘까지 주차장이 조성이 되어 있어서 굳이 저 아래 마을에다 세워둘 필요는 없었다.
그 덕에 도로로만 1.5Km를 더 걸었고 관성묘 이후부터 과수원길을 따라 올라가며 등산이라고 이름을 붙일만한 코스에 접어든다.
능선의 성벽을 따라 시나브로길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길을 따라 남쪽방향으로 걷다보니 참으로 다양한 산길이 나온다.
말리녀석이야 아주 기분이 째지는 것이고 슬리퍼를 신고나온 해찬도 아주 신통할 정도로 잘 따라온다.
초등학교 2학년때 지리산을 종주하며 하의실종에 샌들차림으로 천왕봉까지 올랐던 녀석인지라 역시 뭐가 달라도...ㅎ
고덕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보광재와 학산을 차례로 밟는다.
워낙 체력엔 출중한 맴버들인지라 눈썹이 휘날릴 정도의 속보로 쉬지 않고 움직이며 물 한방울도 없이 돌아다니는데도 힘들다는 소리가 없다.
하산길은 흑석골로 향하는 능선코스를 택한다.
전주에 이렇게 깊은산과 숲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산의 규모가 장난이 아닌데 건지산이나 황방산처럼 독립된 덩어리가 아니고 그야말로 산맥이 얽히고 설킨 첩첩산중.
능선을 따라서 계속 내려가면 길이야 편하겠지만 상갓집에 갈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 것 같아서 탑사라고 돌탑을 쌓는 곳으로 내려가 계곡길을 찾았는데 여기도 참 대단하다.
아주 깊은 산중 한가운데에 체육시설이 만들어져 있고 동네 노인네들이 여기를 찾아 여가를 보내고 있으니...흑석골이 아니면 흉내내지 못할 진풍경.
차에서 내린 뒤 꼬박 2시간이나 걸려 흑석골 동네에 내려섰고 이후부터는 동네길과 도로를 따라 25분이나 걸어 차를 세워둔 대아산성아파트에 복귀.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집에서는 일이 터지는데 알바 노가다를 마치고 돌아오던 큰아들을 데리러 갔던 아반떼가 월드컵경기장 부근에서 퍼졌다고...
보험회사 긴급출동을 불러서 견인해 돌아오고 난 서둘러 집에 돌아가 씻고 택시타고 장례식장으로~
그나저나 백세까지 달릴거라고 호언장담을 늘어놓던 분이 70세에 돌아가셨으니...세상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고... 송회장, 삼례댁, 주완수에 이어 벌써 몇번째인지...이거 참!